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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상대가 되어 드립니다 2화
1장. 딱 한 가지, 성격이 흠인 그를 만나다 (2)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보이기 시작한 L호텔의 모습에 벨을 눌러 버스에서 내렸다. 추운 날씨에 옷을 여미며 L호텔 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승강기의 문이 곧 닫힐 듯해 걸음을 서둘러 스르륵 닫히는 문 사이로 몸을 쏙 넣었다.
아슬아슬하게 닫히는 문 사이로 몸을 넣은 것까진 좋았다.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느낌을 맛봤다.
최석진이다.
인사를 하고 싶었지만 할 수가 없다. 회원님이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이상 회원님에게 먼저 다가설 수 없는 게 W의 방침이기도 했고, 최석진 씨와 나는 몸 한 번 섞었을 뿐이지 생판 남과 다를 게 없어 인사하는 것도 좀 우스울 것 같았다.
나는 최석진 씨를 모른 체하고 뒤늦게 8층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뜻밖에도, 최석진 씨가 비록 비아냥거림이었지만 말을 걸어왔다.
“흐응, 또 거절의 말을 전하러 가는 모양이지?”
“아닙니다. 오늘은 일하러 가는 길입니다.”
그의 비아냥거림에 굳이 일하러 간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하고 말았다. 내 대답에 그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호스트가 아니라더니?”
“가끔 저 같은 분을 찾으시는 분이 계셔서요.”
그런 분이 계시면 하룻밤 보냅니다, 라는 말을 다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대충 줄여 말했다. 때마침 승강기가 8층에 서자 이 어색한 분위기에서 해방될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승강기에서 내렸다. 승강기 문이 아직 닫히지 않아 뒤를 돌아보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고 801호를 찾아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 걷지 않고 바로 찾은 801호에 벨을 누르니 기다렸다는 듯 문이 활짝 열리고 낯이 익은 구릿빛 피부의 30대 후반 남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준수한 외모 중 가장 눈에 띄는 하얀 이. 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모습이 참 시원해 보여서 이 사람과 있으면 나도 덩달아 마음이 편해졌다.
“오랜만이야, 우영.”
“오랜만이세요.”
그가 먼저 친근하게 나를 부르니 내 목소리도 살갑게 나왔다.
“얼른 들어와. 터지기 일보 직전이야.”
내 어깨를 강하게 끌어당기는 거친 손에 미소를 띠며 순순히 끌려들어 갔다. 현관에서 침대로 향하는 동안 어느새 전라가 되었다. 많이 급했던 모양인지 손가락으로 애널을 빠르게 넓히고는 예의상 묻는 말도 없이 완전히 발기한 페니스를 삽입했다.
“하읏.”
뒤를 강하게 뚫고 오는 느낌에 허리가 배배 꼬이기 시작했다.
“헉헉, 오늘따라 감도가 좋은데?”
그는 귓가에 입김을 불어 넣으며 흡족해했다.
“하악, 웃!”
곧 사정을 할 모양인지 허리 놀림이 차츰 강해졌다. 퍽! 퍽! 소리가 날 정도로 쳐 대니 힘을 꽉 주고 있는 엉덩이가 앞으로 점점 밀려 침대 시트에 밀착되었다.
“웃! 우영, 흐읏!!”
힘 있게 움직이던 그의 움직임이 우뚝 멈추자마자 내 안에서 쑥! 하고 빠져나갔다. 다 좋지만 이 사람에겐 좋지 않은 버릇이 하나 있다. 그가 사정이 임박한 페니스에서 콘돔을 급하게 벗겨 내곤 내 입안으로 비릿한 냄새가 나는 걸 쑤셔 넣었다.
“읍! 읍!”
꼭 사정은 입안에서 해야 하는 게 이 사람의 섹스 스타일이다. 입에 넣자마자 그의 분신이 팟! 하고 입안 전체에 터졌다. 그동안 좀 쌓였던 모양인지 오늘따라 양이 많아 그대로 목구멍으로 들어가 버린 정액이 반은 될 것 같다.
