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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아주 어릴 적, 나와 여동생은 살해당할 뻔한 적이 있다.
식칼을 들고 광인처럼 달려드는 이에게 싹싹 빌며 살려 달라 애원했지만, 그는 그저 광기 어린 눈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미안하지만 절대로 살려줄 수 없다’고 말하듯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나의 친아버지였다.
이미 서너 차례 칼에 찔려 바닥에 쓰러져 계신 어머니.
주위에 붉게 물들인 선혈에 반쯤 정신이 나간 여동생.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동생을 부둥켜안은 채 내 방으로 내달렸다.
지금 생각해 봐도 어디서 그런 괴력과 순발력이 솟아났는지 의문이다. 단지 그때는 오직 살아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던 것 같다.
콰직! 콰직! 콰직!
그 후에 이어진 일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나무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문을 뚫고 들어오는 칼날, 그리고 썩 나오라며 소리치는… 악귀 같은 목소리.
아버지가 저리된 건 사업의 실패 때문이다. 일평생을 바쳐 온 공장이 친구의 배신으로 망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빚만 쌓여가자 아버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동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했다.
물론 나와 여동생은 그런 사정 따윈 알지 못했다. 단지 가족의 배신과 죽음이라는 공포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콰직!
기어코 식칼이 부러졌는지 잠시나마 주변이 조용해졌다.
하나 미처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이번엔 해머가 문을 두드려 대기 시작했다.
위태롭게 버티던 문이 기어이 무너져 내리려는 찰나, 나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 그야말로 극적으로 창문을 향해 눈을 돌렸다.
어린아이 정도는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만한 크기.
내 방은 2층인지라 어린 나이에 뛰어내리긴 무섭지만, 이대로 문이 열려 죽는 것보단 나을 거라는 생각에 무작정 여동생을 창문으로 이끌었다.
“세란아, 정신 차려! 도망가야 해!”
내 간절한 목소리에 동생은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지만, 여전히 충격이 심해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초점 없는 눈동자.
감정이 결여된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보았을 땐 정말 영원히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덜컥 겁이 날 정도였다.
어깨를 마구 흔들어도 반응이 없자, 어쩔 수 없이 나는 동생을 감싸 안고 창가에 엉덩이를 걸쳤다.
쿵!
때마침 문이 부서지며 흉흉한 눈빛으로 해머를 손에 든 아버지가 뛰어 들어왔다. 그제야 동생도 공포로 정신이 돌아왔는지 내 가슴팍 안으로 더더욱 몸을 파고들었다.
“오빠…….”
무기력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동생.
나는 조막만 한 손을 꽉 잡고 창문 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아버지가 도망가는 나를 보고 분개하실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안쓰럽다는 듯 서글픈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마치 ‘그렇게까지 살고 싶니?’라고 묻듯이.
그런 뒤, 떨어진 충격에 나는 의식을 잃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어린아이의 몸은 고무처럼 유연해서 의외로 충격을 잘 흡수했는지 무사할 수 있었다.
한데 문제는 동생이었다.
내가 단단히 감싸 안았음에도 동생은 어디가 잘못 부딪친 것인지, 척추 이상으로 평생 동안 걷지 못하는 불구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버지는 우리 남매가 창문에서 뛰어내린 걸 본 직후,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살았다는 안도감이었다. 적어도 다시 우리를 죽이러 오진 않을 테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 사랑했던 아버지인데… 아무래도 나는 가족의 죽음보다도 살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했던 것 같다.
그 일 이후, 우리는 숙부와 함께 살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이것이 나와 동생의 때 묻은 과거이자 현재 상황이다.
아주 어릴 적, 나와 여동생은 살해당할 뻔한 적이 있다.
식칼을 들고 광인처럼 달려드는 이에게 싹싹 빌며 살려 달라 애원했지만, 그는 그저 광기 어린 눈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미안하지만 절대로 살려줄 수 없다’고 말하듯 결의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나의 친아버지였다.
이미 서너 차례 칼에 찔려 바닥에 쓰러져 계신 어머니.
주위에 붉게 물들인 선혈에 반쯤 정신이 나간 여동생.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고자 동생을 부둥켜안은 채 내 방으로 내달렸다.
지금 생각해 봐도 어디서 그런 괴력과 순발력이 솟아났는지 의문이다. 단지 그때는 오직 살아야 한다는 일념뿐이었던 것 같다.
콰직! 콰직! 콰직!
그 후에 이어진 일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나무 쪼개지는 소리와 함께 문을 뚫고 들어오는 칼날, 그리고 썩 나오라며 소리치는… 악귀 같은 목소리.
아버지가 저리된 건 사업의 실패 때문이다. 일평생을 바쳐 온 공장이 친구의 배신으로 망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빚만 쌓여가자 아버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동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 취했다.
물론 나와 여동생은 그런 사정 따윈 알지 못했다. 단지 가족의 배신과 죽음이라는 공포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뿐이었다.
콰직!
기어코 식칼이 부러졌는지 잠시나마 주변이 조용해졌다.
하나 미처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이번엔 해머가 문을 두드려 대기 시작했다.
위태롭게 버티던 문이 기어이 무너져 내리려는 찰나, 나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에서 그야말로 극적으로 창문을 향해 눈을 돌렸다.
어린아이 정도는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만한 크기.
내 방은 2층인지라 어린 나이에 뛰어내리긴 무섭지만, 이대로 문이 열려 죽는 것보단 나을 거라는 생각에 무작정 여동생을 창문으로 이끌었다.
“세란아, 정신 차려! 도망가야 해!”
내 간절한 목소리에 동생은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았지만, 여전히 충격이 심해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듯 초점 없는 눈동자.
감정이 결여된 것처럼 무표정한 얼굴을 보았을 땐 정말 영원히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덜컥 겁이 날 정도였다.
어깨를 마구 흔들어도 반응이 없자, 어쩔 수 없이 나는 동생을 감싸 안고 창가에 엉덩이를 걸쳤다.
쿵!
때마침 문이 부서지며 흉흉한 눈빛으로 해머를 손에 든 아버지가 뛰어 들어왔다. 그제야 동생도 공포로 정신이 돌아왔는지 내 가슴팍 안으로 더더욱 몸을 파고들었다.
“오빠…….”
무기력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동생.
나는 조막만 한 손을 꽉 잡고 창문 밖으로 몸을 내던졌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 아버지가 도망가는 나를 보고 분개하실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안쓰럽다는 듯 서글픈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 마치 ‘그렇게까지 살고 싶니?’라고 묻듯이.
그런 뒤, 떨어진 충격에 나는 의식을 잃었다.
그나마 다행이랄까, 어린아이의 몸은 고무처럼 유연해서 의외로 충격을 잘 흡수했는지 무사할 수 있었다.
한데 문제는 동생이었다.
내가 단단히 감싸 안았음에도 동생은 어디가 잘못 부딪친 것인지, 척추 이상으로 평생 동안 걷지 못하는 불구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아버지는 우리 남매가 창문에서 뛰어내린 걸 본 직후, 목을 매달아 자살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살았다는 안도감이었다. 적어도 다시 우리를 죽이러 오진 않을 테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 사랑했던 아버지인데… 아무래도 나는 가족의 죽음보다도 살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했던 것 같다.
그 일 이후, 우리는 숙부와 함께 살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나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이것이 나와 동생의 때 묻은 과거이자 현재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