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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그럼, 들어가시죠.”

그녀는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파티장으로 다시 들어갈 것을 요구했다.

“아니.”

태오는 낮은 음성으로 단호하게 거부했다.

“상무님!”

그녀가 고개를 바짝 들며 나무라듯 태오를 올려다보았다.

태오는 재킷 안주머니에 넣어 둔 룸 키를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마주하고 있던 설하의 시선이 연보랏빛 카드키로 천천히 옮겨 가는 것을 태오는 느긋하게 지켜보았다.

“이거 상무님 룸…….”

“가 있어.”

그녀가 황급히 고개를 들고는 당황한 얼굴을 했다.

“왜? 농담인 줄 알았어? 여기 일은 알아서 할 테니까, 올라가 있어.”

“그래도 제가 상무님 곁에 있어야…….”

“고설하 대리.”

태오는 일부러 고압적인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과 직급을 한꺼번에 불렀다.

“네, 상무님.”

그녀가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예의 바르게 대꾸하자태오는 성큼 한 발짝 더 깊숙이 다가섰다. 그의 플레인 토우 구두코가 설하의 금빛 스터드 샌들을 가두듯 했다.

서로의 향기가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

이대로 숨을 크게 들이켜면 태오의 가슴이 그녀의 말랑말랑한 젖가슴에 닿을 것 같았다. 또 손을 가볍게 뻗으면 그녀를 와락 끌어안을 수도 있었다.

태오는 반듯하게 선 자세에서 고개만 비스듬히 기울였다. 솜털이 부드럽게 일어난 그녀의 귓가에 그의 붉은 입술이 닿을락 말락 했다.

“아직도 나를 잘 모르네. 나는 내 걸 남하고 나누는 건 질색이야.”

그녀가 슬쩍 고개를 돌렸고, 숨결이 뒤섞일 듯 입술이 가까워졌다.

“무슨 말씀이신지, 쉽게 설명해 주시면.”

“오늘 밤은 내 여자라고, 너. 저기 있는 놈들이 치근덕거리는 거 싫다고.”

설하가 숨을 급하게 들이켜는 게 느껴졌다. 이제껏 평정을 유지하던 그녀가 흔들리는 모습이 제법 볼만하다.

“아냐? 무를까? 무르고 싶으면 말하고. 여기서 그만두면 되니까.”

태오는 그제야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손에 든 룸 키로 가볍게 부채질하듯 까딱까딱 흔들어 보였다. 그녀가 한숨을 한 번 몰아쉬더니, 그의 얼굴과 룸 키를 번갈아 본다.

“저기 너무 시끄럽더라. 꼰대 같은 놈들 일일이 상대하기도 피곤하고. 메콩강 댐 건설쯤 물 건너가면 어때. 들어가서 쉬어야겠다.”

그가 재킷 주머니에 룸 키를 도로 집어넣으려는데, 설하가 그 손목을 잡아채더니 다른 손으로 룸 키를 빼앗아 갔다.

“올라가서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씀이시죠?”

태오는 미소가 번지려는 얼굴을 일부러 심각하게 굳혔다.

“뭘 얼마나 준비하려고 그렇게 심각하게 물어? 내가 우리 고설하 대리 준비성 철저한 건 잘 알지.”

진지하게 물은 말에 그녀가 결연한 얼굴로 대꾸했다.

“올라가 있겠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나누셔야 하는 상대 중에는…….”

“알아, 안다고. 너 자꾸 나를 덜떨어진 놈 취급하는데, 이것 때문에 회의를 수십 번 했어. 내가 그걸 기억 못 할까 봐?”

“아닙니다. 상무님 업무 수행 능력을 의심하는 게 아니라, 제가 자리를 비우는 게 걱정이 돼서…….”

“그러니까, 잘 준비하고 있어. 기대할게.”

태오는 복잡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녀를 뒤로하고 홀로 파티장으로 향했다. 매사에 완벽함을 도모해야 직성이 풀리는 저 성격에 어떤 모습으로 방에서 대기하고 있을지.