“하아, 하아.”
내가 정액의 시큼함 때문에 헛구역질을 해도 이 사람은 좋아 미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오늘은 느긋하게 하자고∼”
씨익 웃는 모습에 나도 따라 웃었다. 펠라만 아니면 나도 다 좋으니까.
내 안을 네 번이나 헤집고서야-입안에서 네 번을 사정하고서야-나를 겨우 놔준 회원님의 집요함에 몸이 천근만근 같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 얼른 자고 싶지만 캡의 호출에 W로 오게 되었다. W로 들어서 곧장 캡이 항상 있는 안내 데스크로 무거운 다리를 움직였다.
“우영이 왔니? 무찬 씨랑은 잘 만나고 왔고?”
“반갑게 맞아 주셨어요. 근데 무슨 일로 호출하신 거예요?”
회원님에게 지명을 받았다고 이렇게 불러내지는 않을 캡인데,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하는 이상한 걱정이 들었다.
‘내가 뭐 잘못한 게 있었던가?’
“우영아, 최석진 씨 전용 섹파 안 할래? 최석진 씨가 콕 집어 너를 지명했는데, 어때? 생각 없어?”
캡이 내게만 들리는 작은 목소리로 나를 부른 용건을 말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최석진 씨의 이름에 내가 만난 그 최석진 씨가 맞는지 잠시 의심이 가긴 했지만 캡의 눈빛이 반짝이는 걸 보니 아무래도 맞나 보다.
“그분이 저를 지명하셨다구요? 왜요?”
진정 궁금해서 물었다. 나와 섹스를 할 때 그렇게 즐거워했던 거 같지도 않고, 심지어 말을 듣지 않았다고 욕까지 하지 않았던가?
“글쎄∼ 너라면…….”
뒷말을 흐리는 캡을 보니 분명 내가 들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이야기일 것 같다. 대충 유추해서 던져 봤다.
“저라면 곁에 있어도 남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대요?”
“흐음∼ 본인 입으로 그렇게까지 말할 필욘 없는데.”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닐 거라는 표정을 짓는 캡에게 딱 잘라 거절했다.
“전용은 싫어요.”
“에이, 거절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딱 잘라 거절할 줄은 몰랐는데. 좀처럼 없는 기회인데 생각도 안 해 보는 거야?”
“아시잖아요, 전용 같은 거 했다가 나중에 뒷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난 감정을 한순간에 잘라 낼 자신이 없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전화로 물어볼 걸 그랬다∼”
“전용 일은 캡이 잘 거절해 주세요. 그럼 저는 졸려서 이만 가 볼게요.”
“응, 그래. 얼른 가서 자.”
“네, 가 보겠습니다∼”
인사를 꾸벅 하고 W를 나왔다. 오늘도 입김이 뽀얗게 나오는 추운 겨울밤이다.
“전용이라…….”
그것도 최석진 씨의 전용이라니……. 분명 구미가 당기는 제안이지만 뒷일을 생각하면 받아들일 수가 없다. 하지만 자꾸만 아쉬워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많이 아쉽다. 제안 받아들였으면 그 최석진 씨를 자주 볼 수 있는 거잖아?”
그래도 전용은 할 수가 없다. 나는 회원님에게 개인적인 감정을 갖지 않을 자신이 없으니까.
2장. 최석진 씨에게 전용 제의를 받다 (1)
직접 내 눈으로 보는 광경인데도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 믿을 수가 없다. 꼰 다리를 까닥이며 거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최석진 씨의 모습에 그의 앞에 있어야 할 게 나 아닌 다른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나를 호출한 건가?’
“내 제의를 거절했다고?”
그는 눈썹을 올리며 나를 사납게 쏘아봤다. 내 주제에 자기의 제의를 거절한 게 아주 못마땅한 모양이다.
“네.”
