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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 선비(19금 개정판)


1화



헐떡이는 숨결이 채 잦아들기도 전에 배 위로 턱 하니 올라탄 선비가 애희를 빤히 내려다보며 하체를 뒤로 슬며시 물렸다. 스러지기는커녕 오히려 딴딴하여진 남근이 아랫배를 찔렀다. 두 번이나 격렬한 파정으로 질퍽질퍽 젖은 틈새 안을 범람하는 강으로 만들고도 언제 그러하였었느냐는 듯하였다.

애희가 움찔하여 아랫배에 힘을 주며 다리를 오므리려 하였으나 이미 선비가 허벅지 사이로 자리를 잡아 버린 후였다.

타오르는 눈동자 속에서 얼어붙은 불꽃이 꿈틀꿈틀 일렁이는 것만 같은 음영에 심장이 마구 벌렁거렸다.

위험스러워.

번데기가 허물 벗는 우화(羽化)의 찰나처럼, 이 세 번째 낯선 정사는 몹시 긴장되었다.

대체 저 속에서 무엇이 나오려는 걸까.

마치 두 번의 정사는 그저 맛보기에 불과하였다는 듯 어지럽게 얽혀든 눈길이 팽팽하여졌다. 눈길을 타고 화르르 번져온 열기에 벌거벗은 온몸의 살갗이 그을려 버릴 듯하였다.

“염려되오? 안심하구려. 이번이 마지막이니.”

선비가 열기 고인 그니의 눈빛을 한 모금 길게 빨아 당기며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선비님…….”

애희의 귀에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그 말이 ‘이제 시작’이라는 말처럼 들렸다.

“더도 덜도 없이 삼세번이오.”

선비는 눈길을 휙 끌어 내려 백자처럼 매끄러운 살결을 더듬어 내렸다. 아니, 이제 백자는 적절치 않다. 고결한 백자 같던 그니의 몸에는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하여 흰 부분은 한 군데도 찾아볼 수 없어졌다.

고작 눈길로 더듬었을 뿐이건만 바르르 떠는 붉은 꽃송이들이 미치도록 요염하였다.

붉디붉은 꽃물결을 흐트러뜨리며 더듬을수록 허기가 졌다. 밤새껏 그니를 가지고 다시 가져도 이 굶주림의 허기를 면할 것 같지 않았다.

“어찌 이리 미혹하는 게요?”

젖가슴 위에 스르르 손을 얹은 선비는 희귀하디 희귀한 것을 아껴 먹기라도 하듯 손끝으로만 가볍게 스쳐 내렸다. 파르르 떠는 이마의 진동이 가슴까지 물결쳐 내려와 한 번도 무너진 적 없던 사내의 의지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그니는 눈을 내리뜨고 있었으나 홀쭉한 아랫배를 탄력 넘치도록 경직시킨 열기는 손금을 타고 온몸의 핏속으로 스며들었다. 일순간, 선비는 사라지고 오로지 허기진 짐승만 남았다. 탐욕스러운.

“하아아…….”

긴장감을 견디지 못한 애희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애희 낭자!”

충동하는 신음에 거칠어진 손아귀가 금단의 그곳, 비부를 콱, 움켜쥐고 비틀었다.

“읍!”

몸서리치는 아픔을 뒤따라 아랫배로 몰려든 뜨거운 흥분이 꿈틀꿈틀 뒤엉켜 소용돌이쳤다. 터져 버릴 것만 같은, 감당하기 버거운 쾌감을 배설하듯 체액이 왈칵, 흘러나왔다. 화끈화끈 지져지고 있는 그곳으로 몰려들었던 피가 정신없이 온몸을 휘저으며 들끓었다.

“이리 위험스러운 짐승을 풀어놓고 대체 어찌하려는 것이오?”

뻔뻔스러운 물음에 애희는 지독히 달콤한 아픔을 가두듯 미간을 찌푸린 채 그이를 올려다보았다. 선비는 그니의 미간에 고여 들어 홍시처럼 농익은 흥분을 빨아들이듯 내려다보며 반대쪽으로 한 번 더 비틀었다.

“흐읍!”

그니의 두 번째 밭은 신음을 듣고야 선비가 움켜쥐었던 손아귀를 풀고 비틀린 음부를 놓아주었다.

“그리 아프오?”

