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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그래서 핸드는 느긋하게 아까와 같지만, 조금 다른 짓을 할 수 있었다. 약간 옆으로 피한 다음 후려치는 훅을 쏘아지는 방향으로 때린 것이다.
무지막지한 펀치에 핸드의 힘을 더했기 때문에 검은 전갈의 왼팔은 더욱 가속했다.
우드득!
그리고 그 힘을 견디지 못해 어깨가 뽑혀 나갔다.
“어, 거억!”
아까의 당한 것 못잖은 고통에 검은 전갈의 입이 벌어진다. 순간 핸드의 왼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푸욱!
핸드가 왼쪽에 차고 있던 펀칭 나이프가 검은 전갈의 오른팔 안쪽의 상완동맥에 박혔다.
검은 전갈이 비틀거리는 순간, 핸드는 놈의 무릎을 밟고 튀어 올라가며 펀칭 나이프의 손잡이를 밟고 강하게 찍어 눌렀다. 단검이 더욱 안으로 파고든 순간, 그는 녀석의 머리를 밟고 뛰어넘었다.
우당탕!
두 사람은 동시에 반대편으로 쓰러졌다. 하지만 핸드는 낙법에 성공해서 반쯤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으, 으윽……!”
검은 전갈은 신음했다.
펀칭 나이프를 뽑으려고 해도 왼팔 어깨가 나가서 움직일 수 없다.
게다가 오른팔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그때, 핸드가 어쩐지 이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평온한 얼굴로 이죽거리기 시작했다.
“이봐, 검은 전갈. 그거 아나?”
“뭐, 뭐냐?”
“그 단검에…….”
핸드는 묵혀 뒀던 사나운 분노를 드러내며 선언했다.
“그 단검에 묻은 독은 네놈이 고용한 암살자가 내게 썼던 독이다!”
“커, 끄으으윽!”
검은 전갈은 목을 잡고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너무나도 맥없이 앞으로 엎어져 버렸다. 그는 독 내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심박 수가 엄청나게 올라 있어 동맥을 타고 피에 독이 스며드는 것도 빨랐다.
잠시 경련을 일으키며 호흡이 남아 있었지만, 그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꺼지듯 사라졌다.
『믿기지 않는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검은 전갈단의 두목, 검은 전갈을 일대일 대결로 쓰러뜨림으로써 경험치 480과 100의 명성을 받습니다.』
『스킬 보너스를 받았습니다. 상세한 사항을 알고 싶으시면 스킬 창을…….』
“빚은 갚았다…….”
핸드는 시야가 어두워지는 걸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 * *
“……미친놈. 그 몰골로 싸우다니. 위험하다 싶으면 도망쳤어야지! 휴, 요즘 젊은이들은 하나뿐인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모르나?”
핸드가 눈을 뜨자마자, 로엠 노인이 소나기 같은 잔소리를 퍼부어 대었다.
“으, 으윽……! 제가 기절한 지 얼마나 됐죠?”
자신이 누워 있는 장소가 약방 구석에 있는 방임을 깨달은 핸드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전신이 말을 안 들었다. 무리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어허! 누워 있어! 자네가 무슨 골렘인 줄 아나? 아직 하루밖에 안 지났다고!”
핸드는 자신이 치료받았음을 알았다.
몸 구석구석 붕대가 감겨 있지만 약 냄새도 났고, 습포가 붙어 있는 장소도 있었다. 박힌 화살도 잘라 내서 뽑은 모양이고 근육도 봉합을 한 것 같았다.
“상처를 꿰매느라 자네 머리카락을 썼네. 나중에 웬만큼 아물면 뽑던가 하게. 그리고 얼른 자리를 털고 일어나게나. 노인을 부려먹다니, 고얀 놈 같으니.”
투덜거리며 로엠 노인은 약을 달여 왔다. 엄청 쓴 약이지만, 핸드는 치료를 위해 벌컥벌컥 마셨다.
그는 누운 채 몸 상태를 대략적으로 점검했다.
‘게임 시스템 상 사흘 정도면 털고 일어날 수 있겠군. 물론 멀쩡해지려면 좀 더 걸리겠지만. 아차! 해야 할 일이 있었지. 스킬 확인!’
