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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응, 으응!”

감당할 수 없는 벅찬 쾌감으로 해주의 목이 뒤로 젖혀졌다. 쾌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유완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해주의 스산한 마음속을 가득 적셔서이기도 했다.

영해주는 백유완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당신을…… 해주는 달뜬 신음으로 끝끝내 제 마음을 감춰 버린다. 베일에 둘러싸인 진실. 매일 밤 되풀이되는 위장. 그 가냘픈 속임수가 과연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한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꼭꼭 닫아 두게 되는 것이다.

백유완 허덕이는 영해주의 사정일랑 조금도 봐주지 않고 허리를 거세게 움직이며 그녀의 내부를 헤집었다. 열이 올라 뜨거운 해주의 내부는 더욱더 뜨거웠다. 백유완은 자신이 꼭 성난 떨기나무의 불씨로 환원하는 듯한 몽롱한 환각에 휩싸였다.

불에 덴 것처럼 홧홧한 통증이 유완의 성기를 더욱더 단단하게 했다. 내부의 돌기는 그의 성기에 쩍 들러붙었다가 떨어지며, 오물오물 물어 댔다. 쉼 없는 그 자잘한 움직임이 백유완을 점차 절정으로 이끌고 있었다.

해주는 시트를 그러쥐고 이리저리 몸을 흔들었다. 기다랗고 굵직한 성기가 꿰뚫어 버릴 듯 납작한 배가 그 모양 그대로 불룩하게 솟아올랐다. 흐릿한 윤곽이 적나라했다. 정사가 아닌 교미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행위다.

해주의 음모 없이 매끈하고 은밀한 삼각 섬의 중심부에서 흘러나온 액체가 유완의 까슬까슬한 음모와 사타구니를 축축하게 적셨다.

살갗이 척척하게 부딪치는 음란한 소리가 방안을 가득 메운다.

“흐읏.”

유완은 해주의 늘씬한 두 다리를 제 어깨에 걸치고, 그녀와 몸을 더욱더 밀착하여 사납게 허리를 치받아 댔다. 허공을 허우적거리는 해주의 다리가 절박하다.

그러나 애석해도 비좁은 구멍은 그 사나운 성기를 받아들이기에 역부족이다. 해주는 쾌락과 통증을 동시에 느끼며, 몸을 뒤로 크게 젖힌 채 숨을 껄떡이며 울었다. 매트리스와 그녀의 늘씬한 허리 사이에 공간에 열기가 고인다.

쾌락을 감당하지 못한 해주의 두 다리가 힘없이 스르르 미끄러져 벌어졌다. 해주는 숨을 헐떡이며 “아아, 유완 씨, 흥, 흐읏…….” 하고 신음한다. 여자의 몸은 어느새 남자가 주는 쾌감에 함락당했고, 더욱더 그를 갈망하고 있었다.

백유완은 제 성기를 품어 불룩하게 치솟은 해주의 아랫배를 손바닥으로 누르며, 잠깐 뜸을 들였다. 해주가 숨을 고를 여유를 주는 것이다. 자신 또한 이 열기를 조금이라도 더 간직하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단번에 그치고 마는 사정으로 놓치기엔 너무나도 아쉬운 열기였으므로.

그리고 잠시 후, 백유완은 다시 거세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조금 전보다 훨씬 거센 움직임이었다. 영해주는 마침내 의식의 끈을 놓아 버리고, 남자가 선사하는 불행한 쾌락에 온몸을 맡긴다.

발정이 난 것처럼 안달 내는 제 신음이 외설스러워서 해주는 더더욱 흥분했다. 더는 스탠드 램프 불빛이 그들이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급박하고 숨이 막히는 섹스였다.

종래는 “씨발, 더럽게 조이네. 남자를 알면서도 이래? 힘 빼. 내 좆 끊어 먹지 말고.” 하는 백유완의 지저분하고 외설적인 말과 함께 영해주의 절정이 터져 나온다. 해주는 일순 숨이 멎어 어떠한 소리도 내지 못했다. 벌어진 그녀의 입에서 타액이 흘러내렸다.

“흣, 흐으읏.”

백유완이 전율하며 잠긴 목소리로 신음했다. 절정에 가까워진 것이다. 영해주가 온전히 제 눈에 담인 이 순간만큼은 속에서 끓어오르는 열정을 분출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었다. 그가 귀두 끝에서 쏘아 낸 정액이 해주의 내부를 뜨겁게 적시다가 금세 식어 버렸다.

