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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문이 도망자를 숨기듯 황급히 닫혔다.

문이 닫히는 순간, 숨이 멎고 시간도 멈춘 듯한 기묘한 감각이 렌의 전신을 잠식했다. 그러나 그것은 얼마 가지 못했다. 그의 품에 들어온 에나가 우엑, 소리를 내며 구토를 했기 때문이었다.

「이봐, 괜찮아?」

샴페인과 위액이 섞인 액체가 렌의 탄탄한 가슴팍을 덮쳤다. 황급히 정신을 차린 렌이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에나의 양어깨를 잡았다. 흐릿한 검은색 동공이 벽안을 마주했다.

「여기 내 방…….」

「미안하지만 여긴 내 방이야.」

우웁, 소리와 함께 힘겹게 말을 뱉던 여자가 주저앉았다. 다시 한번 밀려오는 구토감을 못 이기고 속을 게워 냈다. 렌은 당황한 기색을 거두고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렸다.

「토하고 싶으면 전부 토해.」

손에 닿는 여린 맨등이 바들바들 떨렸다. 한참을 게워 내던 에나가 아직도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기 그렁한 눈을 들어 올렸다. 렌은 재빨리 수건을 가져와 그녀의 입가를 닦았다. 보드라운 감촉이 피부를 조심스럽게 쓸었다. 구토로 엉망이 된 드레스와 아직도 흔들리는 촛불처럼 떨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렌의 미간이 절로 모였다.

「괜찮아? 일어설 수 있겠어? 의무실에 데려다줄게.」

걱정스러운 말이 내려앉자 에나가 혼탁한 얼굴을 세차게 저었다.

「기자…… 지금 나가면…… 으웁!」

힘겹게 말을 잇던 여자가 또다시 구토를 시작하자 렌이 새 수건을 가지러 일어나려 했다. 순간, 에나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안 돼. 지금 기자가……!”

당황했는지 그녀가 한국말을 뱉었다. 아마도 의무실에 가는 것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이 꼴로 나가면 추문이 날 것을 염려하는 듯했다.

「알겠어. 일단 알았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다 토해.」

바닥이 쏟아 낸 액체로 흥건해졌다. 렌과 에나 또한 구토를 뒤집어쓰고 엉망이 되었다.

「술을 얼마나 마신 거야…….」

구토는 계속되는데 나오는 것은 오로지 액체뿐이었다. 빈속에 술만 들이켠 것이 너무도 명백해지자 렌이 인상을 구겼다. 모두 게워 낸 에나가 입가를 손으로 닦아 냈다. 눈이 헛구역질을 하느라 흘린 눈물로 얼룩져 있었다.

방 안에 시큼한 냄새가 코를 찌를 듯 퍼졌다. 딱딱― 치아가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떨던 에나가 겨우 입을 벌렸다.

「……미안.」

「괜찮아. 그것보다 일어설 수 있겠어?」

그녀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바들바들 떨며 거친 숨만 내쉴 뿐 좀처럼 일어서지 못했다. 보다 못한 렌이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일단 좀 씻자. 이러다가 감기 들겠어.」

샤워 부스에 그녀를 살포시 내려 준 렌이 샤워기를 틀었다. 쏴아아, 하는 물소리에도 그녀는 숨 쉬는 것조차 힘든 듯 꼼짝을 못 했다. 도저히 혼자 씻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렌이 물줄기를 손에 담아 에나의 입가를 훔쳤다.

“따뜻해.”

그녀가 반쯤 감긴 눈으로 중얼거렸다. 바들바들 떨리는 몸이 더 따뜻한 것을 원한다는 듯 본능적으로 물줄기를 찾았다. 렌은 그녀의 몸에 물줄기를 갖다 대었다. 구토를 뒤집어쓴 드레스가 맑은 물기를 머금었다. 카키색 드레스가 젖어 드는 건 순식간이었다.

「잠깐만 있어.」

그녀의 손에 샤워기를 쥐여 주고 밖으로 나간 렌은 재빨리 에나가 입을 만한 적당한 박스 티를 골라 다시 샤워실로 들어섰다. 에나는 그 자세 그대로 몸을 떨고 있었다. 힘겹게 내쉬는 숨, 뜨지 못하는 눈…….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쥐여 주었던 샤워기 헤드를 다시 잡아 바닥에 내리고 드레스 자락을 벗겨 냈다. 그러자 에나가 가슴께에 닿은 그의 손목을 잡았다. 힘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손길로 거부의 의사를 힘겹게 쏟아 내는 모습이 애처로워 보였다.