W의 VIP룸. 이런 비싼 룸에 들어와 본 건 처음이라 최석진 씨가 아닌 룸의 내부에 시선이 자꾸만 갔다. 벨벳 소재의 보드라운 와인색 벽들.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고급, 고급들뿐이라 마음 편하게 걷지도 못할 것 같다.
“왜지?”
“전용 지명은 호스트를 상대로만 하실 수 있습니다.”
“하? 손님 밤 시중은 들면서 호스트는 아니시다?”
“네, 저는 호스트가 아닙니다.”
내 말에 최석진 씨의 표정이 구겨졌다. 나 같은 게 자신의 제의를 거절해서 기분이 상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 부분은 정확하게 집고 넘어가야 한다. W에서 엄격하게 선별한 호스트와 잡일을 하는 내가 동급 취급을 받는 건 W의 위상이 떨어질 수도 있는 문제였다.
“내 전용이 되는 게 부담스러운 건가? 아니면 낮에 하는 일이라도 있는 건가?”
최석진 씨는 내가 너무나 잘난 자신의 곁에 있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거 같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역시나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다시 한 번 느꼈다.
“낮에 대학 실습을 하고 있긴 하지만…….”
“흐음, 전용 제의는 처음 받아 보나? 뭐, 그렇겠지. 시간 같은 건 조율하면 되잖아?”
그는 내 말을 싹둑 잘라 버리곤 대놓고 나를 비웃었다. 한숨이 나오려는 걸 겨우 참으며 되도록 인상을 구기지 않으려 노력했다.
“한 사람과 지속적으로 만나는 걸 원치 않습니다.”
내 대답에 룸의 온도가 급격하게 낮아졌다. 최석진 씨의 표정이 험상궂다. 곧 나를 때려도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가 흘렀다.
“볼품없고 인지도도 없는 너를 하루에 두세 시간 사용하고 한 달에 200을 제시하는 건 아주 과분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왜? 네 분수도 모르고 너무 적다고 생각하는 건가?”
최석진 씨의 말에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200만 원, 그것도 시간을 조율할 수 있다면 실습은 할 수 있을 테니 학업을 걱정할 필욘 없을 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중에 정이 들어 아플까 봐 마냥 거절할 수만은 없을 것 같다.
‘200만 원이면 당분간은 부모님에게 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도 되겠지? 요즘 점점 용돈 들어오는 날이 늦어지던데, 부모님 부담도 덜어 주고 싶고.’
“그럼 W에서 들어오는 일은 해도 됩니까? 최석진 씨 일정에는 영향 주지 않게 하겠습니다.”
전용을 끝내고 나서도 살 구멍이 있어야 하니, W에서 들어오는 일을 무작정 잘라 버릴 수가 없다. 만약 다 잘라 버리고 가끔이라도 나를 찾아 주던 회원님들이 더는 나를 찾지 않게 되면 학비를 마련할 수 없어 고향으로 내려가야 할 거다.
“그건 마음대로 하고, 내일 내 집으로 와.”
집이란 단어가 거슬렸다. 최석진 씨의 전용이 되면 그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되는 걸까? 나와 걸맞지 않은 사람과 함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썩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하지만 고시원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니 군소리 말자.’
“그렇게 하겠습니다.”
전용이란 게 회원님의 집에서 하숙을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금전적으론 잘된 일 같다. 내 대답에 최석진 씨가 야비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미 전용 제의를 받아들인 후라 싫은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럼 내일 집으로 와. 주소와 시간은 나중에 연락하지.”
“예,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고개를 숙인 내게 어떤 인사도 없이 그가 룸을 나가 버렸다.
“……성격 참 안 맞네. 잘 지낼 수 있을까 몰라.”
최석진 씨의 모난 성격에 앞날이 벌써부터 걱정이 되지만, 섹스 이외에는 접점이 그다지 없을 것 같다. 잘됐다고 생각하고 전용으로 있는 동안 마음껏 섹스나 해야겠다고 가볍게 생각했다.
