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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도진위대 1



간도진위대 1권 (1화)
들어가며


대한제국의 지방군 조직, 진위대(鎭衛隊).
우연히 발견한 민족 최고의 보물, 천부인(天符印)의 권능을 빌어 미래에서 과거로 집단 이동한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간도를 지키는 대한제국 진위대가 되어 역사를 하나둘 바꾸어 간다.
그 속에서 주인공들은 참된 역사와 마주하게 되는데…….

진부한 스토리죠.
많은 분들이 시도한.
하지만 제가 이런 이야기를 들고 나온 이유가 있습니다.
불과 100여 년 전의 역사인데 우리는 그 시대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요?
몇 년 전, 대한제국 역사를 소재로 한 어떤 특집물을 계기로 제 자신이 얼마나 잘못 알고 있는지, 얼마나 잘못 배웠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이 주제에 천착해 수많은 자료를 찾고 다시 공부를 하며 알게 된 놀라운 사실들. 근대사를 읽을 때마다 떠올랐던 의문의 고리들.
예를 들어, 과연 대한제국은 별다른 저항도 못해 보고 일제에 망했을까? 의병들의 조직적 활동을 가능하게 만든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잃어버린 조각들을 찾아내며 이를 어떻게든 누군가와 나눠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게 소설 형식이었습니다.
판타지 형식을 빌린 대체역사 소설.

요즘 들어 대한제국과 관련된 외국 기록―독일, 러시아, 프랑스와 일본의 기밀문서 혹은 외교문서―이 속속 발견되면서 대한제국 역사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기존 역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인물들이 사실은 얼마나 추악했는지.
또 기존 역사에서 그 수많은 진정한 애국자들을 얼마나 철저히 외면했는지.
13년의 짧은 역사 속에서 대한제국의 자체적인 근대화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진행됐는지.
고종 황제와 그 측근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했는지.
역사에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밀사 외교와 비밀 첩보원들의 활약상.
일제 몰래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해 독립운동을 지원했던 고종의 이야기들.
이들 모두가 대한제국의 진면목이며, 묻힌 역사였습니다.
불리하게 흘러간 시대 상황과 짧게 주어진 시간은 결국 대한제국을 외면했습니다.
하지만 역사 속에 묻힌 고종 황제와 근황 세력들, 궁중을 드나들며 고종과 저항 세력을 점조직으로 연결시켜 준 수백 명의 별입시(別入侍)들.
이들의 활약 덕분에 대한제국은 일제에 조직적으로 맞서 싸울 수 있었습니다. 또한 이들 외에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았던 진정한 애국자들을 우리는 꼭 기억해야 합니다.
후일 친일파가 애국자로 변신하는 역사의 왜곡은 이들의 업적을 가리면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독립운동의 정신적 주체였던 고종에 대해 나쁜 이미지로 먹칠을 하고, 크게 활약했던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은 철저히 지워 버리고. 그러면서 이제 저들은 ‘식민지 근대화론’까지 들고 나와 친일 행적마저도 대놓고 합리화하려 합니다. 이 때문에라도 우리는 근대사를 더욱더 외면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설픈 필력으로 첫 번째 시도해 보는 글이라 이렇게 내놓기가 정말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께서 글의 완성도 대신 글에 들어 있는 내용에 더 천착해 주시리라 믿고 글쓰기를 결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출판을 결정해 주신 뿔미디어와 출판사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프롤로그


북녘에서 배달 강토 다시 찾고
남으로 바다까지 왜구를 밀어내자.
이천만 동포는 우리를 기다린다.
우리 젊은 가슴 피가 끓는다.

행군하는 어느 병사의 입에서 나직이 군가가 흘러나왔다.
일제에 빼앗긴 강토를 되찾기 위한 첫 출정.
그 설렘 때문인지 그의 노래가 행렬에서 조그맣게 맴돌기 시작하더니, 이내 전군으로 길게 퍼져 나갔다.
이윽고 간도 화룡 골짜기에 간도진위대(間島鎭衛隊)의 군가가 힘차게 메아리치며 한가득 흘러 다녔다.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나가! 나가! 싸우러 나가.
우린 대한제국 간도진위대.
우린 배달나라 자손이로다.

강군이다.
출중한 사기와 최고 성능의 무기로 무장한 정예병들.
병사들이 진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상설(李相卨)은 감격에 겨웠는지 연신 눈물을 훔쳐 냈다.
얼마나 오랜 기다림이던가.
왜놈의 손아귀에서 고통 받는 동포를 생각하며 하얗게 밤을 지새운 수많은 나날들.
울분을 잠재우기 위해 떨리는 손.
손바닥이 뚫어져라 움켜쥐었던 두 주먹.
당장 총 들고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때를 기다리며, 준비가 되길 기다리며…… 얼마나 힘겹게 불같이 일어나는 조바심을 달래 왔던가.
“허허, 이 좋은 날 왜 눈물을 흘리시는지…….”
장순택 간도진위대장이 이상설에게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어찌! 이런 날이 아니면, 언제…… 기쁨의 눈물을 맘 놓고 흘려 보겠소? 진정, 진정으로 고맙소, 장 장군. 그대들이야말로 하늘이 우리 겨레를 불쌍히 여겨 보내 주신 분들이올시다.”
“과찬이십니다. 어찌 우리만 노력했겠습니까? 이렇게 무사히 전쟁 준비를 마치게 된 것도 다 간도 주민들이 헌신적으로 도와준 덕분이지요. 간도 주민들의 염원을 고스란히 담아 안은 이상, 우린 이 전쟁을 기필코 승리할 것입니다.”
“암, 그래야지요. 물론 그렇게 될 겁니다.”
이제 노래는 병사의 행렬을 지켜보던 간도 주민의 입으로 전파되었다.
초롱초롱하게 눈망울을 빛내며 역사의 한 장면을 지켜보는 아이들.
전장에 나가는 남편 걱정에 발을 동동 구르는 병사의 아내, 장한 아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나온 노부모의 입에서도 어느새 노래가 흘러나왔다.
어느새 붉은 태양이 신새벽의 엷은 어둠을 몰아내고 남쪽으로 진군하는 병사들의 머리 위에서 불타고 있었다.



