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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겨서 못 사귀겠수다 1권
-by 로이웬스

<목차>

1. 나도 원하는 타입이란 게 있어!
2. 나 갖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깝다?
3. 왠지 씁쓸한 기분
4. 갑자기 나타난 스포츠 카?
5. 죽과 쌀통과 바이브
6. 영화관, 그리고 고백
7. 잊은 물건
8. 쌀통에서 발견한 12시간 지속되는 그놈
9. 우리는 사귀는 사이?
10. 제가 주한석 씨 애인인 김영훈입니다!
외전 1. 영훈이가 임신수라면
외전 2. 연하진과 최강의 이야기
외전 3. 김영훈의 그놈들
외전 4. 지석, 규호, 영훈의 고딩 시절



/(1)/



1. 나도 원하는 타입이란 게 있어!


‘흐음. 오늘도 난리 나셨군.’
역시나 출근하자마자 보게 되는 뜨거운 장면들이라니…….
스테이지를 지나치자마자 엉겨 붙어 거의 정사에 가까운 행위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사람들에게 힐끔 시선을 보내며 탈의실로 들어섰다.
“하아……. 다들 끼리끼리 신들 나셨군.”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거린다. 라커룸의 문을 여니 조그맣게 붙어 있는 거울이 내 얼굴을 비춘다. 평범한 얼굴. 이게 평범한가? 173이라는 어중간한 키에 그렇다고 몸매가 좋은 것도 아니고……. 군대를 갓 제대했을 때 몸매는 그럭저럭 봐 줄 만하다고 생각했는데 야간에 일을 시작하다 보니 흐물흐물해지는 살들과 약간씩 불어나는 뱃살들로 인해 몸꽝으로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돼 버렸다. 거기다 얼굴도 그럭저럭 이라니…….
하아.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성인자라는 쌍꺼풀도 없고 콧대도 그리 높지 않다. 그리고 더 싫은 건 약간 튀어나온 광대뼈가 싹수없는 이미지를 풍긴다는 거다. 이렇게 생기면 피부라도 하얗게 태어날 것이지 누가 대한민국 토종 사람 아니랄까 봐 누리딩딩하다.
하아……. 또다시 한숨이 흘러나온다. 이래저래 뜯어봐도 가장 예쁜 곳이 치아 정도랄까……? 칫. 여기까지 생각을 해 버리니 또 급 우울해지고 만다. 힘없는 손길로 바텐더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마지막으로 얼굴이 깨끗한지 확인한다. 못생겼으면 몸이라도 깨끗하게 하고 다녀야 된다는 게 나의 신조니까!
“하아…… 오늘도 우울하군.”
마지막으로 거울 속의 나에게 지금 기분을 알려주곤 라커룸 문을 닫는다.
나가 보니 아주 여기저기서 쪽쪽 난리 났다. Bar 안으로 걸어가는 길이 족히 10m도 될까 말까 한데 그 길을 걷는 동안 벽에 기대어 농염한 키스를 퍼부어 대는 놈들을 네 쌍이나 봐 버렸다.
누구 심장에 불붙이는 것도 아니고!! 제길……. 29년 인생 살면서 딱 2번 연애를 해 봤다. 군대 가기 전에. 그것도 아주 짧게.
‘아…… 또 우울해졌어.’
바텐이라 우울한 얼굴을 보이면 안 되기에 애써 무표정을 지키며 Bar 안에 들어가 먼저 있던 선임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곤 유리잔을 닦기 시작했다. 유리잔들을 Bar 위에 설치된 잔 꽂이에 하나하나 밀어 넣고 있으니 누군가 내 앞에 턱 하니 앉는다.
“영훈, 나 마티니 한 잔.”
흘끔 시선을 주니 꽤나 얼굴이 익은 놈이다. 많은 것을 바라는 건 아니지만 방금 출근한 사람을 보면 인사 정도는 해 줘도 될 텐데 여기 있는 놈들은 내가 출근 하든 말든 신경 써 주는 놈 하나 없다.
하아……. 또 저절로 터져 나오는 한숨들. 얼음을 잔에 넣고 술을 넣어 셰이킹하고 있을 때도 녀석은 나를 정면으로 한 번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놈이 시선을 둔 곳에 흘끔 눈을 주니 이 Bar에서 공주님이라 불리는 윤희제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놀고 계시는 중이셨다.
