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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저택 7화

2. 12월 17일, 18일 (3)





시호는 자신보다도 더 부끄러워하는 11월을 보면서 첫째 아들놈과는 11월이 다른 사람이란 것을 생생히 깨달았다. 그래서 몸에 힘을 빼고 스스로 다리를 천천히 벌렸다.

시호의 그런 행동에 시호도 모르는 사이 11월의 심장이 격하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남자끼리라지만 이런 은밀한 상황을 단둘이 겪다 보니 모든 게 예민하게 다가왔다. 어딘가 카메라가 있을 것이란 걸 알면서도 눈앞 시호밖엔 보이지 않았다.

‘하필이면 곱상해서.’

아까까진 1월이 시호라 고맙다고 해 놓곤 이제 와선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11월은 가발의 긴 머리카락이 이불 위에 흐트러져 있는 것도 시호와 어울려 보인다는 생각까지 했다. 밤은 이상한 마력을 내뿜고 있었다.

11월은 아직 시간이 2분 정도 남은 것을 시계로 확인하고 다시 조심스럽게, 아까보다도 약하게 허리를 움직이려 애썼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퍽퍽 닿지 않아 감각을 더 예리하게 만들었다. 민감한 부위에 은근한 자극이 온다. 11월은 막판에 완전히 발기한 자신의 성기를 느끼고 눈을 꾹 감았다.

‘미치겠네. 내일 어떻게 얼굴을 보지.’

11월은 지시된 5분이 끝나자마자 벌떡 일어났다. 시호는 모르겠지만 그의 얼굴색이나 심박은 평소와 아주 달랐다. 호흡도 거칠었고 조심스레 들어왔던 처음과 달리 범행을 들킨 범죄자처럼 도망치듯 황급히 문을 나서 버렸다.

시호는 벌어졌던 다리를 모으고 치마를 밑으로 잡아당겼다. 침을 꿀꺽 삼키고 완전히 잠에서 깨 자리에 앉았다. 그는 고개를 치켜들고 카메라 렌즈로 얼굴을 향했다.

‘만족했냐? 변태 새끼들아.’

그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자신보다도 어리고 서툰 남자의 성기와 몇 번이고 맞비벼진 탓에 시호의 성기도 반쯤 서 버렸기 때문이었다.

한편,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11월은 침대 위를 굴러다니며 발버둥치고 있었다. 쪽팔리고 짜증 나고 걱정되는, 복잡한 감정으로 방방 날뛰었다.

그러다 아직까지 살아 있는 제 중심에 끙끙 앓으며 손을 슬쩍 대곤 화들짝 놀라 거두었다. 지금 이 상태에서 건드렸다간 머릿속에 누가 떠오를지 명확했기에 머리를 식힐 겸 불을 켜고 자신의 개인 설명서를 들었다.

[18일 새벽 4시(오차는 전후 10분 이내)부터 1월을 찾아가 5분 이상 성교 모사를 해 주시길 바랍니다. 되도록 진짜처럼 느껴지게끔 행동해 주시고 굳이 맨살이 닿을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꼭 옷 위로나마 실제로 접촉하셔야 합니다. 시계 알람 설정 방법은…….]

“……미쳤어.”

개인마다 정해진 지령이 있었다. 처음 지령을 읽고 난 뒤 모인 현관 앞 로비에서 도저히 1월의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령을 어길 수는 없었다. 계속 피하다가 소지한 열쇠를 들고 몰래 밤에 들어간 11월에게 놀란 모습을 보였던 1월은 이내 그를 받아들였다.

얼굴에 오른 열은 도저히 가라앉질 않아 몇 번이나 개인 욕실에 들어가 찬물을 틀어야 했다. 그리고 결국 다리 사이에 볼록하게 솟은 자신의 성기를 보며 눈을 꾹 감고 손을 내렸다. 11월은 기둥을 잡고 훑으며 밭은 숨을 내쉬면서도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어둠 속 침대에 누워 흔들리는 1월을 떠올리지 않으려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러나 그게 그리 쉬울 리 없었다. 어느새 그는 조금 전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까 한 번,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고 있던 1월이 세게 부딪힌 성기에 놀라 올려다보는 바람에 눈이 마주쳤었다. 파랗게 빛나던 흰자와 빛이 없는 새까만 눈동자를 떠올린 순간 11월은 등허리를 타고 소름이 올라왔다.