실습 때문에 짐을 챙겨 최석진 씨의 집에 도착한 건 밤 10시가 다 되어 갈 때쯤이었다. 그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느낀 건, 와∼ 크구나, 하는 거였다. 외지도 아닌 도심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은 저택을 보며 대한민국에도 이런 곳이 있기는 하구나 싶었다.
“짐은 그것뿐?”
“네.”
최석진 씨는 별로 반갑지 않은 손님을 대하듯 퉁명스러웠다. 괜히 울컥한 나는 이렇게 푸대접을 할 거면 왜 집으로 들어오라 했느냐고 물어보고 싶어졌다. 신발을 벗기도 전에 그가 나를 지나쳐 문을 열었다.
“짐 풀고 할 일 해. 나는 오늘 안 들어오니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나가는 최석진 씨의 뒷모습을 보고 잠시 멍해졌다. 사람을 부른 첫날에 저렇게 휑하게 나가 버리는 건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소리일까?
“일 때문인가? 그나저나 이렇게 큰 곳에 혼자 살다니, 쓸쓸하지도 않나?”
넓어도 너무 넓은 최석진 씨의 집으로 발을 내딛었다. 방금 들어왔을 뿐인데도 넓고 조용한 집 분위기에 마음이 삭막해지는 것만 같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어디에 짐을 풀어야 할까 두리번거리고 있었을 때였다. 문자 알림 소리에 주머니에 두었던 폰을 꺼내 문자를 확인했다.
[오늘 시간 되니? L호텔 801호 무찬 씨가 호출했어.]
고개가 절로 갸웃거려졌다. 이렇게 이틀 연속으로 나를 부른 적이 없었던 사람이다.
“최석진 씨는 오늘 안 들어온다고 했으니까 가도 되겠지?”
[시간 돼요. 갈게요.]
짐을 구석에 가지런히 놓고 집을 나섰다. 이번 달은 돈 걱정 없겠다. 벌써 몇 달치 생활비를 벌어 놓은 셈이라 마음이 든든해졌다. 무찬 씨가 이렇게 나를 연달아 부르는 걸 보니 연말이라서 다른 호스트가 많이 바쁜 모양이다. 오늘도 그의 비릿한 정액을 맛봐야 하는 건 영 반갑지 않지만 무찬 씨의 얼굴을 본다는 건 꽤 기분이 좋았다.
버스를 타고 L호텔에 도착해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W의 넘버 투 윤이 씨와 최석진 씨의 모습에 저절로 걸음이 멈췄다. 오늘 집에 안 들어온다더니 윤이 씨와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서였나 보다. 그들과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하며 승강기 앞에 섰다.
“어? 우영이네?”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넘버 투 윤이 씨의 부드럽고 나긋한 목소리가 들렸다. 결국 마주치고 말았구나, 하는 생각에 표정이 굳어졌다. 껄끄러운 표정을 짓지 않으려 노력하며 몸을 돌려 윤이 씨와 최석진 씨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했다.
그런 나를 본 윤이 씨가 눈을 부드럽게 휘며 방긋 웃었다.
“여긴 어쩐 일이야?”
“저는 8층에 볼일이 있습니다.”
“8층? 지명? 심부름?”
내 대답에 윤이 씨의 물음이 이어졌다. 그런 윤이 씨의 곁에 있는 최석진 씨를 흘끔 보니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때마침 승강기 알림 소리에 다시 둘에게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다행이다. 사람들이 오가는 라운지에서 곤란한 대답을 하지 않아도 돼서.
“그럼 저는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인사를 하자마자 승강기에 몸을 실으니 윤이 씨가 반가웠다며 손을 흔들었다. 그에게 다시 한 번 고개를 살짝 숙이니 그 순간 승강기 문이 닫혔다.
“최석진 씨 인상이 왜 이렇게 더럽지?”
