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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오브 베스트 1권(7화)
3. 첫 경험(3)


주문을 한 지 20분쯤 되자 음식이 나오기 시작하였는데, 역시나 양이 장난이 아니었다.
은정도 호기를 부리며 주문하기는 하였는데, 자신이 시킨 음식의 양이 이렇게나 많을 줄은 몰랐다.
탕수육과 팔보채, 그리고 잡탕밥에 자장 곱빼기, 서비스로 나온 군만두는 두 사람이 먹기엔 너무 많았던 것이다.
솔직히 은정은 얼마 전 찍었던 영화 대본에 나온 대사 그대로 주문한 것뿐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주문한 음식의 양이 실제로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다.
사실 이것은 은정의 실수인데, 당시 영화 대본상에서는 6명의 성인이 먹을 야식을 주문했음을 까먹은 것이다.
무를 수도 없고, 지후와 은정은 많은 음식들을 보며 한숨을 쉬다 팔보채는 포장을 부탁하였다.
중국집에서도 두 사람이 먹기에 너무 많은 양이란 것을 알기에 아무 말 없이 포장을 해 주었다.
“여기 포장 부탁하신 음식.”
점식을 다 먹고 나온 지후와 은정은 중국집을 나올 때 포장된 팔보채도 가지고 나왔다.
“누나, 잘 먹었어요. 그리고 오늘 정말 고마워요.”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리고 지후야, 웃어! 넌 웃는 모습이 참 매력적이야!”
은정은 지후가 자신에게 감사 인사를 하자 슬쩍 자신의 마음을 내보이며 말을 하였다.
그런 은정의 말에 지후는 밝게 웃으며 말을 하였다.
“이렇게요?”
“응, 그렇게.”
은정은 자신에게 웃으며 말을 하는 지후의 모습에 눈이 부신 듯 멍하니 쳐다보다 작게 대답을 하였다.
물론 그 말은 가까이 있는 지후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소리였다.
“누나, 전 이만 가 볼게요.”
“그래, 다음에 보자!”
지후는 아르바이트 시간 때문에 인사를 하고 은정과 헤어졌다.
하지만 지후는 곧바로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으로 갈 수가 없었는데, 그것은 은정이 억지로 넘긴 팔보채가 담긴 봉투 때문이었다.
하는 수 없이 지후는 그것을 가지고 집에 들러 냉장고에 넣어 두고 아르바이트를 가야만 하였다.

