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2화





나는 이불을 발로 걷고 원피스 잠옷을 훌렁 걷어 올려 내 거시기를 봤다. 음, 내가 팬티를 뚫고 보는 재주는 없고 그렇게 유연하지 않아서……. 게다가 그냥 이렇게 보는 것만으로 내가 팔뚝만 한 거시기 잘 으쌰으쌰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쨍그랑!

“이게 무슨…….”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을 들키고 말았다. 치맛자락을 걷고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고개 처박고 쳐다보고 있는 그 이상한 모습을, 그 검은 머리 청년에게 들켰다.

“뭘 상상하든 그건 아냐!”

그게 맞나?

아무튼.

검은 머리는 뻣뻣하게 굳은 움직임으로 자기가 떨어뜨린 쟁반을 주섬주섬 치우기 시작했다.

“그, 사람 부르지.”

“아.”

그가 좀 얼빠진 소리를 냈다. 시중인들은 들어와서 금방 그것들을 말끔하게 치우고 새로 차와 다과를 준비해 줬다. 그동안 우리 둘은 마치 교양 팀플 조모임 첫날 같은 어색함을 유지하고 있었고.

시중인들이 다 물러가고 문이 탁 닫히자 내가 먼저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가 더 빨랐다.

“지금 성녀님 때문에 그 불건전한 손짓이 신의 표식이라며 모두가…….”

“히익!”

여기 종교 관련 기념일에 광장에 가득 모인 사람이 모두 교미의 표식을 하는 것을 상상했다. 차라리 난교가 더 정신 건강에 이로울 것 같다.

“그, 미안해요. 내가 그때 워낙 정신이 없어서……. 그, 그렇잖아요? 대뜸 이 세계로 왔는데 신이 하는 소리라고는 섹스 안 하면 죽는다고, 떡 치라고…….”

“성녀님이 여기로 오신 후 신전에서 정식 신탁이 내려왔습니다.”

그는 품에서 접힌 종이 하나를 꺼냈다.

“읽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글자는 모르겠는데 읽히긴 한다. 이런 능력 보정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종이에는 아까 떡떡떡 노래를 불러 대던 신이 내렸다고 믿을 수 없는 진지한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인간들에게 벌을 주기 위해 내렸던 긴 가뭄을 끝내기 위해 나의 대리인, 나의 소녀, 성녀를 보낸다. 성녀가 불행하면 하늘과 땅은 마를 것이며 그녀가 환희로 가득 찰 때만 가뭄이 가실 것이다. 용의 핏줄은 성녀로 하여금 항상 환희에 차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용의 핏줄은 황가를 뜻하는 말입니다.”

“아하.”

그는 덤덤하게 무어라 설명을 시작했다. 세 줄 요약하자면,

여기는 대륙에서 힘이 제일 짱 센 제국이다. 2년 동안 대륙 전체에 엄청난 가뭄이 들었다.

황가에서 거대한 기우제를 지내는 중에 내가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

“그리고 저는 황태자 일리언이라고 합니다.”

“아, 저는 유진입니다.”

이제야 통성명을 하네. 그가 내게 꾸벅 고개를 숙여 보이길래 나도 급하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내 모습을 본 그가 작게 웃었다. 와, 원래도 잘생긴 얼굴 웃으니까 더 잘생겼네.

“뭘 그렇게 넋을 잃고 보십니까?”

“일리언, 이렇게 발음하는 거 맞죠? 일리언이 너무 잘생겨서요.”

그가 내 시선을 피하면서 멋쩍게 웃었다. 눈 한쪽을 찡그리면서 콧등을 긁는 것도 매력이 넘친다. 이대로 사진 찍으면 화보일 텐데.

“우리 말 놓을까요?”

“이미 이전에 다 놓은 신 것 같은데요, 성녀님은.”

“그럼 이제 일리언만 말 놓으면 되겠다!”

“……그래.”

무언가 쑥스러워 보인다. 마치 한 떨기 프리지아 같은 모습이다. 최고야.

“여기 신탁에서 말하는 환희가 무슨 말일까?”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그가 주저하면서 대답했다.

“네가, 교미라며.”

“아.”

그렇네. 이건 결국 얘 섹스 안 하면 너네 세계 멸망함, 잘해 보셈을 길게 풀어놓은 것에 불과했다.

왜인지 모르게 공기가 조금 더 어색해졌다. 나름 방금 전까지는 훈훈했던 것 같은데.

“대륙은 오랜 가뭄으로 고통받았고 사람도 많이 죽었어. 그리고 나는 그 피해가 빨리 복구되었으면 좋겠어. 그러기 위해서는 비가 와야 하고.”

“섹스하자고?”

나는 말해 놓고 후회했다.

뭘 이렇게 패기롭게 얘기해! 아니, 제대로 된 키스 한번 해 봤으면 말을 못 해! 저거 봐, 내 감당 못 할 말에 일리언도 저렇게 부끄러워하…….

“그래.”

“응?”

“그렇다고 해서 널 의무감에 안고 싶은 건 아니야. 처음부터 이상하게 끌렸으니까.”

그거 신의 농간인 것 같은데요.

일리언은 내가 신에 대한 개쌍욕을 하는 걸 절대 모르는 듯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너에게 허락을 구하고 싶어.”

그가 침대에 한쪽 무릎을 올려 침대에 반쯤 올라와 내게로 몸을 기울였다. 가까이에서 보니까 심장에 더 해로워……!

“나를 받아 주겠어?”

“응!”