그의 미간에 잡힌 주름이 기분이 꽤나 더럽다는 걸 알려 줬다. 왜 인상을 쓴 걸까? 자기 전용이 된 지 하루도 안 돼 다른 사람 시중을 드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무찬 씨가 있을 801호의 초인종을 누르니 조금 거친 손길이 불쑥 나와 나를 룸 안으로 끌었다. 반항하지 않고 그에게 얌전히 몸을 맡겼다.
“흣! 으웃! 하아, 하아, 하아, 윽!”
사정 후 깊은 숨을 몰아쉬고 있으니 무찬 씨가 거칠게 내 안에서 빠져나와 서둘러 내 얼굴을 자신 쪽으로 잡아당겼다.
“욱!”
입안에서 느껴지는 비릿함에 또 오바이트할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을 잠재우느라 잠시 몸을 웅크렸다.
“하아, 하아, 읏, 하∼ 좋다. 난 또 우영이가 누군가의 전용이 됐다는 말에 안 올 줄 알았는데, 부르면 오네?”
“욱! 흣, 하아, 하아, 그분 일정을 봐서요. 그분이 바쁜 날에는 일을 받아서 해도 된다고 해 주셨거든요.”
“흐음∼ 그래? 그런데 왠지 서운한걸? 나도 내년 되면 한국에 정착하는데 그땐 내 전용이 될 생각은 없어?”
“…….”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만난 횟수는 얼마 안 되지만 알아 온 햇수는 꽤 되는 사람의 입에서 처음으로 전용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이 사람이 갑자기 왜 이런 말을 하는 건가 의아했다. 대답을 못 하고 무찬 씨를 보고만 있으니 그가 나를 향해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부터 생각해서 내년에 답해 주면 되는 거니까 천천히 생각해 봐. 나도 이번 사람처럼 우영이를 자유롭게 해 줄 테니 그건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아, 그 대신 손님을 받는 건 안 돼! 이게 내 조건이야.”
역시 이 사람은 웃는 게 참 매력적인 사람이다. 씩∼ 웃는 무찬 씨의 웃음에 나도 덩달아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싫어요. 같이 있으면 정들잖아요.”
평생 같이 살 게 아니라면 전용은 싫다.
“뭐야, 그럼 지금 이 사람은 같이 있어도 정이 가지 않다는 소리야? 그런 사람의 전용을 할 수 있겠어?”
내 말에 무찬 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오히려 정이 가지 않는 사람이라 좋아요. 나중에 전용이 끝나고 아파할 일도 없을 테고, 그리고 이렇게 일도 하게 해 주고, 또 낮에는 학교 실습도 갈 수도 있고, 저는 만족해요.”
“이런, 이런. 나는 모레면 다시 출국해서 아마 당분간은 돌아오지 못할 거야. 다시 만나면 그땐 내가 원하는 답을 들려주겠지?”
“……그건.”
“그때 답해 주면 돼. 천천히 생각하라고∼ 시간은 많아.”
그는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는 나를 다독이기라도 하듯 또 기분을 좋게 만드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무찬 씨는 제 어디가 마음에 드신 건데요?”
몇 년 동안 한 번도 듣지 못한 전용 제의라 문득 궁금해졌다.
“흐음, 글쎄? 우영은 간섭이 심하지 않을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서 전용으로 삼으면 마누라같이 구는 애들이 종종 있어서 귀찮은데 우영이는 안 그럴 것 같아.”
간섭이 심하지 않을 것 같아서라……. 그런 게 내 매력인 건가 싶어 조금 기분이 상했다.
“그래선지 나는 예쁘고 매력이 흘러넘치는 애들은 별로더라. 자기 주제를 모르는 애들은 더 싫고.”
내 표정이 어떤지 읽지 못했는지 태평스레 주제를 운운하는 무찬 씨가 얄미웠다. 그럼 나는 주제를 너무 잘 알아서 좋다는 말인가? 그거라면 무찬 씨나 최석진 씨가 다를 게 없지 않을까?