***

“지후야! 지후 자니?”
지후는 잠을 청하려고 방에 자리를 펴고 누웠다가 밖에서 들리는 은정의 목소리에 불을 켜고 일어났다.
“아, 아니요. 그런데 누나 무슨 일이에요?”
지후는 얼른 문을 열고 자신을 부른 은정을 보았다.
그런데 어디서 그리 술을 마셨는지 은정의 몸에서 술 냄새가 조금 났다.
“윽! 누나, 무슨 술을 이리 드셨어요?”
“그냥, 팅구들하고 쪼오끔 마셨어! 헤헤.”
은정은 말을 하면서도 약간 혀가 꼬이고 있었지만 그것을 본인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누나, 너무 늦었어요. 어서 들어가 주무세요.”
지후는 은정이 늦은 시간 찾아온 이유에 대해서는 별다르게 여기지 않고 얼른 들어가 자라고 말을 하였다.
하지만 은정은 지후와 무슨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말을 듣지 않고 지후의 집으로 들어섰다.
지후를 뒤로하고 방으로 들어간 은정은 바닥에 있는 이불을 한쪽으로 밀치고 가운데에 떡하니 자신이 가져온 술을 꺼내 놓았다.
“앉아!”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은정을 멍하니 보다 얼른 따라 들어간 지후가 본 것은 술자리를 만드는 은정이었다.
“누나! 술을 또 먹게?”
“그래, 우리 지후 이젠 고등학교도 졸업하고 성인이 되었는데, 이 누나가 추카주를 사 줘야 하지 않겠어!”
사실 지금 은정은 취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온 것은 사실이지만 취할 정도로 마신 것은 아니었다.
몇 달 전 그런 일이 있고는 절대로 취할 정도로 술을 마시지 않았다.
자신이 가진 지후에 대한 마음이 무엇인지 몰라 친구들에게 상담을 하면서 조금 마셨을 뿐이다.
그리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중에 나온 결론은 자신이 지후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보다 어린 지후에게 고백을 할 용기가 없어 술기운을 빌어 말하려는데, 너무 떨려서 그런지 오늘은 술도 취하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은정이 연극영화학과에 다니는 예비 연기자이며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를 통해 실제로 연기도 해 봤다는 것이다.
지금 은정은 취한 연기를 하며 지후를 자신의 옆에 앉혔다.
“어서 앉아! 목 아파. 자! 우리 지후 누나 술 한 잔 받아라!”
은정이 사 온 것은 도수가 낮은 맥주도 아닌 소주였다.
억지로 자신에게 술을 들이미는 은정을 달래도 보고, 하지만 은정은 이미 작정하고 방에 들어온 것이기에 지후의 말을 듣지 않았다.
“알았어! 그럼 이것만 마시고 집에 들어가는 거다.”
“그래!”
지후는 은정의 억지에 하는 수 없이 사 온 술만 같이 마시기로 맘을 먹었다.
지후가 포기를 하고 자리에 앉자 은정은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소주잔을 들이밀었다.
“마셔!”
“휴, 어쩌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걱정이네.”
지후는 새벽 배달 일이 걱정이었지만 일단 막무가내인 은정을 달래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 시간도 시간이라 혹시나 술기운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지후는 긴장을 하였다.
지후가 이렇게 긴장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남천상의 한 달 간의 가르침이 끝난 지 몇 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은정과 그렇고 그런 행위를 하는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었다.
낮에는 이런 생각을 못했는데, 밤이 되니 다시 생각이 났다.
‘조심하자! 조심!’
지후는 오늘 일로 인해 은정에 대한 생각이 이전과는 달리 고마운 누나라 자리 잡았다.
그런 누나에게 분위기에 취해 실수라도 한다면 큰 실례라 생각했다.
그사이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은정이 사 온 소주를 한 병 두 병 비워 갔다.
“지후야!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지 모르지?”
“날 좋아해 줘 고마워, 누나!”
“바보, 넌 네가 얼마나 멋있는지, 모를 거야!”
은정은 처음 취한 연기를 하던 것이 지금은 술이 들어가자 정말로 취하여 숨기고 있던 속마음을 지후에게 고백을 하고 있었다.
“그때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
고백을 하던 은정은 술에 취해 두서없이 말을 꺼냈지만 결론은 이러하였다.
12월에 강간범에게 붙들려 위기에 처해 있을 때, 백마 탄 왕자님처럼 나타나 흉악범으로부터 자신을 구해 준 뒤로 은정의 마음속에는 지후가 왕자님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마음을 오늘에서야 확실하게 깨닫고 이렇게 용기를 내서 고백을 한다는 것이다.
“내 마음 받아 줄 거지?”
“누나, 그건…….”
지후가 거절하려는 것으로 보이자 은정은 지후가 하려는 뒷말을 듣지 않기 위해 그냥 자신의 입술로 지후의 입술을 막아 버렸다.
은정은 정말이지 지후가 자신을 거부하면 부끄러워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때문에 자신의 짐작이 말이 되어 흘러나오는 것은 절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입술을 들이밀어 지후의 입을 봉한 것이다.
술기운 때문일까? 어디서 용기가 난 것인지 은정은 입술이 붙은 상태에서 지후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두 팔로 지후의 목을 껴안았다.
몸을 날리듯 껴안는 은정으로 인해 지후도 어느 정도 술기운이 올라오는 중이라 몸을 가누지 못하고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두 사람이 쓰러진 곳은 은정이 방 한쪽으로 밀어 두었던 지후의 잠자리였기에 쓰러진 두 사람에게는 바닥에 부딪친 충격이 올라오지 않았다.
이불 위에 쓰러진 지후를 위에서 끌어안고 있던 은정은 더욱 지후의 품으로 파고들며 입술을 탐닉하였다.
쪽쪽, 처음은 은정이 먼저 시작을 하였지만 어느 순간 지후도 은정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입술을 받아들였다.
입술과 입술이 부딪치고, 잠시 떨어지는 듯하다 다시 가까워지기를 반복하며, 입술과 입술이, 혀와 혀가 뒤엉키며 서로를 자극하였다.
그리고 지후의 손은 본능적으로 은정의 엉덩이를 시작으로 허리와 등을 쓸고 남자들의 무덤이라는 은정의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으음, 응응.”
그런 지후의 애무에 은정은 발정 난 암고양이 같은 신음을 흘렸다.
그것이 자극이 되어서였을까? 지후의 행동은 더욱 자극적으로 변하였다.
꿈속에서 옥룡지존이 가르쳐 준 동작들이 무의식적으로 은정의 몸에 펼쳐진 것이다.
천추, 대횡, 위상, 유근, 한중 여성의 음기(陰氣)를 활성화시키는 혈들을 자극하였다.
지후의 자극이 극에 달하자 뜨거워지는 몸을 참지 못하고 은정은 자신이 걸친 옷을 하나둘 벗기 시작하였고, 이는 지후도 마찬가지였다.
꿈속에서는 저절로 자신의 옷이 사라졌지만 지금은 현실이기에 사라지지 않고 몸을 감싸는 옷이 귀찮아 직접 벗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두 사람의 입술은 전혀 떨어지지 않았다.
태초의 모습이 된 은정과 지후는 조금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서로를 탐닉하였다.
두 사람의 몸은 더욱 빈틈이 없이 딱 붙었다.
“악! 아파, 살살.”
외마디 비명을 지른 은정은 어디가 아프다는 것인지 모를 아픔을 호소하며 지후에게 살살 하라는 부탁을 하였다.
그런 은정의 말귀를 알아들었는지 지후의 그 다음 움직임은 아주 부드럽게 진행이 되었다.
나루터의 뱃사공이 강물에 노를 젓듯이 부드러운 동작으로 율동을 하기 시작하였고, 그런 지후의 움직임에 은정도 자연스럽게 동화가 되었다.
하지만 지후의 율동이 마냥 부드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부드러운가 하면은 태풍이 몰아치듯 거침이 없었고, 때로는 무더위 농부의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을 식혀 주듯 잔잔하게 움직이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럴까? 은정의 입에서는 천상을 노래하는 음이 발생하였다.
“아아! 흐음, 음.”
은정과 알몸으로 율동을 하는 지후는 지금 이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저 본능이 시키는 대로 꿈에서 그랬던 것처럼 A∼Z까지 그리고 다시 Z∼A까지 반복을 하였다.
그렇게 지후와 은정은 밤이 깊도록 서로를 탐닉하였다.


