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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프롤로그





[‘로티아의 영웅 지팡이’와 ‘소다니아의 검’을 합성하시겠습니까?]



이준이 크게 숨을 들이마시다 내뱉었다. 그리고 천천히 저 두 아이템을 얻게 된 고생길을 회상해 보았다.

로티아에 도착해 장로를 포함한 주민들의 퀘스트를 장차 네 달간 받은 결과 로티아의 영웅 지팡이를 얻었다. 거기에다가 마법 공격력과 항마력을 높이는 성공률 20%인 주문서를 백 단위로 쏟아부어 아이템 레벨을 최대치로 높였다.

마법사라는 직업으로 관심도 없는 소다니아의 검은 경매장을 두 달간 돌아 겨우 발견해 영웅 랜덤 주사위 10개를 지불하고 교환받았다. 그 영웅 랜덤 주사위는 하나당 게임 지폐 10억으로 팔리는 엄청난 고가품이었다.

게임을 하면서 한도를 두고 현질을 하는 이준으로서는 힘들게 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왜 그런 고가품을 한 개도 아닌 열 개나 써 가며 직업과 맞지 않는 무기를 구했는가.

게이머들이 가장 질색한다는 마을 퀘스트로 무기를 보상받는 선택지, 다른 말로 노가다를 어째서 골랐는가.

그것은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로티아의 영웅 지팡이와 소다니아의 검을 합성하면 전설 지팡이인 ‘로티니아의 지팡이’가 탄생한다. 그 스펙은 이러하다. 마력 20% 증가, 기질(운) 15% 증가, 마법 공격력 3만 추가, 공격 범위 10km 확장…… 등. 이 정도가 가장 눈에 띄는 스펙이고 총 스펙을 말하자면 종이 한 장을 빡빡하게 채워도 부족하다.

어떤 좋은 무기라도 마력이나 기질 같은 기초 능력을 10% 이상 높여 주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저 무기가 얼마나 많은 스펙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많은 스펙들을 둘째 치고 이준이 저 무기를 갖고 싶은 데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금까지 저 무기를 손에 얻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것!

그 이유는 저 두 무기가 합성 가능하게 된 지 얼마 안 된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엄청난 노가다에다가 희귀한 주문서를 써야 하고, 직업과 상관없는 무기를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이머들에게 그것은 도전의 한 걸음이지 포기할 이유가 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두 무기의 합성 성공률이 10%라는 것이었다.

10%……!

저 두 무기를 얻는 데만 반년을 소모하는데 합성 확률이 10분의 1이다. 열 번 시도하면 아홉 번은 실패하는 것이다!

게임 공식 카페에 가면 실패 후기들이 빽빽하게 줄을 이룬다. 쌍욕과 함께 차라리 신체 진화를 해서 무기 두 개를 드는 게 낫다고 결론을 내린 글들뿐이다. 유명한 유저들마저도 실패를 하니 결국 따라붙은 칭호는 무(無)의 무기.

존재하지 않는 셈 친다는 거다. 지금은 웬만한 유저들도 포기한 무기였다.

이준은 반은 깡으로 반은 남자의 욕망으로 여기까지 왔다. 친구가 돈만 날리는 거라고 충고하고 길드장이 차라리 던전이나 돌자고 말해도 꿋꿋했다. 어떻게 남자가 이미 시작한 일을 결과도 안 보고 끝낼 수 있겠는가!

……같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이준이 희귀템 마니아라서였다. 인벤토리에 가득한 희귀템을 보는 즐거움은 비싼 양주를 마셔도 얻지 못하는 기쁨이다. 길드원들도 왜 그리 희귀템에 목매냐고 하면서도 막상 이준의 인벤토리를 보면 부러워했다.

그런 이준에게 저 무기는 최고의 무기일 수밖에 없었다. 어떤 희귀템도 혼자 소유하고 있지는 못하다. 어쨌거나 최소 몇십 명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저건 다르다. 성공하는 순간 오직, 자신만! 갖게 되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짜릿했다.

“문제는 실패할 경우인데…….”

이준이 손가락을 초조하게 움직이며 중얼거렸다. 성공하면 유일한 무기 소유자. 실패하면 합성 시도한 무기가 소멸하기 때문에 반년 치 노력이 무로 변해 버린다. 다시 말하지만, 후자의 확률이 9배나 높다.

“어차피 고민해도 난 한다.”

이준은 전자의 선택지로 마음을 다잡았다. 어쨌든 이 결과를 위해 구태여 먼 로티아까지 왔는데 시도를 안 하는 것은 우습다. 그래. 난 할 거야. 할 거라고. 할 거라니까?

몇 번이나 자신에게 한다고 말한 뒤에 이준은 공중에 떠 있는 [예] 표시를 눌렀다. 화면이 흔들리더니 눈앞에 다른 장면이 펼쳐지며 글씨가 [합성 중]으로 바뀐다. 무기를 제조하는 대장장이 캐릭터가 뚝딱뚝딱 망치질을 시작했다. 이준은 초조하게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1초가 한 시간처럼 길게 느껴지는 억겁의 몇 초를 견디자 화면이 화악 밝아지면서 다시 바뀐다. 이준은 기대와 염려의 눈으로 눈을 크게 떴다.

“…….”

밝아진 화면이 제 밝기로 돌아오고 떠 있는 커다란 글씨.



[실패]



“으아아아아악!”

실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