백유완의 뜨거운 맨살이 해주의 몸에서 쑥 빠져나왔다. 여전히 성이 나서 흉흉하게 핏줄이 일어선 유완의 성기는 온통 애액으로 젖어서 번들거렸다.

뒤이어 해주의 벌어진 질구에서 희멀건 정액이 주르르 흘렀다. 그 음란한 유백색 덩어리에 그들의 절박한 관계에 대한 백유완의 불쾌함과 설움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있었다.

그러나 영해주는 백유완의 폭력적이고 잔인한 성정에 연연하지 않는다. 그가 자신에게 잔인할수록, 매몰찰수록, 자신을 모욕하고 조롱할수록, 자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생생한 감각을 느끼곤 했다.



고통을 이완제 삼아 불안을 잠재우며 연명해나가는 지긋지긋하고 침울한 삶.

그것이 영해주가 앓고 있는 지독한 우울증의 해소법이다.

자신을 스스로 망가트리는 것.

그리고 백유완은 그녀와 함께 추락하며 그녀의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우울함이 자신에게 전염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백유완은 차라리 그녀의 모든 슬픔이 온전히 자신에게 전해져, 그녀가 슬픔의 심해에서 빠져나가기를 바란다. 진정으로.



온몸의 기력이 빠져나갈 정도로 숨 가쁜 섹스가 끝난 후, 나른한 감각이 두 사람의 전신을 휘감는다. 그 열기가 여태 가시지도 않았는데, 유완의 커다란 성기는 또다시 해주를 원하며 우뚝 발기했다.

욕망을 갈구하는 것은 해주도 마찬가지였다. 잘게 경련하는 그녀의 몸은 남자의 뜨거운 체온과 단단한 살덩이를 다시금 맛보고 싶어 했다.

백유완은 핏물이 언뜻 비치는 해주의 질구에 귀두를 갖다 대는 대신에, 뻐끔거리는 저를 꾀어내는 구멍에 제 중지를 푹 찔러 넣었다. 해주가 시트를 그러쥐었다. 그리고 스스로 다리를 한껏 벌렸다. 유완은 손가락을 구부려 내부를 꾸욱 눌러 본다.

“앗!”

해주의 짤막한 신음에 유완이 씩 미소 짓는다. 그는 해주가 유독 몸을 비틀어대며 격렬한 쾌감을 느끼는 곳을 찾아, 진득하게 문질러 자극했다.

구멍을 쑤셔대는 손가락이 하나 더 늘어났다. 백유완의 중지와 약지, 두 개의 손가락이 영해주의 은밀하고 조붓한 속을 지그시 누르며 쑤셔 댄다. 그리고 마침내 세 개. 남자의 단단한 팔이 빠르게 움직이며 구멍 안을 탐닉했다. 그러면서 유완은 흥분으로 볼록하게 팽창한 해주의 클리토리스를 엄지로 간질이면서 마구 문질렀다. 딱딱해진 클리토리스는 자극을 이기지 못해 점점 더 부풀었다.

“아, 아아! 아응, 읏! 아앙!”

해주의 입에서 비음 섞인 신음이 터져 나오며 이미 흥건한 속살에서 투명하고 맑은 물줄기가 세차게 쏟아졌다.

백유완은 제 팔꿈치까지 흘러내린 해주의 체액을 나른한 얼굴로 핥았다. 그 모습이 선정적이다. 유완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불쾌한 비린 맛이다. 안쓰러운 비린 맛이다. 아랫도리를 근질거리게 하는 원초적인 맛이기도 하다.

영해주는 완전히 무너진 자신이 부끄럽고 다시금 백유완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상기된 뺨을 제 두 손으로 감싸고 작게 훌쩍였다. 이처럼 섹스 때문에 엉망진창으로 무너지는 것이 어디 한두 번인가. 그러나 매번, 처음인 것처럼 감당하기 벅차다.

“너만 가면 그만이야? 난 아직이라고, 씨발.”

백유완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주는 마른침을 삼키며 눈을 질끈 감았다. 붉고 딱딱한 귀두 끝이 조금 전 흥건하게 물을 쏟아 낸 구멍에 닿는다. 유완은 해주에게 틈을 주지 않고 단숨에 제 몸을 삽입했다.

