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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벌 1
1화
들어가면서
사실 본문을 쓰는 것보다는 서문을 쓰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 고로 짤막하게 적겠습니다.
리바이벌은 제 두 번째 출판물입니다.
전작은 그다지 밝히는 의미가 없는 것이, 출판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은 암중모색이라고 할까, 시행착오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죠.
그 시간만큼 유행과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요즘 트렌드나 시류에 맞게 썼다고는 할 수 없을 테고, 착착 읽기 좋은 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가능한 읽기 편하게 이야기를 엮으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그저 읽는 모든 분들이 편하게 읽으실 수 있으면 좋겠군요.
마지막으로 이 글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아끼지 않은 제 친구와, 제 가족과, 인터넷의 모든 지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 이만.
프롤로그 : 꿈이 무너지다
빠지지지직!
새파란 전기 불꽃이 튄다.
“으아아아아아악!”
양팔이 타들어 가는 고통!
강제로 신경 접속이 해제되는 경고음이 귓가에 파고드는 순간, 그는 의식을 잃었다.
사람들이 서둘러 달려와 그를 병원으로 옮겼다.
며칠 뒤. 수술을 받고, 신경의 검사가 끝나자 그는 최악의 선고를 듣게 되었다.
“전자 신경 접속 상태에서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일상생활에는 약간 정도의 지장밖에 없겠습니다만, 힘의 가감 같은 섬세한 일은 하기가 어렵겠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일상생활에는 거의 지장이 없다고? 그게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의 직업이자 평생의 꿈은 힘의 조절이 생명이었다. 이제 다시는 그 일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회, 회복은…… 치료법은요?”
“있기는 합니다만…… 그게 좀, 어렵습니다.”
수술비가 문제였다.
최저 10억 셀(약 10억 원).
후유증이 남지 않는 가장 안전한 수술은 그 3배까지 필요하다는 의사의 설명을 듣자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었다.
‘만약 완치를 바란다면 회사에 종신계약을 맺어야 해. 하지만 전속되면 수십 년은 빚만 갚게 되겠지…….’
조사 결과, 전자 신경의 회로에 이상이 있었다.
보험금도 상당히 나왔고, 회사 측의 1차적 과실이 법정에서 인정되어 보상금도 받았다.
그러나 그에게 점검에 소홀했다는 과실도 있었기 때문에 보상금은 모두 합쳐 3억 셀밖에 안 됐다.
최초의 수술만 해도 보험금과 회사의 지원이 없었으면 받기 어려울 만큼 거금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수술에 거금이 필요해지자 회사에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수술 지원과 보상금으로 회사 책임이 끝났다고 판결이 내려졌으니 더 이상 나올 돈은 없다.
그의 몸값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완전 회복까지 기다려 줄 수도 없었다. 당장 그의 부상으로 인해 회사가 본 손해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회사에 들렀을 때 그리 좋은 시선도 받지 못했다.
규정상 나올 수 있는 지원금은 다 나왔는데도 회복되지 않았고, 회사의 손해도 손해로 끝난 것이니까.
“휴우…… 이게 무슨 꼴이지.”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순간의 사고가 모든 것을 빼앗아 간 것이다.
1장 : 재활 훈련
충격을 받았지만, 정신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퇴직금은 몇 푼 안 된다.
직장에서 일한 지는 1년밖에 안 됐고, 큰 보상금도 받아 냈기 때문이다.
회사의 기밀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혹하기까지 한 현실이 들이밀어지자, 꺼진 잿불 같았던 의지가 화산처럼 되살아났다.
‘반드시 팔을 치료하고 말겠어!’
수술비를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대로 놓아두면 더 많은 돈이 들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당장 재활 훈련을 시작했다.
이를 악물고 근력 운동으로 양팔에 자극을 준다.
섬세한 동작이 필요한 일은 할 수 없지만 물건을 강하게 잡거나, 그걸 놓는 정도는 가능했다. 시간을 들이면 글씨를 쓰는 정도까지는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자기 손 같지 않았지만, 심혈을 기울이자 어떻게든 움직였다.
일상생활에는 거의 지장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래서는 그것도 거짓말로 들린다.
의사는 재활을 하면 젓가락질 같은 섬세한 힘의 배분이 필요한 일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것도 몹시 서툰 솜씨가 될 것이다.
한참 재활 훈련을 하는데 친구가 찾아왔다.
“여, 한명일! 좀 어떠냐?”
“보면 모르겠냐? 병신 같은 상태지.”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팔이 퉁퉁 부었다.
마사지기로 그걸 풀었다. 재활 보조 컴퓨터가 옆에서 도와주고 있지만, 진도는 아직 한참 남은 상태였다.
“팔, 안 나은 거냐?”