『두 가지 스킬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격투기, 접전 스킬이 통합되어 종합격투로 바뀝니다. 스킬 레벨은 격투기가 초급 6(16)레벨, 접전이 견습 9레벨이므로 통합된 레벨은 초급 3(13)레벨이 됩니다.』
『상위 스킬 종합격투를 획득함으로써, 무예승 직업과 관련된 퀘스트를 수행할 자격이 생겼습니다. 스킬 통합 보너스로 지혜와 인내가 각각 2 증가했습니다.』
‘스킬 통합!’
핸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연관되는 스킬들은 일정 조건을 클리어하면 이런 식으로 합쳐지는 일도 있는 모양이다.
‘종합격투 상세 확인.’
종합격투 - 초급 13/20(액티브 스킬)
거리가 존재하지 않는 극한 상황에서도 타격이나, 던지기, 흘리기 등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능력!
계통을 불문하는 다양한 기술들을 자신의 몸에 녹여 내야만 얻을 수 있는 인내의 결정입니다.
종합격투는 무예(武藝)에 가까워지는 지름길이며, 무기술의 습득 속도를 크게 증가시켜 줍니다.
접전 대항에 지혜 스테이터스의 보정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인간형이 아닌 적, 혹은 급소가 없는 적에 대한 타격에는 여전히 페널티가 있습니다.
조건 : 철권, 집중력, 투지 20, 완력과 민첩 50 이상
상세 : 스킬 레벨당 공격 속도와 무기술 습득 속도 +1%, 비무장 타격 시 피해 +1.5%, 대인 기술 성공률 +0.2%, 무기술 계열 중 일부를 맨손으로도 재현 가능, 접전 상태에서의 치명타 확률 +0.5%, 접전 상태에서의 동작 페널티 저하 +1%,
핸드는 종합격투에 크게 만족했다.
격투장과 검은 전갈단 퀘스트를 하면서 얻은 보답을 받은 셈이었다.
‘일단…… 좀 쉬고 다른 스킬은 천천히 알아보자.’
그는 빠른 회복을 위해 철저하게 휴식에 전념했다. 그리고 사흘 뒤 차력사단을 방문했다.
핸드가 걸어서 차력사단에 들어서자 전원이 입을 딱 벌리고 그것을 지켜봤다.
“배에 구멍이 두 개 뚫리고 상처투성이였던 놈이 걸어서 들어오는 거 봐라. 저런 언데드 같은 자식!”
“저거 사실은 좀비 아냐?”
“어쩌면 사람 종자가 아닌지도…….”
그 말이 핸드의 귀에는 칭찬으로 들렸다. 검은 전갈단 퀘스트가 사실상 종료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퀘스트 창도 갱신되지 않았고, 보상도 없었지만 대화가 진행되면 보상이 올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칭찬은 그만하고(순간 다들 표정이 썩어 들어갔다), 누가 좀 설명해 줘요. 로엠 노인은 환자랍시고 구박만 하더라고요. 덕분에 아무 설명도 못 들었어요.”
우선 그간 있었던 일의 설명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지스가 핸드의 어깨를 두드리며 화제를 돌렸다.
“자, 그건 좀 있다가 이야기하자. 너한테 좋은 소식을 가져온 놈이 있거든.”
“좋은 소식이라구요?”
“그래. 어서 들어가 봐.”
무슨 이야긴지 잘 몰랐지만, 일단 핸드는 차력사단의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뮬란 단장과 로크가 있었다. 단장은 핸드가 걸어서 들어오자 깜짝 놀랐다. 그 몰골로 기절했던 놈이 사흘 만에 겉보기만은 말짱해졌으니 놀랄 만하다.
“자네 멀쩡하군?”
“아뇨. 아직 다 안 나았는데요. 훈련 재개하려면 사흘은 더 필요할 거 같습니다.”
하지만 로크는 핸드가 멀쩡한 걸 보고도 전혀 놀라지 않았다. 그게 묘하게 수상쩍었다.
“으음. 일단 자리에 앉게. 상황을 말해 주지.”
핸드가 자리에 앉자, 뮬란 단장이 사흘 전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밤에 그 난리를 쳤지만 잡혀간 사람은 별로 없었다. 아니, 경비대가 잡은 놈들이 있기는 했지만 모두가 검은 전갈단의 잔당이었다.
그 거래가 성공한 것은 드멜 출신의 범죄자들이 얼마나 위험한지 경비대도 알기 때문이다.
빈민가는 엉망이 됐지만, 빈민가의 주민들은 불법적인 거주자나 마찬가지라 일을 수습하기 쉬웠다.
경비대 입장에서는 위험한 범죄자들과 싸우느니, 치안유지를 위해 안면이 있는 녀석들과 타협하는 편이 낫다.