호선을 그린 그의 입가가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태오의 젖은 머리칼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탄탄한 흉근을 타고 흘러내렸다. 대충 물기를 털어 낸 태오는 배스 가운을 입은 채로 테이블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스크리밍 이글 2006년 산입니다. 지금 당장 이 호텔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테이스팅의…….”

태오가 오른손을 가만히 들어 보이는 것으로 말을 끊어 냈다. 잘 준비하고 있으라고 했더니, 와인이며, 치즈며, 말린 과일이며…….

“침대 위에 꽃 하트랑 백조 수건은 왜 없어?”

“아, 호텔에 요청했는데 베딩 이벤트 예약은 하루 전에만 가능하다고…….”

놀리려고 물은 말에 또 진지하게 대꾸하는 게 고설하답다. 노력은 가상하지만, 태오의 관심사는 오로지 고설하 하나뿐이다.

그가 빙글거리는 웃음을 머금은 채로 곁으로 한 발짝 다가섰다. 한 가닥 흘러나온 머리카락을 손끝으로 아슬아슬하게 넘기며, 설하의 귓바퀴를 쓸어내렸다.

그녀가 부드럽게 들이켜는 숨결을 느끼며 입술을 겹쳤다. 그저 입술이 닿았을 뿐인데, 아까부터 반쯤 서 있던 물건이 바짝 올라붙는 게 느껴졌다.

다리 사이가 저릿하게 당길 만큼 강한 욕구, 태어나서 처음 느껴지는 짐승 같은 본능에 가슴속이 펄떡펄떡 뛰어댔다.

설하의 귓불을 어루만지던 손으로 배스 가운을 확 젖혀 버렸다. 가녀린 상체가 바짝 움츠러드는가 싶더니, 이내 작고 부드러운 손이 태오의 목덜미를 감싸 안았다.

단물이 흘러나올 것만 같아서 연신 깨물고 빨아대던 붉은 입술 새를 부드럽게 가르고 들어갔다. 혀끝에 부드럽고 따뜻한 살결이 닿았다.

매일 먹고, 마시고, 말하는데 혹사당하는 입 안이 이렇게 부드러우면, 은밀한 아래는 얼마나 부드러우려나.

태오는 그녀의 몸에서 배스 가운을 완전하게 벗겨 냈다. 알몸이 된 설하의 허리를 바짝 안아 들고 곧장 침대로 향했다.

그녀를 푹신한 침구 위에 눕히면서, 잘 뻗은 다리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하아.”

“후우.”

입술이 떨어지자 달뜬 숨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태오는 눈부시도록 하얀 그녀의 살결이 핑크빛으로 물들어 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허리에 두르고 있던 배스 타월을 풀어 던졌다.

내내 얼굴을 향해 있던 그녀의 시선이 점점 아래로 떨어졌다. 흉흉하게 치솟아 배꼽까지 닿은 물건은 딱 봐도 그녀의 팔목보다 훨씬 굵어 보였다.

“사, 상무님! 잠시만요!”

그녀가 팔꿈치에 의지하며 급하게 상체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태오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위에 단단한 몸을 겹쳤다.

“하아.”

그저 말랑말랑한 몸이 닿았을 뿐인데도 소름이 돋아날 만큼 전율이 흘렀다.

머릿속이 아득해지는 기분을 여유롭게 만끽하려는데, 그녀가 널찍한 어깨를 밀어내려 애를 쓰기 시작했다.

“왜? 이제 와서 못 하겠어?”

“드릴 말씀이 있어요.”

그녀가 달아오른 살빛과는 다른 단호하고 건조한 목소리를 냈다.

침대 위에서는 어떤 목소리를 내려나 궁금했는데, 이런 딱딱한 반응이라니.

그런데 또 그게 이상할 정도로 더 섹시하게 느껴진다.

“뭔데?”

“저 마지막 섹스가 없어요.”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태오는 미간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마지막 섹스가 없다?

그녀는 제가 내뱉은 말의 의미를 제발 한 번에 알아들으라는 듯이 단호한 눈빛으로 태오를 올려다보았다.