“잘 생각해 보고 있을게요.”
답은 그렇게 했지만 이 룸을 나서면 무찬 씨의 전용 제의는 생각에서 지워 버릴 거다.
“저 이만 돌아가 봐야 하는데…….”
내 말에 무찬 씨는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됐느냐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돌아올 예정이 없다고 한 최석진 씨지만 그래도 집에 들어가 있어야 할 것 같아 무찬 씨와는 관계만 맺고 바로 헤어졌다. 호텔을 나오니 할증이 붙을 새벽이라 택시 탈 엄두가 나지 않았던 나는, 약 두 시간을 걸어 최석진 씨네 집에 도착을 했다.
최석진 씨가 캡에게 전해 준 열쇠로 일하시는 분들이 출입하는 뒷문을 열고 들어가 빙 둘러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다시 봐도 혼자 살기에는 너무 큰 저택이었다. 이런 큰 저택엔 일하시는 분들도 많을 법한데 아직 최석진 씨 외에는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잘도 이 시간에 들어오는군.”
“……일찍 오셨네요.”
분명 자고 올 줄 알았던 최석진 씨의 목소리가 울리자 조금 당황스러웠다. 팔짱을 거만하게 척, 두르고 뭐가 그리 아니꼬운지 불도 꺼진 복도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내 전용 써 보겠다고 아까부터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제야 오는군.”
이건 명백한 시비다. 분명 일을 해도 된다고 해 놓고, 지금 최석진 씨의 표정과 행동을 미루어 봐선 내가 일을 하는 게 싫은 듯했다. 늦었다고 사과를 해야 하나 하다가 오늘은 들어오지 않는다 했던 최석진 씨의 말이 떠올라 입을 다물어 버렸다. 난 잘못한 게 없다.
“옷 벗지? 설마 씻지 않고 온 건 아니겠지?”
“씻었습니다.”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싶지만 그냥 생각을 접기로 했다. 그의 성격이 나쁘다는 건 첫 만남 때 파악했으니 일일이 화를 내면 나만 손해일 것 같다. 최석진 씨의 도발에 말려들지 않으려 그 자리에서 옷을 훌훌 벗었다. 방금 전 무찬 씨가 거칠게 잡아 마구 비벼 댄 유두와 페니스가 부어 있지만 어두운 밤이라 잘 보이지는 않을 거다. 그러나 예상외로 그는 바로 눈치챘다.
“흐응∼ 오늘 만난 손님은 꽤 집요한 사람인가 봐?”
“…….”
회원님에 대해서 말하는 건 금기 사항이기도 하고, 뭐라고 대꾸해야 할지도 몰라 입을 떼지 않았다. 그러자 대답을 하지 않아서 화가 난 건지, 아니면 윤이 씨와 한 번 뺐는데도 한참 부족한 건지 그의 거친 손이 내 어깨를 잡아 복도 벽으로 밀쳤다. 그러곤 아무 것도 바르지 않는 손가락으로 애널을 꿰뚫었다. 끙끙 앓는 소리가 저절로 새어 나왔지만, 그는 손가락을 두 개에서 세 개로 늘릴 뿐 그만둔다거나 아프지 않게 배려를 해 줄 생각 따위는 전혀 없는 모양이다.
“안이 무척 뜨거운데? 방금까지 사용한 흔적이 아주 짙어. 그대로 꽂아도 상관없겠어.”
“자, 잠깐! 윽! 크윽!”
다급하게 외쳤지만 싸가지 없는 최석진 씨는 그대로 내 애널을 뚫었다. 방금 전까지 해 댄 탓에 살짝 부어 있던 속살이 그의 생짜 페니스에 쓸려 이젠 따갑다.
“으흣, 살살, 살살해 줘요, 웃!”
부탁을 해도 그의 움직임은 인정사정이 없다. 안 그래도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가 최석진 씨의 구타 같은 허리 놀림에 힘을 잃고 주저앉으려 했다.
