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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날, 세상이 박살 났다





Prologue 전역 D―2



높은 첨탑을 자랑하는 논산 육군훈련소 내 교회.

일요일 아침부터 까까머리 훈련병들이 거룩한 성전 안에서 열화와 같은 박수와 함께 엄청난 괴성을 질러 댔다.

짝짝, 짝짝짝, 짝짝짝짝!

“짬찌!”

“GOP! GOP!”

퇴소를 앞둔 5주 차 훈련병은 자신들보다 늦게 들어온 훈련병들을 놀리고, 반대로 늦게 들어온 놈들은 5주 차 훈련병에게 최전방(GOP)으로 꺼지라고 저주를 퍼붓는다.

찬송가가 울려 퍼지면서 떼창이 이어진다.

“새끼들, 진짜 시끄럽네.”

교회 안의 아우성을 들은 나는 피식 웃으면서 경광봉을 빙빙 돌렸다.

멋들어지게 테이핑한 S급 경광봉.

선임병에게 물려받은 뒤, 무려 10개월 이상 나와 함께한 트레이드마크였다.

뭐, 이제 곧 물려줄 거지만.



병장 이장군.

29연대 6중대 조교. 앞으로 이틀 뒤 전역!

전! 역!



아침 해가 밝다. 너무 밝아서 눈이 부시다.

이 눈부심이야말로 바로 나, 이장군의 다가올 미래였다.

칙칙한 훈련소여, 안녕!

“뭐,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보다 이 병장님, 마지막 주말인데 내무반에서 TV나 보시지, 뭐 하러 여길 오셨습니까?”

기태가 군종병에게 받아 온 초코파이 한 상자를 땅에 내려놓더니 쓴웃음을 지었다. 이 초코파이는 불쌍한 훈련병들의 일용할 간식이 될 터였다.

“은퇴 투어 중이시다. 부럽냐?”

“졸라 부럽습니다. 하아~ 전 아직 100일도 넘게 남았는데…….”

“캬~ 아직 한~참 남았네, 우리 기태. 그보다 너, 내일 당직이더라? 형 나갈 때까진 어떻게든 깨어 있어라.”

“잘 겁니다. 근무 취침 막으면 가혹행위인데, 전역 당일 영창 한번 보내 드립니까?”

“에이, 의리 없는 새끼.”

뭐, 말은 이렇게 해도 녀석이 내 전역날 함께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기태 상병. 같은 소대에서 빡센 군 생활을 함께 버텨낸 나의 부사수니까.

“아, 그래도 새벽에 한번 보시지 말입니다?”

순간, 온몸에서 소름이 오소소 올라왔다.

“왜, 왜, 이 새끼야! 나 때리게? 시발, 전역빵 때리면 고소할 거야!”

전역한 선임병 중 하나는 전역빵을 집단으로 처 맞아 다리마저 절뚝이면서 연무문 밖을 나섰다. 사실 그 선임병이 워낙 악독한 새끼였기에 전역 전날 내가 앞장서서 모포말이 후에 정말 열심히도 팼다.

그래도… 내가 기태한테 그렇게 나쁘게 굴지는 않았는데!

“…찔리십니까? 그게 아니라 초소 근무 있으시지 말입니다.”

“엉? 뭐여?”

“…새벽 2시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어?! 실화냐?”

“근무표 못 보셨습니까?”

“야, 전역날 근무를 세우는 게 어딨어!”

“…1소대장한테 따지시지 말입니다.”

“…그 돼지 새끼.”

역시 이런 곳 따위 빨리 떠야지.

이틀 남았다.

앞으로 이틀.

중대 애들은 이제 나한테 형이라고 부르거나 심지어 이름도 막 부르는데, 기태만큼은 꼬박꼬박 존대에 ‘병장님’까지 붙였다.

“근데 기태야, 이제 형이라고 불러.”

“연무문 나설 때까지 끝난 게 아닙니다. 게다가 전쟁이라도 나면 바로 소집되지 말입니다.”

“이 새끼가 뭔 말을 그렇게 살벌하게…….”

“제가 볼 때 이 병장님은 날 때부터 분대장 체질이십니다. 그러니까 전문 하사 지원을…….”

“아악! 닥쳐! 닥쳐!”

기태는 내가 휘두르는 경광봉을 슬쩍 피하면서 교회 문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훈련병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시발.

재수 없게…….

들어가서 귀나 닦아야지. 못 들을 말을 들었어.

누가 그랬던가, 말이 씨가 된다고.



이틀 뒤.

전쟁, 그 이상의 사건이 터졌다.

정확히는… 세상이 박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