‘흐음……. 이놈 다음 타깃은 저 윤희제 녀석이군.’
윤희제, 공주님이라고 불리지만 꽤나 문란하게 밤놀이를 즐긴다는 소문이 있는 녀석이었다. 특정 상대를 만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한 번 잤던 상대방은 쫑이다! 이런 것도 아니라 내 입장에선 괜히 미운 사람 중 하나이다.
‘어떻게 한번 잤던 여러 상대와 저렇게 웃으며 이야길 할 수 있는 거지?’
아무리 이해해 보려 해도 인기 없는……, 변변한 연애도 못 해 본 내가 저놈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거다.
“주문하신 마티니 나왔습니다.”
마티니를 앞으로 척 하고 밀어 주니 “쌩유~” 하곤 쌩하니 윤희제 놈에게 휙! 가버린다.
“쳇…….”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싫은 소리가 나와 버린다.
“쿡, 우리 영훈이 저놈한테 관심 있어?”
이건 또 뭔 소린가? 슬쩍 옆으로 얼굴을 돌리니 그동안 밀린 설거지로 바빴던 선임이 내 근처로 와 또 빙글빙글 웃으며 나를 놀려 댄다.
“으……. 그런 소리 하지 마요, 저런 놈을 내가 왜 좋아해요?”
정조 없고 거기다 빈대 습성까지 있는 놈을 내가 왜 좋아해야 하냔 말이야? 선임에게 다신 그런 말 하지 말라며 인상을 팍 한 번 써 주곤 다시 남은 잔들을 닦기 시작한다.
“킥킥, 영훈이가 따질 처지는 아니잖아?”
으……. 이 진실 촉새. 하는 말마다 진실이 뚝뚝 묻어나는 게 이 선임의 문제라면 문제랄까? 거기다 비웃음까지 흘리다니!
“따질 처지는 아니지만 싫은 건 싫은 거예요.”
인상이 구겨질 거 같았지만 애써 참으며 내 의견을 전달한다.
“너 그러다간 정말로 연애 한 번 못 해 보고 숫총각으로 죽어 버릴 거야!”
이 사람이……! 사람 속을 어디까지 긁어야 속이 시원할까?
“하아. 선배님, 숫총각으로 죽어도 나도 취향이라는 게 있으니까 신경 끄세요.”
“치~ 나는 영훈을 위해서 하는 말인데~”
그런 생각이면 내 생각하지 말아요! 라고 외쳐 주고 싶지만 정말로 나를 위한답시고 한 이야기였기에 입 다물고 가만히 듣고만 있을 뿐이다.
내 타입이라긴 뭣하지만……. 흘끔 춤을 추는 스테이지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테이블을 바라본다.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한 놈을 한 팔로 안고 귀찮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주한석. 지금은 사업도 한다는데 그는 세계에서 사랑받는 모델이다.
큰 키에 넓은 어깨! 거기에 잘생긴 외모까지. 주한석 같은 남자는 특히 바텀이라면 한 번쯤은 욕심을 내볼 만한 남자다. 내 얼굴이 잘나지 않았기에 타인의 외모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따지진 않지만 남자다운 얼굴에 섹시한 바디라인에는 본능적으로 끌리지 않을 수가 없다. 흘끔흘끔 보내는 시선을 거두어 보려 해도 잘 되지 않는다. 육식 동물 같은 눈빛과 짙은 눈썹이 그의 야성미 넘치는 눈을 강조해 주고 시니컬한 느낌을 주는 그의 입술은 그를 더 섹시하게 보이게 한다.
하아……. 저 정도면 윤희제 수준의 미모는 돼야 어울리겠지? 또 다시금 우울해진다. 제길…… 오늘도 컬렉션에 추가할 물건을 부탁해 볼까?

“서방 왔냐?”
“오냐, 마눌.”
나를 보며 장난기 그득한 눈빛을 보내오는 친구란 놈 옆에 턱 하니 앉는다.
“……가져왔냐?”
“쯧, 너도 너다. 이제 그만 애인 좀 사귀지?”
혀를 차며 하는 소리에 그냥 건네 줄때까지 입 다물고 있을 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윽, 조용해.”