그가 걱정으로 미간을 모았다.

「아무 짓도 안 해. 걱정하지 마. 이대로 있다간 진짜 의무실행이라고.」

의무실이란 단어에 그녀가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간신히 정신을 붙들고 있는 듯 눈이 혼탁했다. 그러고 있길 잠시, 허락처럼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이 스르륵 떨어졌다. 렌은 순식간에 드레스 자락을 벗겨 냈다. 그래도 속옷은 벗기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그녀는 브래지어를 하지 않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드러난 맨가슴에 그가 일순 정지됐다. 탐스러운 가슴과 분홍빛 선단이 미칠 듯 자극적이었다.

그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무슨 저열한 생각인가.

렌은 그곳에서 시선을 떼고 재빨리 샤워 타월로 그녀의 몸을 감쌌다. 그리고 번쩍 에나를 들고나와 침대에 눕히고는 이불로 꽁꽁 감싸 주었다.

「약이라도 타 올 테니까 잠깐만 있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에나가 세차게 고개를 저으며 손목을 붙든다. 나가지 말라는 간절한 얼굴. 그가 짙은 한숨을 뱉었다.

「알겠어. 여기 있을게. 안심해.」

렌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제야 에나의 손이 그의 몸에서 떨어졌다.

「춥진 않아?」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뜬 채 그녀가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왜 이렇게 떨어.」

렌이 이불을 다시 모아 어떤 차가운 공기도 들어가지 못하게 촘촘히 몸을 감쌌다.

「좀 자. 그럼 훨씬 나아질 테니.」

에나가 힘겹게 뜨고 있던 눈을 스르륵 감았다. 렌은 그녀의 볼에 흘러내린 흑발을 넘겨 주려 손을 뻗다, 순간 멈칫했다. 꼭 연인 같은 행동이지 않은가. 그가 손을 내리고 주먹을 꽉 쥐었다.

미친 새끼.

선상에서 그녀를 두고 품평하던 동료들에게 뱉었던 말을 다시금 중얼거렸다. 아니, 정확히는 그놈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제게 했던 그 말을.

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금 샤워가 필요한 건 그도 마찬가지였다. 이 더러운 기분을 씻어 내리고 싶었다. 쏟아지는 물줄기에 몸을 맡기고 머리를 쓸어 넘겼다. 오늘 이 순간을 무사히 넘기기를 바라며.



꽤 오랜 시간 샤워를 하고, 방 안에 들어서자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려왔다. 침대에서 들려오는 그 소리에 렌이 황급히 그녀에게 향했다. 에나가 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가 놀란 눈으로 에나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몸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차가웠다. 그러자 그녀가 움찔하며 힘겹게 숨을 내쉬었다.

“추워…….”

손끝까지 달달 떠는 여자가 본능적으로 따뜻한 것을 찾듯 그의 몸에 기대어 왔다. 렌의 짙은 파란색 눈이 크게 흔들렸다. 막 샤워를 마친 제 몸의 따뜻한 열감을 나눠 달라는 듯이 안겨 오는 여자 때문에 머리가 혼란했다. 창백한 얼굴, 간절한 숨을 연신 내뱉는 입술, 파르르 떨리는 목덜미. 렌의 손이 저도 모르게 에나의 여린 어깨를 더 꽉 움켜쥐었다.

“아파.”

그래도 아직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정신은 남아 있는지 에나가 강한 손아귀 힘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리고 다시 그의 품으로 파고든다.

고작 과음으로 이 정도까지 흐트러질 수 있는 것인가. 무언가 불길한 생각이 스쳤다. 렌의 반듯한 눈썹이 일그러졌다.

“뭐 한 거야, 너.”

그의 입에서 갑작스럽게 한국어가 튀어나오자 에나가 눈꺼풀을 힘겹게 떴다.

“파티 오기 전에 뭐 했냐고.”

렌의 말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렌은 눈을 가늘게 뜨고 미약한 숨을 뱉는 그녀를 응시했다.

“약이라도 해?”