“으응!”
엉덩이를 쳐 대는 허리 놀림이 점점 빨라지고 거세졌다고 생각할 때쯤 어떤 양해도 없이 애널 안이 뜨뜻해지는 것이 느껴져 목까지 욕이 차올랐다. 안에다 싸는 게 취미인지, 아니면 나라서 그냥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시원하게 싸 버린 최석진 씨 때문에 당분간은 또 배탈로 고생을 해야 할 것 같다.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그대로 화장실로 직행해 버렸다. 최대한 빨리 빼내지 않으면 실습할 때 곤욕을 치룰 거다. 안 그래도 요즘 연말이라 바쁜데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리면 눈총을 받을 게 빤했다.
“쓰라리네.”
손가락을 넣어 정액을 긁으니 내벽이 너무 쓰라려서 제대로 정액을 빼낼 수가 없다. 할 수 없이 샤워기 앞을 빼 호스를 애널 입구에 대고 물을 최대한 집어넣어 정액을 뺐다.
“콘돔 사러 가야겠네. 이러다간 장에 이상 생기겠어.”
정액을 다 긁어내고 나오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힘없는 다리로 걸음을 옮기다 보니 문이 덜 닫힌 방이 보였다. 나는 혹시 최석진 씨의 방인가 싶어 슬쩍 방문을 열어 보았다.
침대와 옷장이 전부인 작은 방이었다. 아무리 봐도 최석진 씨의 방은 아닌 거 같아 뒤돌아 나가려다 한쪽에 내 짐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마 이곳이 내 방인 모양이었다. 최석진 씨에게 돌아가 잘 주무시라고 인사를 해야 하나 싶다가 그런 건 별로 좋아할 것 같지 않은 사람이라 그냥 침대로 지친 몸을 뉘였다. 엉덩이가 불이 난 것처럼 아프고 쓰라리다. 오늘은 여러모로 기분이 썩 좋지 않는 날이다.
“정액을 뺀다고 뺐는데 배탈이 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침대에 누우니 몸이 침대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물 내리는 소리가 쏴― 하고 들리는 걸 뒤로하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윽, 죽겠네.”
아침부터 부글부글 끓어 대는 기분 나쁜 배탈의 신호에 눈살이 절로 찌푸려졌다. 어제 급하게 뺀다고 뺐지만 속에 정액이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최석진 씨 때문에 배탈을 달고 사네.’
배를 부여잡고 끙끙대며 내 방 복도를 지나 거실로 가니 휑한 공기만 나를 반겼다. 나간 건가? 워낙 잘나가는 사람이니 집에 있는 게 오히려 더 신기할 것 같다. 최석진 씨가 없어서 그런지 집이 더 커 보였다.
“윽, 또 배 아파.”
살살 신호가 오는 배를 움켜쥐고 방금 전에 나온 화장실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
“설마 콘돔을 안 끼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겠지?”
콘돔을 사러 가야겠다. 콘돔 사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도 내가 끼워 주면 그만이다.
“출판사 가야 하는데……. 약 사 먹고 가야겠다. 이래선 화장실 들락날락거려서 눈총받기 딱일 거야.”
어제 퇴근할 때 모습이 떠올라 식은땀이 흘렀다. 초췌했던 직원들의 모습을 떠올리니 화장실 간다고 자리 비울 틈도 없을 것 같다.
“나도 커피나 잔심부름 말고 출판 일을 배우고 싶은데, 못 하더라도 좀 맡겨 봐 주지.”
실습한 지 꽤 됐는데도 아직 커피 타는 일 같은 잡일만 하고 있는 게, 내가 못 미더워 보이는 건가 싶어 살짝 서운했다.
“윽, 배가 너무 아파.”
심상치 않게 아픈 배에 이번 배탈은 며칠 갈 것 같은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꼭 콘돔 사 놔야지. 이러다 탈진해서 기절하겠네.”