마눌이라고 부르는 내 친구 놈을 티껍다는 듯 본다. 고등학교 때, 축제에서 하필 이놈이랑 부부 역으로 연극을 하는 바람에 그게 굳어져 지금까지 이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고 있지만 사실 사람들 앞에서는 웬만하면 이 호칭으로는 부르고 싶지 않다. 사람들 앞이라고 정색하고 이름 부르는 것도 이상해서 계속 이 호칭을 고수하고는 있어도 내가 진짜 이놈 서방인 것도 아니고. 내가 얼마나 시답지 않았으면 부부 역을 한 나를 제치고 우리 아들놈 했던 놈이 이놈 애인이 되었을까? 정말 떠올릴 때마다 속이 쓰려 기억하기 싫은 고등학교 시절 일화 중 하나다.
종이 포장지에 잘 싸인 작은 상자를 내미는 놈의 얼굴에 장난기가 그득하다.
“놀리려거든 입 열지 마.”
비참하니 말을 꺼내지마! 란 뜻이 내포되어 있음을 잘 아는 지석이 알겠다는 듯 눈빛을 거둬 들인다.
“네 놈 성격 하난 좋은데 왜 다들 모를까?”
“네 놈도 나 말고 딴 놈 선택한 주제에 말은…….”
“으음, 나는 너 좋아했는데~”
“에엑?!”
무심히 툭 뱉어 낸 말에 내가 정말 놀랐을까 마는 그냥 놀란 척해 준다.
“진짠데?”
“진짜라면 좀 우울한데?”
“킥, 나 같은 놈은 안 될 거라고 일찌감치 포기한 네 잘못이지. 어서 빨리 좋은 놈 만나. 이런 거 가지고 놀지 말고.”
장난을 치던 지석의 말이 흐려진다.
으……. 비참하게. 나라고 애인 안 만들고 싶은 줄 아나? 쳇, 그리고 날 좋아했다는 말도 장난으로 하지 말라고, 진심이 아닌 걸 알면서도 정말일까? 그런 생각이 들잖아!
“어!! 영훈이 아냐? 여기에서 다시 일하려고?”
눈을 반짝이며 씨알도 안 먹힐 이야기를 하고 있는 전 직장 마스터를 보며 안 그래도 씁쓸한데 염장 지르냐며 한숨을 푹 내쉰다.
“나 손님석에 앉아 있는 거 안 보여요?”
내가 게이바로 옮겨 간 후 올 때마다 다시 여기서 일할 생각이 없냐는 마스터의 질긴 물음에 이젠 지칠 대로 지쳐 버려 오고 싶지 않지만 여기가 제일 편한 장소니 내가 어딜 가겠는가. 쩝……. 저걸 계속 들어 주는 수밖에.
마스터가 작은 상자를 슬쩍 염탐하듯 보고 있는 것에 흠칫 놀라 일단 가방에 서둘러 상자를 넣고는 지석이를 자리에서 일으킨다. 마스터의 집요함이란 지석의 입에서 뭔 소릴 나오게 할지 모를 일이라 지석이에게 얼른 가 보라 눈치를 주니 그런 내 행동에 눈치 빠른 지석이 알았다며 손을 흔들어 인사까지 하며 가게를 나선다.
“치……. 내가 뭔 짓을 한다고…….”
내 행동에 삐친 마스터가 심통을 부리듯 맥주 한 병을 툭! 하고 세차게 놓는다.
“아아. 너무 그러지 마요, 나도 일 옮기고 힘들어요.”
“그러니까 다시 오라는 거 아냐? 여기서 일 잘하다가 그 게……! 여튼, 거기 가선 우중충하게 이게 뭐야? 내가 월급을 적게 줬어, 그렇다고 너를 빡세게 굴리길 했어?”
“못생겼다고 구박은 했잖아요.”
“이……! 그건 내가 잘못했어, 치, 그래도 너만한 놈이 어디 있어야 말이지.”
“쿡, 내가 일은 잘했죠?”
“……으, 못된 놈.”
“킥, 나 다시 여기 올지도 몰라요. 거기 있어도 내 짝 찾기 어려운가 봐. 못생긴 건 여기나 거기나 마찬가진가 봐요.”
“……짜식. 남자한테 못생긴 게 어디 있어? 매력이 없는 거지.”
매력이 없다니……. 차라리 못생겼다는 말을 듣는 게 낫겠다.
“……나 화나게 하려고 하는 말 아니죠?”