제1장 2025년 - 한민족, 역사의 역류와 만나다 (1)


2025년 2월 25일 14:30.
서울.

봄을 재촉하는 비가 창문을 톡톡 두드리며 흘러내린다.
가뜩이나 늦겨울.
창문 밖, 생기 잃은 잿빛 도시가 빗물에 얼룩져 더 일그러져 보인다.

[세종시에서 방금 들어온 속보입니다. 오늘 오후 1시 30분, 종합정부청사의 외교부 건물 로비에서 폭탄이 터져 26명의 사망자를 포함, 총 4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현장에 긴급 출동해 현장 조사를 벌인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를 상대로 테러를 자행해 온 집단이 시한폭탄을 이용해 범행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TV 뉴스를 보는 직원들의 얼굴 또한 도시의 표정을 닮아 한껏 구겨져 있었다.
내면의, 그 심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솟아나는 감정은 아닌 것 같다.
단지 사회화된 감정, 마땅히 공통적으로 떠올려야 할 것 같은 표정.
직원들은 본능적으로 그것을 표출하고 있다.
“미친놈들! 지금이 어느 때라고!”
“제기랄! 당분간 퇴근은 꿈도 못 꾸겠군.”

[정부는 이번 세종시 정부 청사에 대한 폭탄 테러 사건에 대해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테러리스트와 그 어떤 타협도 없을 것입니다. 무정부 상태를 야기하려는 폭도들의 목표는 결코 이뤄지지 않을 것이며.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처를 취할 것입니다.]

사무실 기둥에 기대어 서서 바깥 풍경과 TV를 번갈아 보던 한 남자의 얼굴은 다른 이들과 다르게 냉랭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180㎝ 정도의 키에 적당히 마른 체격. 진한 눈썹은 면도한 것처럼 각이 잡혀 있고, 형형한 눈빛과 선 굵어 보이는 인상의, 나름 미남형 얼굴이다.
그러나 생긴 것과 다르게 행동과 말투는 조금 경박스러웠다.
주머니에 푹 찔러 넣은 손과 연신 다리를 건들거리며 내뱉는 혼잣말.
“훗! 그놈들 참 낯가죽 두껍네. 정부? 국가안보?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군.”

[다음 뉴스입니다. 이번 한일 협약에 반대하는 시민 5,000여 명이 서울 시청 앞에 모여 촛불집회를 열었습니다. 정부는 이에 대해 불법 집회로 규정하고 주동자들의 검거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한편, 조국일보에서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 이번 협약에 대해 전 국민의 60%가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애당초 반대 여론이 많을 줄 알았으나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해 국민들의 기대감이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분석되어…….]

“육십 프로라고? 이런 사기꾼 새끼들! 저놈의 여론 조작질 몇 십 년째야! 질리지도 않나?”
“선배! 말조심!! 사람들 다 듣겠다. 그렇게 고생하고도 아직 정신 못 차렸어?”
고민우에게 다가오며 한윤희는 나직하지만 뾰족하게 잔소리를 던졌다.
소음에 가까울 정도의 하이 톤으로 떠들어 대고 있는 뉴스 앵커의 목소리에다, 한국어와 일본어가 뒤섞여 고성이 오가는 소란스런 사무실에서 누가 민우의 혼잣말을 들을까 싶겠냐마는, 사실 이곳이야말로 가장 엄중하게 감시를 받고 있는 곳이었다.
옛 대한민국 국정원 본부이기에.
일본의 내각조사실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고 하나 그 구성원들은 아직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협력 체계를 세운다기보다 내각조사실이 국정원을 흡수하고 있는 중이고, 그 과정에서 한국 요원들에 대한 치밀한 감시체계가 구축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감시체계에 제일 먼저 걸려든 것은 당연히 고민우였다.
겉모습과 달리 가벼운 언행, 분위기 파악 못하는 둔한 현실 감각, 거기다 덤벙거리기까지…….
어떻게 이런 인물이 국정원의 현장 요원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구성원 모두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고민우는 계속되는 현장 임무의 실패로 인해 내부 근무로 전환된 상황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는지 사무실에서 아무리 투덜거려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조만간 조직 체계가 완비되면 제일 먼저 잘릴 것이라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