물론 강직한 성격인 경비대장은 그것을 싫어했지만, 경비대원들을 희생시켜 가면서 규칙을 지키는 것보다 실리를 얻는 쪽이 낫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었다.
토박이건, 외부 조직이건 범죄자들의 세력이 위축되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성공적인 거래다.
“그렇게 된 거군요? 그러면 도둑 길드의 보상만 받은 겁니까? 좀 손해인데…….”
“아니, 검은 전갈에 한해서는 좀 다르지.”
“……네?”
뮬란 단장이 씩 웃었다. 처음에 봤을 때의 약장수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전말은 이렇다네. 도둑 길드는 희생이 너무 커서, 보상을 많이 내고 싶지 않았지. 그래서 그들은 이야기를 슬쩍 비틀었어. 검은 전갈단은 조직 항쟁으로 쓰러졌지만, 검은 전갈 자신은 도망쳤다는 걸로 몰아갔지. 그사이에 놈들의 재산을 빼돌리고, 검은 전갈은 검은 전갈대로 현상금 사냥꾼에게 잡혀 죽은 걸로 한 거야.”
“……그거 대단하군요. 누가 생각한 거예요?”
“그 발안자는 옆에 있는 이 친구라네.”
“헤에…….”
핸드는 로크를 바라보았다.
로크는 경박한 태도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속이 시커먼 느낌이 풀풀 나는 놈이다. 그래서 영 마음에 안 들었지만 이런 데서 도움이 된 것이다.
“검은 전갈의 생포는 금화 80닢, 목을 가져오면 40닢이지. 도둑 길드는 검은 전갈의 재산을 빼돌려서 손해를 메웠고, 보상에 더해 현상금은 우리한테 줬다네.”
“……그래서요?”
“검은 전갈은 자네 혼자서 잡았지만 놈과 일대일로 싸울 수 있게 도와준 사람들도 있으니 자네 몫은 금화 20닢! 그리고 검은 전갈의 장비도 일부 빼돌렸는데 자네가 쓰기엔 너무 크더군. 그래서 이것들만 챙겼다네.”
테이블 위에 어디서 많이 본 것들이 올라와 있었다.
검은 전갈의 비도!
손잡이와 도신이 모두 새까만 금속으로 되어 있는데, 칼집이나 벨트도 아주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모두 5자루였다.
“장인의 물건 같더군. 벨트도 그렇고 비도까지 모두 말이야. 소재는 묵철. 요컨대 이 비도 다섯 자루는 벨트까지 합쳐서 적어도 금화 100닢은 나간다는 거지.”
“……헉!”
핸드의 입이 쩍 벌어지기에 충분한 가격이었다.
“우리가 빼돌린 장비는 건틀렛과 부츠, 비도인데…… 나머지 장비는 증거품으로 경비대가 가져갔으니 이젠 의미가 없군. 건틀렛과 부츠는 팔아서 자금으로 바꿨지. 우리도 많이 챙겼다네.”
‘과연 폭력 조직 보스! 비싼 걸 쓰는군. 아티즌(Artisan) 장비라면 비마법적 장비 중에는 최고라는 소리인데.’
보통 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다.
장인이 고급 재료를 가지고 정성을 다해 만든 도구!
아티즌 등급의 도구는 일부지만 마법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마법적 무기가 아니면 피해를 받지 않는 존재도 공격할 수 있다고 한다.
지금 수준에서는 엄청난 대박이었다.
보상으로 나온 금화만 해도 20닢.
원래 핸드의 재산이 금화 30닢을 좀 넘는 정도라는 걸 생각하면 단숨에 재산이 2배 가까이 불어났다.
“그리고 원래 자네에게 돌아갈 예정이었던 보상은 몽땅 치료비로 나갔으니 그리 알게.”
“……얼마였는데요?”
“금화 10닢.”
‘크으으윽!’
속이 쓰리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현명하게 상처를 억제하며 싸웠다면 그 정도의 치료비가 나가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수고했네. 검은 전갈단은 이로써 끝났네.”
검은 전갈단 섬멸(D급 퀘스트)
『당신은 쿠도르프 시를 위협하는 검은 전갈단의 토벌에 성공했습니다. 혼자의 힘은 아니었지만, 검은 전갈단의 보스를 쓰러뜨리는 공적을 올렸습니다.
쿠도르프 시의 치안도가 소폭 증가하고, 잠재적인 위험이 사라졌습니다.