약의 의미가 마약이라는 것을 깨달은 에나가 바들바들 떨며 절대 아니라는 듯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렌은 빠르게 이불 밖으로 설핏 드러난 그녀의 몸을 훑었다. 가는 발목과 발등, 그리고 자신을 붙잡고 있는 팔까지. 뽀얀 여자의 몸에는 불길한 주사 자국 따위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 왜 이래. 혹시 우울증 약이라도 먹어?”

흠칫.

긍정과도 같은 그녀의 반응에 렌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 우울증 약은 술과 상극 중의 상극이었다. 정신을 다잡고자 복용한 약이 술을 만나면 어떠한 충동을 불러일으키는지 복용자가 모를 리 없다.

“그런 상태에서 술을 몸도 못 가눌 정도로 마셔? 미쳤어, 너?”

화기가 역력한 렌의 음성에 에나가 겁을 먹은 듯 그에게서 떨어져 잔뜩 몸을 웅크리더니 결국 이불 속으로 얼굴까지 묻었다. 이불 표면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약간의 흐느낌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새어 나온 그 소리에 그녀도 놀란 듯 다시 방 안이 고요해졌다. 입을 막고 울고 있는 것 같았다.

그가 입술을 꾹 말아 물었다. 우울증으로 약을 먹다 술을 찾은 동료들의 말로가 어땠는지 너무도 잘 알았기에 저도 모르게 터트린 음성이 후회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들이 아닐뿐더러 어떤 사정이 있는 줄도 모르는 제가 대체 무슨 깜냥으로 버럭 화를 냈단 말인가. 화보다 위로가 필요한 여자한테 나쁜 짓이라도 한 것만 같았다. 그가 마른세수를 하고 감정을 진정시켰다.

“울지 마.”

이불 속에서 웅크린 채 바들바들 떨던 그녀가 그의 음성에 흠칫 반응했다. 그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꽁꽁 싸맨 이불을 조금 거두고 빼꼼히 보이는 에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눈물에 젖은 그녀의 얼굴이 몹시 안쓰러워 렌이 눈가를 일그러트렸다.

“지금은 감정 주체가 잘 안될 거야. 그런 약은 술을 만나면 그렇게 되니까.”

그녀의 떨리는 눈망울이 그를 응시하다 아래로 떨어졌다. 파르르 속눈썹까지 처연하게 떨던 여자가 찾아드는 한기에 몸을 심하게 떨기 시작했다. 지금이 여름이 아닌 겨울이라고 착각을 할 정도의 처량한 모습이었다. 보다 못한 렌이 이불 속으로 들어가 그녀를 꼭 껴안았다.

“그냥 난로라고 생각하고 안고 있어.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잔뜩 움츠러들었던 에나가 뼛속까지 아리는 추위에 못 이겨 결국 그의 말을 따랐다. 타월 한 장 두르고 이불 속에서 떨던 여자의 살결에 렌의 따뜻한 손이 내려앉았다. 토닥토닥 괜찮다, 어르는 손길에 그녀가 품 안에서 그를 올려다봤다. 렌이 헛웃음을 흘렸다.

“그렇게 쳐다보면 이상한 기분이 들 것 같은데.”

이를 딱딱― 떨던 에나가 그의 장난스러운 진심에 눈을 크게 떴다. 커다란 흑진주 같은 눈망울이 가늘게 떨렸다.

“그쪽은…… 나를…….”

작게 중얼거리는 말이 잘 들리지 않아 렌이 그녀의 얼굴 쪽으로 갸웃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내쉬는 서로의 숨결이 더욱 가까워졌다. 흠칫 놀라 렌이 고개를 뒤로 뺐다. 그러나 여자는 놀란 기색 하나 없이 그저 멍하니 그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야릇한 감정 하나 없는 그 눈빛에 그의 가슴이 아릿한 통증을 전한다.

“계속 그렇게 보면 정말 위험해질 텐데. 이 방엔 지금 너랑 나, 둘밖에 없어.”

불과 몇 분 전까지 아무 짓도 하지 않겠다 다짐했던 것이 무색해지는 발언이었지만 렌은 그녀의 아무 감정 없는 눈에 자신도 남자란 오기를 부려 보았다. 이렇게도 유치한 인간이었나 싶을 정도로 정말 모양 빠지게. 그러나 뒤이은 에나의 말에 헛웃음을 흘리던 그는 경직되고야 말았다.