미남의 잘생김 광선에 참패한 나는 반사적으로 대답했고 동시에 그가 완전히 침대로 올라와 나를 침대에 눕혔다. 등 뒤에 뽀송뽀송한 침대 시트가 닿았고 그제서야 나는 좀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눈을 쭉 내려서 그의 다리 사이를 힐긋거리자니 그가 내 입술에 짧게 뽀뽀했다. 엄마야! 나 방금 입술에 뽀뽀했어! 야릇한 느낌은 아니지만 뭔가 촉촉하고 말랑한 게 닿았다 떨어지며 쪽, 하는 소리를 냈다.

“긴장되니?”

“으, 응…….”

“처음이야?”

“시벌, 응.”

여기서 왜 욕이 나오니.

평소에 애들이 놀리던 거에 반응하던 게 습관이 돼서 그렇다. 너 모쏠이지? 시벌, 응…… 너 키스 안 해 봤지? 시벌, 응……. 너 아다지? 시벌, 응…….

“걱정하지 마. 황실 교육 중에는 방중술도 있으니, 너는 충분히 환희에 가득 찰 수 있을 거야.”

손가락이 길쭉길쭉한 큰 손이 내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뒤로 넘겼다. 와, 이러니까 진짜 사랑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가슴이 말랑말랑해진다. 아, 물론 가슴은 원래 말랑말랑…….

“그럼 시작할까?”

뻣뻣해진 팔로 그의 목을 살짝 감았고 그는 동시에 내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길게 포갰다.

처음은 키스부터였다.

전혀 다른 사람의 혀가 내 입 속으로 들어와 이곳저곳을 누르고 휘저었다. 타액이 섞이고 혀가 섞였다. 그 뜨끈하고 소름 돋는 느낌에 내가 적응할 수 있도록 일리언은 느리고 상냥하게 키스를 이어 갔다.

커다란 손이 긴장을 달래려 내 머리를 쓸어내리고 등허리를 부드럽게 매만졌다.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있던 나도 계속된 그의 노력에 긴장을 풀고 서투르게 키스에 응했다. 어색하게 혀를 그의 것과 맞닿자 그가 목울대부터 낮게 울리는 웃음소리를 냈다. 내가 그 소리에 살짝 눈을 뜨니까 그가 내 눈 바로 앞에서 눈꼬리를 접어서 예쁘게 눈웃음을 지었다.

“예뻐서.”

으으으으! 예쁘대!

부끄러워서 눈을 질끈 감으니 그게 또 뭐가 좋다고 웃는다.

내 등허리 언저리에서 아기 다루듯 토닥거리던 손은 좀 더 목적을 띄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손은 등에서 조금 더 올라와서 어깨뼈와 가슴 언저리에 닿고 나머지 한 손은 허리에서 내려와서 엉덩이와 골반을 쓰다듬었다.

히익, 낯선 남자가 내 몸을 분명한 목적, 떡을 위해서 만지고 있다니.

허벅지까지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그걸 알아차렸는지 일리언이 아래쪽의 손으로 꼭 다물고 있는 다리 사이를 가르고 그 사이에 자신의 허벅지를 끼워 넣었다. 그러면 나는 다리를 오무릴 수 없었다.

나는 어색하고 무서운 기분을 떨쳐 버리기 위해서 키스에 더 집중했다. 키스가 이어질수록 기분이 야릇해지고 점점 아랫배 안쪽이 죄어들었다. 아니, 아랫배라고 하기에는 좀 더 밑이 움찔거렸다.

일리언은 능숙하게 키스하면서도 손으로 내 허벅지 안쪽을 더듬었다. 여리고 예민한 살에 비교적 단단한 손이 닿는 느낌에 쾌감이 좀 더 빨리 모였다. 아니, 나 원래 이렇게 잘 흥분하는 사람이었나?

그가 내 거시기에 손대기도 전에 나는 달아올라서 키스 중에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 아래가 조금 축축해진 것이 느껴져서 나는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흐, 읏……!”

“예민하네.”

그는 입술을 떼고 섞인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입술을 혀로 쓱 핥았다. 방금까지 두부같이 말랑말랑 순진해 보이던 꽃청년은 어디로 가고 좀 위험한 분위기의 검은 머리 청년이 나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그가 가만히 나를 보고만 있자 마른침이 절로 꿀꺽 내려간다. 그는 내 어리숙한 행동에도 아까처럼 웃지 않고 내 두 다리 사이에 자신의 몸을 끼워 넣어 다리를 더 넓게 벌렸다. 손으로는 내가 입고 있던 옷의 리본과 단추를 툭, 툭 풀었다. 곧 속옷이 드러나고 그가 속옷마저 벗겨 버리자 말랑말랑한 살 무덤이 그의 앞에 훤히 드러났다.

남자 앞에서 가슴을 보인 게 처음이라 수치에 못 견뎌 두 눈을 가리려는데 그가 내 두 손을 잡아 내렸다.

“잘 봐. 내가 너의 처음이라는 걸.”

일리언은 입으로 내 젖꼭지를 물었다.

“하, 아윽!”

좌우 옆으로 혀로 굴리고 이 끝으로 약하게 잘근잘근 무니 쾌감이 빠르게 치닫는다. 절로 더운 숨이 나오고 헐떡거리게 된다. 세상에, 나 몸이 좀 변한 것 같은데. 혼자 할 땐 진짜 최선을 다해도 이렇게 빨리 흥분할 수 없었는데. 신이 무슨 수작질을 한 것이 분명했다.

“아아……. 하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