“윽. 술이나 처먹어.”
“쳇.”
참을 수 없는 씁쓸함에 물방울이 방울방울 맺히기 시작한 맥주를 한껏 들이켠다. 답답한 속이 조금 내려가는 기분에 한 병 더 달라고 병을 들어 보였다. 그런 나를 본 마스터가 쯧, 하고 혓소리를 내더니 한 병을 건넨다.
“마스터…….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어요?”
답답한 마음에 슬쩍 물었더니 마스터가 발길을 우뚝 멈추고는 줄줄 싫은 소리를 뱉어 낸다.
“너는 생긴 게 좀 구식선생 같이 생겼잖냐. 밤일도 재미없을 것 같고. 아! 이건 아닌가? 하하하. 너무 신경 쓰지 마라~ 헛소리야 헛소리.”
헛소리는 개뿔. 열 받을 소릴 툭 뱉어 내곤 헛소리라 그런다. 평소 그렇게 생각했으니 망설이지도 않고 줄줄 뱉어 낸 것이겠지.
에잇! 마시고 뻗어서 진상이나 부려 버릴 테닷! 마스터에게 그동안 억눌려 왔던 설움을 술주정으로 승화시키리라 다짐하며 순식간에 맥주 세 병을 들이켰다.
“에잇!! 이거 말고 위스키나 줘요!”
“뭐? 내일 일 안 나가?”
“내일 휴무요, 그러니 빨리 줘요!”
버럭 소릴 지르니 적당한 것을 골라 잔과 함께 턱 하니 밀어 준다.
“쳇, 내일 쉬면 나나 도와줄 것이지…….”
“엑, 쉬는 날까지 남의 일을 도와주고 싶겠어요? 마음도 심란한데……. 칫, 마시고 뻗어 버릴 테니 아무 데서나 재워 줘요.”
“쳇, 내가 너 뭐가 예쁘다고? 적당히 마시고 돌아가!”
“예~ 예~”
노란색 액체가 내 속에 들어가 나를 알딸딸하게 해 준다. 잔에 담긴 액체 속에서 일렁이는 내 얼굴이 더 못생겨 보인다. 그걸 가만 보고 있자니 짜증이 울컥 치민다. 내가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이렇게 태어난 게 아니란 말이야! 나보다 못생긴 개그맨들도 예쁜 사람 만나서 잘 사는데!! 나는 왜!! 와이?! 이렇게 술만 푸고 있어야 하냐고!
아아……. 생각할수록 열이 뻗친다.
제길. 눈앞이 흐릿흐릿해지는 걸 보니 이제 한계까지 마신 듯싶다. 좀 더 마시면 정말 추태를 부릴 듯해 위스키 병을 살짝 밀어 놓곤 마스터를 찾아 고개를 든다.
“어! 주하서기다!”
내가 지금 삿대질을 하고 있는 건가? 머릿속이 가물가물하다. 눈으로 주한석과 닮은 놈을 쫓고 있는 게 맞는지도 의문이다. 환상인가? 내가 환상을 볼 만큼 주한석을 좋아했었나? 아닌데? 좋아한 적은 없는 거 같은데?
“…….”
심드렁한 태도. 술로 인해 달아올랐던 기분이 더러워진다.
“쳇, 오느른 혼자네? 나라 자러 가까요? 킥, 실음 말고, 헤헤 근데……, 마스턴? 나 재워 죠야 하느데…….”
술주정이라고 해도 정말 실없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저런 놈이 뭐가 아쉽다고 나랑 자겠는가? 마스터를 찾아 빨리 머리라도 뉘려고 눈을 이리저리 굴릴 때였다. 뭐 이리저리 굴렸다곤 해도 어지러워 슬쩍슬쩍 굴린 게 다지만은…….
“가지.”
“?”
손을 잡고 우악스레 잡아당기는 주한석으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질질 끌려가는 내 몸뚱이. 나를 여기서 치우려는 건가? 뭐…… 아무렴 어때, 잘 수만 있다면.
“뭐야, 숫총각이라고 소문이 자자하더니 아니었나?”
숫총각? 그런 소문이 돈다고? 쳇, 하여간 남자들이 말이 더 많다니깐. 뭐, 어때. 사실인데.

응? 뭐지……? 집인가? 몸이 누군가에 의해 이리저리 흔들린다.