“수술비가 최저 10억이란다. 부작용 없이 근치하려면 30억은 달래.”
“……뭐야, 그 엄청난 가격은? 그 정도 수술이 필요하면 보조금 같은 거 안 나와? 회사에서는?”
당연히 명일도 그렇게 생각해서 여기저기 알아봤다. 하지만 결론은 금방 나왔다.
“회사는 계약한 대로 지원을 했지만…… 현실적으로 안 나으니까 난색을 표하더라. 법정으로 끌고 가도 이미 계약상의 지원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고. 게다가 재활 훈련을 실시하면 보통 사람 정도까지는 회복될 수 있는 상태니 거의 도움 안 돼. 받아 챙겨도 월 10만 셀? 그 대가로 내 경력에는 커다란 흠이 생기는 거지. 복귀가 완전히 불가능해진다고.”
“……그렇군.”
직장에서도 쫓겨난 거나 다름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기에, 친구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근처에 앉았다.
“그런데 무슨 용건이냐?”
팔의 붓기가 좀 가라앉자, 다시 재활을 시작했다.
공기가 주입된 공을 강도에 따라서 주무르기도 하고, 손가락 힘만으로 스프링이 붙은 기계를 당기기도 한다.
당연히 망가진 신경이 지나가는 팔로 그런 일을 하면 엄청나게 고통스럽다. 하지만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명일은 쉬지 않고 그것을 반복했다.
“휴. 독한 놈. 너, 돈 필요하지? 동업이나 할까 하고.”
“동업? 무슨 동업?”
“『일렉트론 휴머니티』가 또 걸작을 낸다더라.”
친구의 입에서 경제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대 회사의 이름이 나오자 명일은 고개를 저었다.
“투자라도 하라는 거냐? 나 그럴 종자돈 없다.”
명일의 현 재산은, 지금까지 모아 둔 돈과 보험과 보상금으로 타 낸 3억 5천만 셀.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런 커다란 회사에 투자해서 득볼 만한 돈은 못 된다.
“투자라면 투자지. 그렇긴 한데, 그냥 투자는 아니야. 『제니스(Zenith)』에 대해서는 알지?”
명일도 어떤 의미에서는 그쪽 계통의 인물이다. 당연히 그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일렉트론 휴머니티.
전자 기술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술을 독점하고, 다른 회사들보다 50년은 앞서 나간다는 거대 기업이다.
그들은 가상현실과 관련된 방대한 기술을 축적하여, 그것을 기반으로 엄청난 돈을 모았다. 그리고 그것을 기술에 투자해 계속 남보다 더 앞서 나가고 있었다.
게임 산업은 생각보다 돈이 된다. 일렉트론 휴머니티가 가상현실 게임 산업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었고, 그 아성을 넘어선 게임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제니스』는 일렉트론 휴머니티가 내놓은 2번째 시리즈이며, 서버당 동시 접속자 100만을 넘긴 걸작이다.
현재 최고의 기술인 3세대 가상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궁극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금은 발매된 지 10년이 넘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명일은 눈앞의 친구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 투자라는 게, 다크 게이머가 되라는 소리냐?”
다크 게이머. 가상의 돈과 실물을 조율한다면 말은 좋지만, 사회에서 소외되는 아웃사이더들이다.
게임 머니와 게임 아이템.
이미 훌륭한 매물로 취급되어 거래법도 만들어져 있지만, 인식이 느슨한 틈새시장이다.
가상현실 게임이 거의 하나의 세계로 비대화하면서, 극히 일부의 다크 게이머들은 어지간한 중소기업의 순수익에 맞먹는 이득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성공한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게임으로 돈을 번다면 말이 좋지만 선택받은 자들만의 환상이다.
“너랑 이야기하면 귀찮은 설명을 안 해도 돼서 좋다니까. 그래. 재활 훈련을 하면서 돈도 벌자는 거야. 너도 가상현실이 신체장애의 회복에 커다란 도움을 준다는 거 알잖아. 이만한 조건이 어디 있겠어?”
회복도 하면서 돈도 번다. 솔깃해지는 걸 느꼈지만, 그는 그럴수록 잘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웃기지 말라고. 제니스는 사양길에 접어들었잖아. 게다가 이미 자리 차지한 놈들밖에 없을 텐데.”
“그러니까 하는 소리지. 일렉트론 커뮤니티가 제니스의 다음 세대를 개발했다고 하더라.”
명일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일렉트론 커뮤니티는 공언한 바가 있다.
1화
들어가면서
사실 본문을 쓰는 것보다는 서문을 쓰는 게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런 고로 짤막하게 적겠습니다.
리바이벌은 제 두 번째 출판물입니다.