당신의 밤을 위협하던 적들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퀘스트 완료 경험치로 960의 경험치를 받았습니다.』
『- 스킬 보상이 있습니다.
지구력 +1, 집중력 +1, 단검 숙달 +1, 종합격투 +1』
『레벨이 1 올랐습니다!』
『지금까지 누적시킨 행동이 계산되어, 당신의 스테이터스와 스킬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스테이터스 : 완력 +1, 민첩 +2, 체력 +2, 지혜 +2, 매력 +3, 행운 +4
―스킬 : 집중력 +1, 안목 +1, 반격 +1, 도약 +1』
『패시브 스킬, 안목이 견습을 벗어나 초급에 진입했습니다. 습득한 스킬이 아니라, 습득하지 않은 스킬에 대해서도 등급을 구분하기 쉬워집니다.
스킬이 초급에 진입한 영향으로, 당신의 지혜가 1, 시각이 1 증가했습니다.』
지금까지 받아 본 적이 없을 정도의 보상 공세였다.
‘과연 D급 퀘스트!’
퀘스트의 등급에 의하면, 무직 레벨에서 진행 가능한 퀘스트 등급은 E가 한계. D급 퀘스트라면 조력자가 반드시 필요하며, 혼자 진행하면 죽어나가기 딱 좋다고 한다.
NPC의 조력자는 스토리에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플레이어 동료가 필수였다.
그러나 핸드는 혼자서 D급 퀘스트를 끝낼 수 있었으니 그 보상도 레벨에 비해 컸다.
안목 - 초급 11/20(패시브 스킬)
당신은 배우지 못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요령을 보다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또, 상급자의 가르침을 받을 때 스킬 습득 속도가 더욱 성장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스킬의 등급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몇 번에 걸쳐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조건 : 신용과 간파 초급 이상, 지능 30 이상, 행동형 스킬 10개 이상 습득, 시각 20 이상
상세 : 습득한 스킬을 안목으로 확인할 때, 4레벨 이상의 차이가 나지 않으면 스킬 레벨까지 알 수 있음. 안목 스킬 2 레벨당 확인 가능 한계 +1.
그 이상이라면 2단계 위까지의 등급만 확인 가능. 습득하지 못한 스킬이라면 스킬 레벨당 습득 확률 +1%
안목 초급 달성.
드디어 작은 고지를 넘어섰다.
견습 단계에서 다른 스킬의 초급 단계처럼 잘 오르지 않던 스킬이라 감격은 더 컸다.
이제야 하나의 일이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 깨끗하게 싸울 수 있겠군요.”
“……그렇게 싸우고도 모자라나?”
질린 표정을 짓는 뮬란 단장. 그러나 핸드는 억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격투장 말입니다. 저를 전투 중독 환자처럼 말씀하시는군요.”
이제 격투장에 똬리를 틀고 승부 조작을 하던 검은 전갈단은 사라졌다. 그들의 돈에 고용되었던 투사들이 아직 남아 있으므로 완전히 깨끗해진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당분간은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것이다.
더러운 돈에 손을 댔던 투사들이 나중에 손을 잡고 승부 조작을 재개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이제 내가 신경 쓸 일은 아니지. 내가 격투장 주인인 것도 아니고 말이야.’
바로 싸우러 갈 수는 없겠지만, 지금까지의 페이스가 이상한 것이었다.
거의 데미지를 받지 않고 싸웠으며, 회복이 남보다 빨랐기에 며칠에 한 번 페이스로 싸울 수 있었다.
핸드가 부상을 입은 상태였던 것은 격투장의 모두가 목격한 상황. 그 원흉도 처리했으니,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경기를 할 수 있다.
그저 지금은 격전을 뚫고 나와 성장한 자신을 뿌듯하게 여기면 된다.
절망적인 현실을 타개하고 극복하면, 거기서 얻어지는 것은 단순히 육체적인 성장이 아니다.
핸드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얻은 것이다.
스테이터스를 확인하고 싶어서 근질거렸다.
“그럼 전 가 봐야겠습니다. 새로운 집도 알아봐야 할 것 같거든요.”
핸드는 챙길 물건들을 모두 챙겼다.
이제 여관에 가야 한다. 거기에 남은 짐을 챙기고, 여관 주인에게 사정도 설명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자신이 말려 들어갔다는 게 아니라, 검은 전갈단에게 모조리 뒤집어씌울 생각이었다.
지금까지 필사적으로 올린 신용 스킬이 냅다 떨어지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