“흣!”
기분 좋게 움찔거리던 애널이 찢어질 듯 고통을 호소한다. 내 물건 중에는 이렇게 큰 건 없는데? 놀라 눈을 떠 보니 흐릿한 게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 성기 모형의 장난감을 아래쪽 구멍에 처음 넣어 보았을 때를 떠올리며 숨을 푸욱 내쉬니 이때다! 하고 쑥! 하고 뭔가가 들어온다.
“하읏…….”
이렇게 가득 채워진 적은 처음이다. 뭔가 간질간질하고 답답하고 미칠 것 같은 느낌.
퍽!
순식간에 뭔가가 빠져나가는 느낌에 아쉬워 힘을 주니 그 무언가가 퍽! 하고 다시 들어온다.
찌르르르.
그 거친 움직임에 페니스가 찌르르르 울리고 아랫도리가 간질간질해진다.
‘으……. 너무 느껴져.’
술기운에 빠른 사정을 해 버릴 것 같아 손으로 나오지 못하게 꾹 쥔다. 강한 충격에 조금 수그러든 페니스를 느끼며 호흡을 골랐다. 누군가와 그토록 고대하던 첫 밤을 보내고 있는데 이렇게 맥없이 끝낼 수 없단 의지가 활활 불타올라 그 어려운 페니스 사이즈 조절을 성공시킨 것이다.
으하하하!
속으로 연신 웃으며 숫총각 딱지를 뗀 오늘은 혼자 기념하고 있을 때였다.
“숫총각도 아니고 샌님도 아니었군. 꽤나 에로한 몸이네.”
비웃는 남자의 목소리에 기분이 좋지 않다. 칫. 그래, 나는 남자 하나 없이도 에로한 몸이라고! 그게 왜?! 지금 기분만 좋으면 됐잖아!
나는……, 훌쩍…….
갑자기 서러워졌다. 처음 애널을 넓힐 때가 떠올랐다. 찢어져 피 흘리는 거기를 혼자서 닦아 내고, 연고를 바르던 그때가…….
제길…….
언제 올지 모를 기회다 생각하고 내 몸에 페니스를 처박아 대는 놈의 상체를 꽉 하고 안는다.
“앉을래.”
주춤하던 놈이 마지못해 나를 일으켜 앉혀 준다.
나는 앉아서 하는 방법밖에 익히질 않았단 말이다, 이 멍충아!! 혼자서 할 때 누워서 다리 들고 하면 얼마나 힘든데!
뱃속이 가득 찬 느낌에 기분이 좋다.
미친 듯이 허릴 움직였던 것 같다. 퓨즈가 팍! 하고 나가 버릴 때까지…….

“으…… .머리아파.”
술을 만지는 일을 하긴 하지만 역시나 술은 내 몸에 맞지 않는 듯하다.
으……. 죽겠네. 골이 띵해…… 그나저나…… 왜 허리 밑으로 감각이 없는 거지?
이상한 느낌에 슬쩍 고개를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왜, 홀딱 벗고 있는 거지?
/“나라 자러 가까요?”
“가지.”
“숫총각도 아니고 샌님도 아니었군, 꽤나 에로한 몸이었군.”
“앉을래.”(회상)/
갑자기 해일이 밀어 닥치듯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대화들…….
헉! 지저스!!!
어딨어! 어딨지?
으! 내가 미쳤지! 아무리 굶주려 있어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랑 일을 벌여? 으! 내 빤스는 어딨는 거야?! 미친 듯이 팬티를 찾아 이리저리 눈을 굴리고 있을 때였다.
달칵.
감각이 없는 다리를 꼬집어 가며 몸을 일으키다 문소리에 흠칫 놀라 그 자세 그대로 굳은 채 숨을 죽인다. 어제의 그놈이 나오려는 듯 욕실문이 스륵 하고 열리고 있었다.
으……. 안 돼! 열지 마! 열면 안 돼!
눈을 꼭 감고 제발 나오지 말라고 간절히 빌었다. 얼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술기운에 잤긴 했지만 내가 먼저 유혹하지 않았는가?!
미쳤지, 미쳤어!
분명 제대로 된 놈이 아닐 거야! 나오기 전에 도망가야 해!