전작은 그다지 밝히는 의미가 없는 것이, 출판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기 때문입니다. 그동안은 암중모색이라고 할까, 시행착오의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죠.
그 시간만큼 유행과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요즘 트렌드나 시류에 맞게 썼다고는 할 수 없을 테고, 착착 읽기 좋은 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지 가능한 읽기 편하게 이야기를 엮으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그저 읽는 모든 분들이 편하게 읽으실 수 있으면 좋겠군요.
마지막으로 이 글이 나오기까지 도움을 아끼지 않은 제 친구와, 제 가족과, 인터넷의 모든 지인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 이만.
프롤로그 : 꿈이 무너지다
빠지지지직!
새파란 전기 불꽃이 튄다.
“으아아아아아악!”
양팔이 타들어 가는 고통!
강제로 신경 접속이 해제되는 경고음이 귓가에 파고드는 순간, 그는 의식을 잃었다.
사람들이 서둘러 달려와 그를 병원으로 옮겼다.
며칠 뒤. 수술을 받고, 신경의 검사가 끝나자 그는 최악의 선고를 듣게 되었다.
“전자 신경 접속 상태에서 사고가 일어나는 바람에…… 일상생활에는 약간 정도의 지장밖에 없겠습니다만, 힘의 가감 같은 섬세한 일은 하기가 어렵겠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일상생활에는 거의 지장이 없다고? 그게 대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의 직업이자 평생의 꿈은 힘의 조절이 생명이었다. 이제 다시는 그 일을 할 수 없는 것이다.
“회, 회복은…… 치료법은요?”
“있기는 합니다만…… 그게 좀, 어렵습니다.”
수술비가 문제였다.
최저 10억 셀(약 10억 원).
후유증이 남지 않는 가장 안전한 수술은 그 3배까지 필요하다는 의사의 설명을 듣자 눈앞이 깜깜해지는 기분이었다.
‘만약 완치를 바란다면 회사에 종신계약을 맺어야 해. 하지만 전속되면 수십 년은 빚만 갚게 되겠지…….’
조사 결과, 전자 신경의 회로에 이상이 있었다.
보험금도 상당히 나왔고, 회사 측의 1차적 과실이 법정에서 인정되어 보상금도 받았다.
그러나 그에게 점검에 소홀했다는 과실도 있었기 때문에 보상금은 모두 합쳐 3억 셀밖에 안 됐다.
최초의 수술만 해도 보험금과 회사의 지원이 없었으면 받기 어려울 만큼 거금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수술에 거금이 필요해지자 회사에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
수술 지원과 보상금으로 회사 책임이 끝났다고 판결이 내려졌으니 더 이상 나올 돈은 없다.
그의 몸값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완전 회복까지 기다려 줄 수도 없었다. 당장 그의 부상으로 인해 회사가 본 손해도 상당했기 때문이다.
회사에 들렀을 때 그리 좋은 시선도 받지 못했다.
규정상 나올 수 있는 지원금은 다 나왔는데도 회복되지 않았고, 회사의 손해도 손해로 끝난 것이니까.
“휴우…… 이게 무슨 꼴이지.”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순간의 사고가 모든 것을 빼앗아 간 것이다.
1장 : 재활 훈련
충격을 받았지만, 정신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퇴직금은 몇 푼 안 된다.
직장에서 일한 지는 1년밖에 안 됐고, 큰 보상금도 받아 냈기 때문이다.
회사의 기밀을 발설하지 않는다는 각서를 쓰고, 그 대가로 받은 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냉혹하기까지 한 현실이 들이밀어지자, 꺼진 잿불 같았던 의지가 화산처럼 되살아났다.
‘반드시 팔을 치료하고 말겠어!’
수술비를 생각하면 아득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대로 놓아두면 더 많은 돈이 들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당장 재활 훈련을 시작했다.
이를 악물고 근력 운동으로 양팔에 자극을 준다.
섬세한 동작이 필요한 일은 할 수 없지만 물건을 강하게 잡거나, 그걸 놓는 정도는 가능했다. 시간을 들이면 글씨를 쓰는 정도까지는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자기 손 같지 않았지만, 심혈을 기울이자 어떻게든 움직였다.
일상생활에는 거의 지장이 나오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래서는 그것도 거짓말로 들린다.
의사는 재활을 하면 젓가락질 같은 섬세한 힘의 배분이 필요한 일도 가능하다고 했지만, 그것도 몹시 서툰 솜씨가 될 것이다.
한참 재활 훈련을 하는데 친구가 찾아왔다.
“여, 한명일! 좀 어떠냐?”
“보면 모르겠냐? 병신 같은 상태지.”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팔이 퉁퉁 부었다.
마사지기로 그걸 풀었다. 재활 보조 컴퓨터가 옆에서 도와주고 있지만, 진도는 아직 한참 남은 상태였다.