“아!”

해주는 연이은 절정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유완은 축 늘어진 해주의 몸 위로 쓰러지듯 제 몸을 밀착했다. 서로의 터질 듯한 심장 박동이 생경하게 전해졌다. 그들이 얽힌 모습은 마치 두 마리의 뱀이 똬리를 튼 듯했다.

백유완은 눈물과 땀으로 젖은 해주의 얼굴에 비밀스러운 애정을 담아, 정신없이 입을 맞추며 허리를 놀렸다. 힘에 부쳐 흐느끼는 해주의 낮고 야릇한 음성이 유완의 절정을 앞당겼다. 이번에는 조금 전보다 빨랐다. 유완은 탄식하듯이 신음하며 사정했다.

천천히 빠져나온 유완의 성기는 정액의 흰 거품과 애액으로 지저분했다.

“하아…….”

유완이 숨을 고르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해주는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비틀거리며 침대에서 내려와, 유완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빨아.”

백유완은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빳빳하게 선 제 성기를 가리키며 강압적인 말씨로 내뱉었다. 겉으로는 위압적인 명령. 그러나 그 아래에 숨은 진심은 해주의 자기 파괴적인 병증을 달래 주는 것.

영해주는 기꺼이 고개를 숙여 자신의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유완의 성기를 입에 물었다. 뭉툭하고 단단한 귀두가 해주의 치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길쭉한 성기가 그녀의 입천장을 쓸며 목구멍까지 단숨에 쑥 들어갔다.

해주는 생리적인 작용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유완의 성기를 마치 달콤한 사탕이라도 되는 것처럼 음미하며 빨았다. 그 사이에 유완의 귀두 끝에서 정액이 또다시 찔끔거리며 나왔다. 진하면서 입안이 화해지는 그런 맛이었다.

유완이 달리 요청하지 않았으나, 해주는 기꺼이 그것을 마저 삼켰다. 하지만 굵은 핏줄이 불거진 굵고 기다란 성기를 입에 문 채, 남자의 정액을 삼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붉게 번진 여자의 입술에서 타액과 미처 삼키지 못한 정액이 흘러내렸다.

그런데도 여자는 비릿한 냄새가 풍기는 남자의, 짐승처럼 거대한 남근을 성실하게 핥고 애무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것이 마치 자신의 고통을 잊게 해 주는 마약인 것처럼.

해주의 흘러내린 긴 머리카락을 우악스럽게 잡아채는 유완의 난폭한 손길에 영영 해소되지 않을 세상을 향한 울분이 내포되어 있었다. 또한, 해주를 향한 미움과 애정도.

백유완은 해주의 정수리를 일부러 꾹 눌러 해주의 목구멍 깊숙이 자신의 성기를 박아 넣었다. 그리고 직접 허리를 움직여 퍽퍽 치대기 시작했다. 그녀의 차가운 입 안이 유완에게 이성을 되돌려 준다. 미움을 식혀 준다. 반면에 해주는 반사적인 구역감에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러나 구역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퉁명스럽고 난폭한 말투와 달리 속으로는 해주의 안색을 살피면서 전전긍긍하던 유완은 이쯤에서 그녀를 괴롭히던 걸 멈추기로 마음먹었다. 유완의 성기가 아주 천천히 해주의 입에서 빠져나왔다.

눈물로 발갛게 짓무른 해주의 눈가에 유완의 엄지가 닿는다. 남자는 무심한 듯하면서도 다정스러운 눈길로 여자를 내려다보며 그녀의 눈물을 훔쳐 낸다.

해주는 그저 웃는다. 울음 같은 찬연한 미소였다. 유완은 해주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그녀를 껴안았다. 해주의 몸이 찬란한 빛처럼 쏟아지듯이 유완의 품으로 들어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암울한 길.

같은 고통을 공유하는 사이.

우울과 불안을 나누며 서로 파멸해 가는 관계.

백유완와 영해주는 제 인생을 망가트리기 위해서 서로를 택했다.

그들의 음울한 욕망은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죽음이 종말의 완전한 형태가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 믿는다.



당신과 나의 나락은 어디까지일까. 그들은 서로의 눈물 고인 눈을 응시하며 아주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죽음 같은 기나긴 입맞춤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