놈이 나오기 전에 튀어야겠단 생각으로 가득 찬 나는 침대 머리맡에 얌전하게 모셔 둔 옷가지들을 보자마자 필사적으로 후다닥 입기 시작했다. 재빨리 팬티와 바지를 껴입고 지퍼를 올리려는 순간! 몸의 물기를 닦느라 늦게 나온 것인지 놈이 털이 숭숭 나 있는 다리를 쑥 하고 내민다.
‘으악! 나오지 마! 내가 나간 다음에 나오란 말이다!’
다리를 내민 놈을 곁눈질로 체크하며 셔츠를 꿰어 입곤 달달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들어 올리려던 참이었다.
“뭘 그렇게 급히 가지?”
……헉!
‘주……한석?’
그…… 그……, 모델에 사업가인 주한석? 내가 이놈이랑 잔 거라고?
눈앞에 있는 주한석이 정말 내가 아는 주한석이 맞는지 한참을 넋을 놓고 본다. 고개를 한껏 꺾어야 보이는 얼굴에 카리스마계 모델답게 떡 벌어진 어깨, 그리고 모델만 했을 때와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더 멋져진 몸매.
어쩜 이리 몸이 좋을 수 있는 거지?
헉……. 가만! 내가 정말 이놈하고 했단 말이야? 으악! 이럴 수가! 이런 경사스런 날에 증거물 하나 없다니! 내 첫 경험을! 그것도 주한석이나 되는 남자와 치렀는데! 비디오라도 찍어서 평생 간직해야 할 순간을 술에 취해 기억도 못 하다니! 아니지! 혹시 몰라! 여기에 몰카가 설치되어 있을지! 몰카를 찾아 고개를 들려던 순간, 갑자기 자신이 바보가 된 느낌을 강렬하게 받는다.
하아…….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람. 녀석하고 나는 이제 더는 아무 일도 없을 건데……. 급 우울해진다. 흥분했던 기분이 착 가라앉으니 Bar에서 신 나게 얘기를 주고받던 시답지 않은 녀석들의 대화가 생각난다. 원나잇 상대가 친근하게 달라붙으면 재수가 없댔나? 아무튼 그런 식의 대화였던 것 같다. 착 가라 앉은 기분으로 다시 주한석을 보니 귀찮은 일은 딱 질색이라는 듯 자기도 서둘러 나갈 생각인지 옷을 주워 든다.
아랫도리가 마비될 만큼 박아 넣었으면서 괜찮으냐는 말 정도도 안 하냐?
제길. 이래서 상판 보고 사람 대우 달리하는 놈들이 제일 싫다니까.
갑자기 또 서럽네. 그래도 기분 좋은 꿈을 꾼 거 같았는데……. 가방을 침대 위로 툭 내려놓으니 주한석이 그제야 나를 본다.
“뭐지?”
차가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주한석의 눈이 싫다. 나를 작고 보잘것없게 만드는 눈이…….
왜? 내가 또 해 달랄까 봐 무섭냐?
“저기, 체크아웃 몇 시까집니까?”
“12시.”
생각도 하지 않고 툭 뱉어 내는 것을 보니 돈 많은 사업가가 맞나 보다. 나는 이런 호텔 같은 데 처음이라 모르는 것투성인데……. 시계를 들여다보니 오전 9시를 지나고 있다.
“저는 숙취 때문에 좀 더 있다 나갔으면 하는데 괜찮겠죠?”
한참을 나를 보던 주한석이 옷을 마저 입고 가려는 듯 내게 등을 돌린다.
“아아, 마음대로. 나중에 상대가 없으면 또 보자고. 속궁합은 꽤나 맞는 거 같으니.”
……속궁합?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기억도 안 나는데 내가 속궁합이 잘 맞는지 어떻게 알아?!”
이미 닫혀 버린 문을 향해 소리치고 숙취로 인해 지끈지끈한 머리를 푹신한 베개에 댄다.
“여기서 저놈하고 했단 말이야? 너무하네, 어떻게 딱 섹스하는 부분만 기억이 안 나지?”
지지리 복도 없지. 첫날밤을 이렇게 허무하게 보내다니……. 동정을 안고 산 어제보다 오늘이 더 서글퍼지는 것은 왜일까?
‘지석이한테 보고나 해야겠다.’
처녀 딱지는 뗐으니.

+

“아아……. 그렇다니까.”
[그럼 정말로 어제 술 먹고 처녀 뗐단 말이야?!]