“하아……. 하, 하하.”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났다. 11월은 제 손바닥을 적신 비린 액체를 확인한 후 아직도 새어 나오는 정액에 젖은 성기를 내려다봤다.



아침 7시 10분이 되자마자 엉망진창인 박자로 종소리가 울렸다. 식당에서 치는 종이 내는 소리였다.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던 아침 식사 시각이었으나 그 소리를 들은 뒤에야 느긋하게 방에서 나왔다. 11월과 1월이 눈이 마주쳤다. 11월이 푹 고개를 숙인 반면, 1월은 살짝 눈만 내리깔았다. 곧 바로 옆인 3월이 묵는 방문이 열렸다.

“1월, 안녕히 주무셨어요?”

“네. 그럭저럭…….”

1월은 집 안의 모든 이에게 존댓말을 썼다. 그토록 혐오하는 정원사 5월은 물론이고, 1월보다 네 살이나 어린 17세의 심부름꾼 3월에게까지 말을 높였다. 딱 한 명, 남동생인 12월에게만 말을 놓았다.

그 12월이 시호에게 다가왔다.

“1월, 잘 잤어요?”

“응.”

웃는 인상의 중년이 1월에게 인사했다. 약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는 키가 크진 않았으나 뼈가 굵고 튼실해 보였다. 3월은 아들 12월에게 허리만 숙이는 인사를 하고 무시했다.

‘이 집은 뭐가 이렇게 복잡해?’

시호는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 12월과 적당히 말을 섞었다. 아무리 연극이라지만 제 나이의 배는 산 것 같은 연상에게 말을 놓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12월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1월의 어깨를 주물렀다.

영 기분이 나빴다. 남동생이 누나에게 할 만한 손동작이라기엔 지나치게 질척였다. 시호는 이런 손동작을 전에도 겪어 봤었다.

“1월은 드레스가 잘 어울리네요.”

원피스를 위아래로 훑던 12월은 속으로 저번 1월을 떠올렸다. 그리고 현재의 1월에 감사하며 어제 보았던 관계도를 떠올렸다.

[1월 딸 - 12월은 1월의 관심과 애정을 구하며 1월을 욕망하고 있음.]

‘남동생이 누나를 많이 따랐던 거 같던데.’

개인 설명서 속 다른 설명도 되짚어 보았다.

[12월, 아들은 딸 1월과 11개월 차이입니다. 즉, 같은 연도에 태어난 동갑입니다. 그래서 1월을 누나라 부르지 않고 이름으로 부릅니다. 1월은 12월이 이름으로 불러도 그다지 신경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12월은 오히려 그것이 자신이 1월의 관심 밖이라는 반증 같아서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중년의 남성은 시호를 빤히 쳐다보았다. 12월의 시야는 호리호리하지만 키가 큰 편인 시호보다 조금 더 낮았다. 그는 얼추 180은 되어 보이는 시호의 어깨에 올렸던 손을 내리며 자연스럽게 등을 훑곤 엉덩이를 툭툭 쳤다.

‘뭐야, 이 새끼!’

당연히 시호는 기겁을 했다. 순간 놀라 인상을 팍 쓰고 돌아보려다 겨우겨우 참고 고개를 푹 숙였다. 설명서에 나와 있는 1월의 행동 사항이었다. 어떤 일을 겪더라도 참고 반항하지 말라던 것이 떠올랐다.

‘남동생이라며!’

12월이 웃자 입 안에서 번쩍이는 금니가 보였다. 시호는 황당해하면서 자리에 앉았고 그 뒤를 11월이 따랐다. 11월은 12월이 1월의 엉덩이를 치는 걸 본 뒤 울컥 솟았던 마음을 가라앉힌 채 착잡한 표정으로 자리에 잡았다.