“팔, 안 나은 거냐?”
“수술비가 최저 10억이란다. 부작용 없이 근치하려면 30억은 달래.”
“……뭐야, 그 엄청난 가격은? 그 정도 수술이 필요하면 보조금 같은 거 안 나와? 회사에서는?”
당연히 명일도 그렇게 생각해서 여기저기 알아봤다. 하지만 결론은 금방 나왔다.
“회사는 계약한 대로 지원을 했지만…… 현실적으로 안 나으니까 난색을 표하더라. 법정으로 끌고 가도 이미 계약상의 지원은 끝난 거나 마찬가지라고. 게다가 재활 훈련을 실시하면 보통 사람 정도까지는 회복될 수 있는 상태니 거의 도움 안 돼. 받아 챙겨도 월 10만 셀? 그 대가로 내 경력에는 커다란 흠이 생기는 거지. 복귀가 완전히 불가능해진다고.”
“……그렇군.”
직장에서도 쫓겨난 거나 다름없다는 사실은 알고 있기에, 친구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근처에 앉았다.
“그런데 무슨 용건이냐?”
팔의 붓기가 좀 가라앉자, 다시 재활을 시작했다.
공기가 주입된 공을 강도에 따라서 주무르기도 하고, 손가락 힘만으로 스프링이 붙은 기계를 당기기도 한다.
당연히 망가진 신경이 지나가는 팔로 그런 일을 하면 엄청나게 고통스럽다. 하지만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명일은 쉬지 않고 그것을 반복했다.
“휴. 독한 놈. 너, 돈 필요하지? 동업이나 할까 하고.”
“동업? 무슨 동업?”
“『일렉트론 휴머니티』가 또 걸작을 낸다더라.”
친구의 입에서 경제를 지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대 회사의 이름이 나오자 명일은 고개를 저었다.
“투자라도 하라는 거냐? 나 그럴 종자돈 없다.”
명일의 현 재산은, 지금까지 모아 둔 돈과 보험과 보상금으로 타 낸 3억 5천만 셀. 적은 돈은 아니지만, 그런 커다란 회사에 투자해서 득볼 만한 돈은 못 된다.
“투자라면 투자지. 그렇긴 한데, 그냥 투자는 아니야. 『제니스(Zenith)』에 대해서는 알지?”
명일도 어떤 의미에서는 그쪽 계통의 인물이다. 당연히 그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일렉트론 휴머니티.
전자 기술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술을 독점하고, 다른 회사들보다 50년은 앞서 나간다는 거대 기업이다.
그들은 가상현실과 관련된 방대한 기술을 축적하여, 그것을 기반으로 엄청난 돈을 모았다. 그리고 그것을 기술에 투자해 계속 남보다 더 앞서 나가고 있었다.
게임 산업은 생각보다 돈이 된다. 일렉트론 휴머니티가 가상현실 게임 산업에 투자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적극적으로 가상현실 게임을 만들었고, 그 아성을 넘어선 게임은 현재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제니스』는 일렉트론 휴머니티가 내놓은 2번째 시리즈이며, 서버당 동시 접속자 100만을 넘긴 걸작이다.
현재 최고의 기술인 3세대 가상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궁극의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금은 발매된 지 10년이 넘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
명일은 눈앞의 친구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 내고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 투자라는 게, 다크 게이머가 되라는 소리냐?”
다크 게이머. 가상의 돈과 실물을 조율한다면 말은 좋지만, 사회에서 소외되는 아웃사이더들이다.
게임 머니와 게임 아이템.
이미 훌륭한 매물로 취급되어 거래법도 만들어져 있지만, 인식이 느슨한 틈새시장이다.
가상현실 게임이 거의 하나의 세계로 비대화하면서, 극히 일부의 다크 게이머들은 어지간한 중소기업의 순수익에 맞먹는 이득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성공한 자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게임으로 돈을 번다면 말이 좋지만 선택받은 자들만의 환상이다.
“너랑 이야기하면 귀찮은 설명을 안 해도 돼서 좋다니까. 그래. 재활 훈련을 하면서 돈도 벌자는 거야. 너도 가상현실이 신체장애의 회복에 커다란 도움을 준다는 거 알잖아. 이만한 조건이 어디 있겠어?”
회복도 하면서 돈도 번다. 솔깃해지는 걸 느꼈지만, 그는 그럴수록 잘 따져 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웃기지 말라고. 제니스는 사양길에 접어들었잖아. 게다가 이미 자리 차지한 놈들밖에 없을 텐데.”
“그러니까 하는 소리지. 일렉트론 커뮤니티가 제니스의 다음 세대를 개발했다고 하더라.”
명일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일렉트론 커뮤니티는 공언한 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