“암튼 그렇게 됐어. 그 전에 한 번 본 적 있지? 모델 주한석.”
[뭐?!!]
“앗뜨! 귀청 나가겠다!!!”
[주한석? 너 정말 그놈하고 한 거야?]
“그렇다니까,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 녀석이더라.”
[으아! 김영훈! 너 완전 로또 맞은 건데 왜 이렇게 시무룩해?]
“로또는 무슨. 기억도 안 나는데다가 어차피 다시 볼 것도 아닌데 뭐.”
[그건 모를 일이지! 아! 너 너무 들러붙으면 정 떨어지는 거 알지?]
“아아. 예~ 예~ 압니다. 하지만 들러붙을 일은 없어. 그 사람하고 나는 사는 세계부터 다르잖아.”
으……. 말하고 나니 또 열이 받는다. 나는 왜 이렇게 태어난 거야?
마눌에게 간단한 보고를 끝낸 난 폰을 주머니에 집어 넣으며 호텔을 나선다.
칫……. 혼자서 나가니 기분 꿀꿀하네.
아아, 꿀꿀해!

꿀꿀한 기분은 처녀 딱지 뗀 어제보다 오늘이 더 심해졌다. 주한석이 나를 보자 Bar로 와 앉은 것까진 좋았다. 친한 척, 아는 척도 들러붙는 거에 일종인가 싶어 주문 전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괜히 유리잔을 닦고 정리하고 분주하게 몇 분을 움직여도 놈이 좀처럼 입을 떼지 않아 결국 손을 멈추고 주한석 앞에 섰다.
주한석의 짙은 눈썹이 조금 꿈틀거린다. 그 아래로 쌍꺼풀이 있어도 날카로운 눈이 번뜩인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쿡.”
……쿡?
입술을 비스듬히 비틀어 웃는 주한석의 미소가 위험스럽게 보였다. 주먹 좀 쓴다던 소문이 그냥 소문만은 아닌 듯한 건 내 소심증 때문일까?
“왜 웃으십니까?”
“어제랑 너무 달라서.”
어제…….
들러붙는 것처럼 보일까 덮어 두었던 말을 주한석이 꺼낸다.
“어제 같은 경우가 드문 겁니다, 뭘 주문하시겠습니까?”
“아아, 확실히 어제랑은 다르군. 브랜디 한 잔 줘.”
상표나 마시는 타입을 거론하지 않아 얼음이 담긴 온더락 잔에 따라 주한석의 앞에 놓았다.
“다음엔 얼음 없이.”
“예, 알겠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주한석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다. 나는 어제 어땠나, 속궁합이 좋다는 게 무슨 뜻인가, 지금 내게 이러는 이유가 한 번 더 자고 싶단 거 맞느냐 등등. 하지만 아무래도 여긴 듣는 귀가 많아 나중에 둘이 되었을 때 물어보자 싶어 근질거리는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중이었다.
“설마, 저 주한석이 바텐에게 관심이 있으려고.”
“그렇지? 하긴 바텐처럼 못생긴 애가 주한석이랑 어울리기나 하겠어? 킥.”
“쿡쿡쿡, 당연하지! 다들 주한석 집에서 일하는 파출부라고 생각할 걸?”
“하하하 파출부! 그거 딱이다!.”
……빌어먹을.
내 귀에 똑똑히 들리는 저 이야기가 주한석에게는 들리지 않았는지 나를 재미있다는 듯 보는 눈빛이 한결같다.
젠장…….
“어제 일은 죄송하지만 잊어 주십시오, 제가 술에 취해 주한석 씨에게 실수를 했나 봅니다.”
내 말에 주한석의 표정이 이것 봐라? 라는 듯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변해간다. 그런 주한석의 표정에 더 이야기해 봤자 나만 열이 받을 것 같아 다른 손님의 주문을 받기 위해 몸을 틀 때였다.
“오늘은 어때?”
사랑 따윈 손톱의 때만큼도 없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
“저는 일하는 곳의 손님과는 저녁 식사를 하지 않습니다.”
예의 손님을 대하는 바텐으로서의 미소를 싱긋 하고 날려 주곤 주한석에게 돌아섰다.
제길! 평생 혼자 살 거야! 빌어먹을!! 잘난 놈들끼리 잘 먹고 잘살아 봐라!! 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