눈물 한 방울이 맺혀 있는 눈 속은 묘하게 색스러웠다. 기다란 속눈썹을 깜빡이자 눈물방울이 뭉개졌다. 촉촉하게 젖은 눈에서 은밀한 열기가 퍼지고 있는 얼굴이 참을 수 없도록 야하였다.

피라미가 물살을 거슬러 헤엄치듯 양손으로 허벅지를 더듬어 올라갔다. 허벅지 안쪽에서 긴장한 탄력감이 감각되었다. 쫄깃한 그 안으로 침입할 기대감에 목울대가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하…… 아아아…….”

스르르 더듬어 들어온 선비의 손끝이 거웃에 닿은 순간, 몽롱하게 신음을 흘려내던 애희의 아랫배가 다시 움찔, 경직되었다.

백탁액이 번질번질 비벼진 거웃을 헤쳐 내리자 손가락에 바르르 감기는 흥분에 불끈 일어선 남근에서 선액이 줄줄 흘렀다.

끈적거리는 꽃잎 사이, 음욕이 소용돌이치는 여울로 다급히 다가들던 손끝이 뾰족한 돌출부에 찔렸다.

“앙큼한 조약돌이구려.”

혼내듯 꼿꼿한 공알을 문질러 내렸다.

“아으응. 응.”

흥분이 포진한 그곳을 문지르자 체액이 흘러나와 흥건하게 고였다. 더는 체액이 흘러나오지 못하게 다리를 꼬고 싶었으나 선비의 하체가 차지하고 있어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리 좋소?”

매끄러워진 조약돌을 타 넘어 꽃잎을 갈라 내린 손가락이 미끈거리는 주변을 배회하였다. 짓궂은 생각에 양쪽 손끝으로 붉은 살덩이를 헤집었다.

“아으, 아으읏. 선비님…… 제발…….”

수치스러워 견딜 수 없어진 애희가 온몸을 붉히며 애원하였다.

“그리 애원하니, 허면.”

능청스럽게 붉은 구멍 속으로 검지를 미끄러뜨렸다.

“흣!”

의뭉스러운 기습에 꽉 힘이 들어간 아랫배가 딴딴하게 뭉쳤다.

“이리 좁았소?”

채 휘젓기도 전에 쫄깃거리는 내벽이 달려들어 손가락을 물고 옥죄었다. 달래듯 손가락 끝을 꼬물거리자 내벽이 느슨하여졌다. 그 틈을 놓칠세라 점막을 긁어내렸다. 그와 동시에 내벽이 손가락을 끊어 버릴 듯, 죄어들었다.

파닥, 튀어 점막에 엉기는 체액의 파편과 함께 튕겨 오른 손가락이 말미잘처럼 돋아난 돌기 속으로 곤두박질쳤다.

오히려 물 만난 물고기처럼 탐욕스러워진 손가락이 펄떡펄떡 돌기들을 들쑤셨다. 찔끔찔끔 흘려내던 체액이 줄줄 쏟아져 나와 손가락에 치덕치덕 엉겼다.

농염하여진 그니의 교성에 충동 되어 손가락 하나를 더 집어넣고 따개비처럼 딱딱하여진 돌기들을 질컥질컥 들쑤시고 뒤집어 휘저어서는 손가락에 번질번질 휘감았다.

“아흐, 읏! 아읏!”

달콤한 쾌감이 온몸으로 녹진녹진 번졌다. 나른히 한숨을 내쉬던 애희는 손가락 하나가 더 침입하여 들어와 공격적인 기습을 감행하자 아랫도리를 움찔움찔 떨었다.

“이 손가락이 그리 맛있소?”

체액이 번들번들 묻은 손가락들을 빼내 입에 넣고 쪽쪽 빤 선비는 상체를 숙이고 흥건하게 흘러나온 체액을 마저 쪽 빨아 삼켰다. 태양 한 조각을 삼킨 듯 핏속이 확확 타올랐다.

“으읍. 읍.”

찰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은 선비의 입이 쪽쪽 빨아댈수록 폭포수처럼 터져 나오는 체액에 당혹스러워진 애희가 어쩔 줄 몰라 쩔쩔맸다.

“나도 환장하게 맛있구려.”

무릎 꿇은 선비가 그니의 한쪽 다리를 홱, 들어 올렸다. 요염하게 벌어져 치명적으로 붉은 살덩이를 보고는 곧장 머리통을 쑤셔 박았다.

“아흡.”