‘내가 왜 화내.’

젊다 못해 어린 티가 나는 청년이 맡은 운전기사 11월과 1월의 관계도는 저런 일을 목격했다고 해서 화낼 입장이 못 되었다. 비록 새벽에 은밀한 부위를 맞비볐지만 말이다.

[1월 딸 - 11월은 1월의 몸을 몹시 아낍니다. 그래서 자신만의 것으로 독점하려 합니다.]

처음에 자신의 인물 관계도를 읽고 청년은 자신이 맡은 11월이 1월을 몰래 좋아하는 변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장 개인 미션 같은 성교 모사 지시문을 읽곤 소스라치게 놀랐었다. 솔직히 오늘 새벽일도 1월에게 뺨이라도 맞을 각오로 한 짓이었다. 하지만 1월은 놀라면서도 받아 주었다.

문득 1월의 관계도엔 11월이 어떻게 묘사돼 있을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1월은 긴 생머리가 정말 잘 어울려요.”

“고마워.”

저 중년 남성이 맡고 있는 남동생 12월이 왜 자꾸만 1월에게 치근덕거리는지도 궁금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1월과 같은 생각을 했다.

‘남매라며.’

참고로 11월에게 있어 12월 아들은 버르장머리 없는 양아치였다.

“조용히 하고 밥 먹자.”

하얀 머리를 가발로 숨기고 붉은 립스틱을 칠한 노인이 말했다. 다들 조용해졌다. 남편이 죽은 뒤 저택의 주인은 아내였기에 누구도 토를 달지 않았다. 달그락, 수저 부딪히는 소리만 울리던 식사가 끝난 뒤 다들 각자 할 일을 위해 돌아갔다.

시호는 속이 더부룩해서 양치를 하다 말고 가발을 벗은 뒤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였다.

똑똑똑.

“1월, 안에 계십니까?”

3월의 목소리였다. 시호는 가발도 깜빡하고 급히 문을 열었다. 시호의 원래 머리카락이 드러난 걸 본 3월의 눈이 조금 커졌다.

“무슨 일이죠?”

“아…… 씻고 계시는 중이셨나 봅니다.”

몸 곳곳에 물이 튄 흔적이 보여 건넨 말이었다. 시호는 3월의 시선이 날카로워 등줄기가 서늘하면서도 짐짓 태연한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자신이 지금 가발을 쓰지 않았단 사실을 알고 당황한 얼굴로 3월을 올려다보았다. 3월의 시선이 확실히 시호의 머리카락을 향하고 있었다. 책잡히고 싶지 않았던 시호는 속으로 욕하며 계속하여 태연을 가장했다.

“씻을 시간에 무슨 일 때문에 온 건데요?”

하지만 입에선 퉁명스런 말투가 흘렀다.

“1월 앞으로 온 편지입니다.”

심부름꾼 3월이 편지를 건넨 뒤 가만히 시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흐릿하고 창백한 얼굴 탓에 선이 고운 미인이나 곧 죽을 것처럼 생긴 인상이었다. 게다가 왠지 사인은 꼭 자살일 것만 같았다. 삶에 대한 집착이 강한 시호가 들었다면 불을 토할 생각을 하던 3월이 시호의 입가에 묻은 치약을 보고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자신이 맡은 방의 주인이라면 당연히 이 시점에서 이렇게 했을 것이라 상상하고 행동을 취했다.

“입가에 뭐가 묻었습니다.”

시호는 엄지로 제 입가를 닦아 오는 손길에 깜짝 놀랐다.

‘심부름꾼이 집안 아가씨한테 함부로 손을 대다니? 게다가 짝사랑이면서?’

“뭐 하는 겁니까?”

3월은 손을 탁 쳐낸 시호에게 미소를 한 번 지은 뒤 문을 닫았다. 확실히 1월이 심부름꾼에게 하는 행동으로 정답이었다. 그는 이제 하나 남은 자신의 편지만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의 지령이 담겨 있는 편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