처음이라는 말을 그렇게 어렵게 할 수도 있구나. 고설하답네.

“나도 없어.”

“네에?”

그녀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망연자실한 얼굴이 되었다.

“왜 그런 얼굴을 하고 그래? 나는 그러면 안 되는 건가?”

“아니, 그게 아니라……. 저는 정말. 잘하는 사람이랑 하는 게, 아니. 처음이니까 좀 능숙한 사람이랑, 아니.”

고설하가 이렇게 당황하는 모습은 또 처음 본다. 신선하게 귀엽네.

태오는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으며 웃음을 숨겼다.

“콘돔은 침대 옆 테이블 위에 올려 뒀어요. 어떻게 쓰는지는 아시죠? 말려 있는 방향대로 돌돌돌 풀리면서 감싸게 씌우셔야 해요. 급하게 씌우면 찢어질 수 있으니까, 조심……. 흡!”

성교육이라도 하려는 건지 원론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그녀의 가슴 끝을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쭉 빨아들이면 무언가 나오기라도 할 것처럼 탐스럽고 풍만한 가슴이었다.

입에 물지 않은 다른 가슴을 손으로 주물러대자, 그녀가 달뜬 신음을 내뱉었다.

“흐으.”

태오는 타액으로 젖은 가슴에서 가까스로 입을 뗐다. 유두가 단단하게 부풀어 올라서 빨갛게 익은 모습이 더욱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얼른 다시 입에 물어야지 생각하며, 아까보다 조금 더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안 해 봤다고 모를까 봐? 너 진짜 날 덜떨어진 놈으로 아는구나?”

“세상에는 경험해야만 얻어지는 것들이 있고, 그중에서도 섹스는…….”

그녀가 말을 하다가 말고 한숨을 폭 내쉬었다.

“러브젤은 준비 못 했는데.”

이 여자의 머릿속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열어 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어떻게 이런 순간에 이토록 낭만적이지 않은 말만 골라서 내뱉을 수 있는지.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태오는 탄력 있는 젖가슴을 주무르던 손을 내려 그녀의 가랑이 사이를 더듬었다.

“아!”

갑작스러운 접촉에 놀랐는지 그녀가 허벅지 안쪽에 바짝 힘을 주며 다리를 오므리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녀의 다리 사이에는 태오의 단단한 허벅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러브젤은 필요 없을 것 같은데?”

태오는 그녀의 비부를 손바닥으로 쓱 훑어서 애액을 문질렀다.

“으음.”

그녀가 신음하며 골반을 들썩거렸다.

“벌써 이렇게나 젖었는데?”

손바닥을 들어서 보여 주자, 그녀가 생경한 것을 바라보듯 눈을 치떴다.

생생한 반응을 보이는 그녀는 못 견디게 예뻐서, 놀라움에 슬쩍 벌어져 있는 입술 새를 무자비하게 가르고 들어갔다.

어설프게 맞부딪혀오는 혓바닥을 깊게 빨아들이며 거칠게 비벼댔다. 입천장의 돌기를 뾰족한 혀끝으로 훑고 들어가 여린 속살을 벗겨 낼 것처럼 찌르고 빨아 마셨다.

“으응. 으으응. 읏.”

그녀가 차오르는 감각을 숨기지 않고, 쉴 새 없이 신음을 흘렸다. 그녀의 입 안은 지독히도 달았다. 혀가 느끼는 감각이 아닌, 뇌가 느끼는 중독성 강한 맛이었다.

가까스로 입술을 떼어 낸 그가 설하의 목덜미, 쇄골, 가슴골을 따라 입을 맞추며 내려갔다.

“하아. 상무님.”

“사무실에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보고 싶으면, 그렇게 안 불렀으면 좋겠는데? 네가 상무님이라고 부를 때마다 이러고 싶어질 것 같아서.”

하얀 허벅지 안쪽을 잡아 누르며, 맑은 애액이 흐르는 입구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비릿하고 끈적끈적한 액체로 혀끝을 적시며 분홍빛 속살을 해치고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