“……따뜻할까?”

“뭐……?”

“그렇게 되면 전부 따뜻해질까.”

멍한 얼굴이, 제가 무슨 말을 뱉는지 모르는 그 얼굴이, 렌의 숨을 멎게 했다.

“따뜻해지고 싶거든, 나…….”

다시 한번 이어진 쐐기처럼 박히는 말에 렌의 가슴이 깊은숨으로 들썩였다. 그녀를 안을 수도 있다, 이것으로 특별한 관계로 나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스쳤다. 허락만 떨어진다면, 그녀를 그 누구보다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지 않냐.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않냐. 마음속 파렴치한 악마가 끊임없이 속삭였다.

그러자 두근거리는 심장 속에서 갑자기 자기혐오가 뒤섞이기 시작했다. 지금 제정신이 아닐지 모르는 여자의 말을 기회로 여기는 자신이 비열하고 저열해서.

렌이 그 추잡한 생각에서 벗어나려는 듯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그 악마가 그녀는 너의 꿈속의 연인이라 속삭인다. 매일 꿈에서 탐욕적인 욕망을 쏟은 것도 모자라 눈을 떠서는 그녀를 생각하며 자위하지 않았느냐, 비웃으며 떠들어 댄다.

그가 몰려오는 감정을 추스르려 입술을 짓씹었다. 품속에서 이를 달달 떨던 여자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항상 왜 이럴 때만 내 앞에…….”

그녀가 말을 잇지 못하고 입술을 잘근 씹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는 얼굴 속에 박힌 눈동자가 혼란으로 뒤흔들렸다.

“지금은 그저 따뜻해지고만 싶어. 추워, 너무나…….”

안아 달라는 말과도 같은 그 아릿한 음성이 그의 이성을 뚝 끊어트렸다. 렌은 한기로 인해 바짝 마른 그녀의 입술을 벌리고 단숨에 혀를 밀어 넣었다. 흠칫 놀란 여자는 치밀하게 엉켜 오는 그의 혀에 반응하듯 굳어 있던 입술을 조금 더 벌렸다. 흘러나온 그녀의 신음이 렌의 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여린 몸을 감싸던 타월은 힘없이 옆으로 떨어져 내렸다. 탄탄한 가슴팍에 봉긋하게 솟은 부드러운 가슴이 짓이겨졌다.

둥둥둥―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 소리가 두 사람의 몸을 울렸다. 렌이 그녀의 등을 쓸었다. 그 별거 아닌 손길이 낯선 듯 에나가 파르르 떨며 매달려 왔다.

“흐흣……!”

품에서 반응하는 여자는 더 이상 꿈속의 주에나가 아니었다. 현실의 주에나. 설령 마음 없는 순간의 충동적인 도피라도 상관없다. 어쨌든 지금 이 순간, 그렇게 꿈에 그리던 여자가 품에 들어왔으니까.

렌이 봉긋한 가슴을 움켜쥐고 탐스러운 분홍빛 선단을 덥석 물었다. 낮아진 체온으로 빳빳하게 서 있던 것이 입 안에서 야릇하게 혀를 자극했다. 온몸에 전율이 일 것만 같았다. 에나가 밀려오는 야릇함에 허리를 비틀자 렌이 움직이지 못하게 그녀의 엉덩이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하읏! 아아!”

착 달라붙는 살결을 전부 먹어 치우고픈 충동이 일자 그는 그녀의 몸에 걸쳐진 마지막 천 조각을 손가락으로 슬쩍 튕겼다.

“너무 야한데.”

낮게 젖은 음성이 야릇하게 귓가에서 속삭였다. 그가 농염한 미소를 흘리자 창백했던 에나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오늘처럼 실크 드레스를 입으려면 아래 속옷을 아예 입지 않든지, T 팬티를 입어야 했다. 렌도 익숙히 알던 사실이었다. 예전엔 백스테이지에서 보고 싶지 않아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었기에 사실 그런 속옷은 그에겐 별로 특별하지 않았다. 한데 에나가 입고 있는 그 모습은 머리털이 삐쭉 서 버릴 만큼 자극적이었다.

렌은 성마른 숨을 뱉으며 그녀의 귓불을 깨물었다.

“흐읏! 그렇게 하, 하지 마.”

“하고 싶어. 네 온몸에 내 흔적이 남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