4. 첫사랑, 그리고 이별(1)


은정은 조용히 눈을 떴다.
자신의 몸을 꽉 채운 듯한 묵직함을 느낀 은정은 얼른 지후의 몸에서 내려왔다.
자신과 지후가 알몸이란 것이 두 눈에 들어왔고,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미쳤어! 미쳤어!”
은정은 작게 중얼거리며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걸치기 시작하였다.
“윽!”
갑자기 일어나려니 하복부에서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일어나자 은정은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 얼른 벗어 두었던 옷가지를 걸치기 시작하였다.
잠이 든 지후가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간밤의 흔적들을 지우기 시작한 은정은 치우는 김에 자신과 지후가 먹었던 술병들까지 모두 깨끗하게 치웠다.
은정은 사실 모든 기억이 있었다.
지후에게 덮치듯 키스한 것이나 그 뒤 지후를 받아들인 것이나 모두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다만 지후를 좋아하기에 거부를 하지 않은 것뿐이었다.
“이제 난 네 거야!”
쪽! 은정은 모든 정리가 끝나자 지후의 입술에 다시 한 번 입맞춤을 하고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은정이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자 지후가 살며시 눈을 떴다.
지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한숨을 쉬기 시작하였다.
“이런 멍청이 자식! 어쩌자고…….”
지후는 정말이지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분명 술 먹기 전까지만 하여도 조심하자고 다짐을 했었는데, 그만 술기운에 넘어가 사고를 치고 말았다.
고마운 누나이기에 좋은 관계로 남고 싶었는데, 이런 실수를 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얼굴을 봐야 할지 모르겠다.
누나도 자신을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아 그것이 다행이기는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데, 두 사람의 관계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환경도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지후는 그것이 걱정이 되었다.
물론 누나의 부모님이 나쁜 사람은 아니다.
아니, 무척이나 좋으신 분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좋은 분들이라고 자신의 딸과 연관된 일에도 무조건 좋은 사람일 거라 단정 짓기에는 이미 겪었던 사회적 경험이 충분히 많았다.
지후가 깨어난 것은 은정이 깨어나기 바로 직전이었다.
자신의 몸을 묵직하게 누르고 있는 부드럽고 따스한 물체가 무언지 알기 위해 눈을 떴다가 기겁을 하고 말았다.
자신과 은정이 알몸으로 겹쳐 있는 것이 아닌가?
더군다나 자신의 분신은 부드러운 것에 감싸여 있는 것이었다.
이미 알 만한 나이인 지후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너무도 잘 알았다.
우선 자신의 위에 있는 은정을 내려놓으려고 조심스레 움직이는데 그때 갑자기 은정이 깨어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