선비의 치아가 돌기를 말캉, 깨물었다. 순식간에 열기가 얼굴로 확, 타 올라왔다. 선비가 물었던 돌기를 놓아 버렸으나 뜨거운 숨결이 후끈 끼치며 또다시 깨물릴 것만 같아 오슬오슬 긴장되었다.

“아으응. 아항.”

선비의 혀끝이 살짝만 스쳐도 하체가 저릿저릿 경직되었다. 애희는 간질거리는 쾌감에 다리를 바르작거리며 ‘아니 되어요!’라고 소리쳤으나 벌어진 입술 사이로 야릇한 교성만 터져 나갔다.

바들바들 떨고 있는 다리에도 아랑곳없이 혓바닥으로 비부 전체를 핥아 올렸다. 혓바닥에 눌린 자국을 따라 쾌감이 아우성을 쳐대며 일어섰다.

“아으읏. 아으으읏. 선비님!”

아래로 길게 내려보낸 혀가 연달아 터져 나온 체액을 말끔히 핥고는 돌기를 쯧쯧쯧, 문질러 내렸다. 그 소리가 어찌나 야한지 뜨겁게 달궈진 피가 정신없이 몸속을 소용돌이치며 끓어올랐다.

개의 혀처럼 길고 강한 혀가 다시 아래로 핥아 내리더니 비부 구멍 안으로 파고들었다.

“흐읏!”

애희는 저릿저릿 파먹어 들어오는 혀를 밀어내듯 아랫배에 꽉, 힘을 주었다. 그리하였다가 체액만 주르륵주르륵 먹여 주고 말았다. 체액을 핥아내어 쪽쪽 빠는 소리에 이제는 귓속이 절어 버릴 지경이었다.

애희의 노심초사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양 선비의 혀는 집요하여져서 점점 더 깊은 안으로 쩟쩟쩟, 찔러 들어왔다.

“아흐, 아흐흐, 아흐흐흣. 선비님!”

남세스러운 절정에 애희는 달싹달싹 들어 올리던 허리를 파닥파닥 뒤틀며 체액의 강물을 쏟아냈다.

강물을 쭉쭉 빨아 마시는 불볕더위처럼 체액을 게걸스럽게 빨아 마시며 붉은 살덩이를 욱신욱신 파먹어 들어오는 불타는 숨결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타버렸다.



1. 금단의 서책



“집 안이 조용한 걸 보니 부모님은 바깥나들이 가셨나 보네?”

점심때가 되어갈 무렵 옆집 동갑내기 미옥이 애희의 방 안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다시피 하였다.

“안에서나 밖에서나 한결같이 사내처럼.”

부모님이 볼일로 나가시고 혼자 남아 적적하던 애희는 미옥이 찾아와 반가웠음에도 손에 들린 바구니를 보고는 대답 대신 툴툴거렸다.

“한결같아야 실수하지 않지. 조신한 반가의 규수는 내 천성에 맞지 않아서 말이야. 너에게 꼭 보여 줄 서책이 나왔거든. 조신한 반가의 규수들이 읽어서는 안 될 금단의 서책이라고나 할까.”

‘금단의 서책’ 대목에서 목소리를 한껏 낮추어 소곤거린 미옥이 호기롭게 외치며 재빨리 바구니 뚜껑을 열어젖혔다.

“짠! 개봉박두!”

“찐 고구마가 금단의 서책이야? 그런 거 자꾸 가져오지 말라니까.”

애희는 제 입막음을 하려 선수 친 미옥을 가자미눈으로 흘겨보았다. 은밀히 유행하는 서책일수록 귀신처럼 알아내어서는 으레 먼저 읽고 같이 읽자며 군것질거리와 함께 가져오곤 하였다. 주목적이 서책인지 군것질거리인지 헛갈릴 지경이었다.

“툭툭 터져서 포슬포슬한 속살이 살짝살짝 엿보이는 모양새가 꿀꺽 군침 넘어가게 하지?”

서책을 낭독하듯 눈짓과 표정질을 추임새처럼 넣었다.

“웬 헛소리야.”

미옥의 넉살에 애희가 바구니에서 눈길을 거두고는 시큰둥하게 대꾸했다.

“요 야무진 것은 당연히 오라버니의 눈속임을 위한 위장이지만 오늘 군것질거리로 그만이겠다는 생각을 불러일으켜서 낙점하였는데 꽤 그럴듯하여 보이는 모양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