배탈이 너무 심해 입이 바싹 마른 느낌이 들었다. 물을 먹고 싶지만 주인이 없는 집이라 멋대로 물을 꺼내 먹기가 꺼려졌다. 나가서 사 먹어야겠다.
배탈 때문에 원래 나가려던 시간보다 조금 늦게 최석진 씨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서자마자 칼날 같은 바람이 휘잉∼ 하고 불었다.
“오늘은 더 춥네. 삼한사온은 무슨, 매일 추운데.”
배탈이 나서 그런지 배 쪽이 시리도록 차갑다. 칼날 같은 바람을 이겨 내고 겨우 도착한 출판사의 문을 열었다.
‘난 이제 죽었다.’
밤샘을 한 모양인지 어제와 같은 옷을 입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에 배탈에 신경 쓸 여유가 싹 사라졌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지 않는 걸 아는데도 안녕하냐고 물어야 하는 상황에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오! 드디어 우영이가 왔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어?”
평소엔 인사도 잘 안 받아 주던 사람들이 오늘은 무척이나 나를 반가워하는 듯한 분위기다.
“나 커피 좀!”
“그리고 이거 복사도 좀 해 주고.”
“그리고 요 앞에 있는 토스트 집 가서 우리 먹을 것 좀 사다 주라.”
출근하자마자 쉴 틈도 주지 않고 주문을 해 대니 혼이 나가 버릴 것 같다.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후다닥 가방을 놓고 복사할 용지부터 복사기에 넣어 둔 다음 커피를 사람 수대로 타기 시작했다.
“실습인지 허드렛일 하는 알바생인지 구분이 안 가네. 원래 출판사로 실습 나오면 이런 건가?”
한숨이 절로 터지지만 초췌한 직원들의 모습이 안쓰러워 커피 타는 손을 더 빨리 움직였다.
* * *
―죄송합니다. 회원님이 지명한 제이가 교통사고가 나서 제이를 보낼 수가 없겠습니다. 곧 저희 직원이 찾아뵙고 사과드리겠습니다.
긴 드라마 촬영을 끝내고 오랜만 얻은 휴식을 파라다이스 호텔에 머물며 느긋하게 보내고 있을 때였다.
호스트 클럽으로 유명한 W에서 걸려 온 전화 한 통화로, 드라마 촬영 때문에 쌓였던 욕구가 한순간에 화로 바뀌었다. 아주 오랜만에 얻은 휴식에 드디어 욕구불만을 해소할 수 있겠다 싶었는데 교통사고로 제이를 보낼 수가 없다니! 제이를 보낼 수 없으면 대신 누구라도 보내야 할 거 아니냐고 소리를 지르고 싶은 걸 이미지를 생각해서 꾹 참고 또 참아 내며 알겠다며 전화를 탁, 끊었다.
“제길, 하필 내가 쉴 때 교통사고가 날 게 뭐야!”
화가 나서 제이와 함께 마시려 준비한 와인을 따 맥주를 마시듯 벌컥벌컥 들이켰다.
급하게 마신 와인에 살짝 취기가 돌 때였다. 짜증을 유발시키는 인터폰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화를 더 돋웠다. 곧 직원이 찾아뵙고 사과를 드리겠다던 W의 전화 내용이 생각이 났다.
“난 사과보단 욕구를 풀 상대가 필요하다고, 제길.”
입에서 거친 욕설이 나오는 걸 막지 않으며 인터폰을 받아 사람을 올려 보내라고 했다. 문을 열어 W의 직원을 확인하자마자 실망스러움을 느꼈다. 그래도 W의 직원이면 얼굴이라도 반반하겠지 내심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평범한 얼굴에 그다지 직급이 높아 보이지 않는 남자의 모습에 겨우 참고 있던 화가 폭발해 버렸다. 지금 현재 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스타 최석진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심부름꾼이나 할 것 같은 놈을 보낸 W의 행동이 나를 우습게 여기는 것 같아 사과를 받아 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