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위/아래로 스크롤 하세요.

/6/



20명 정도 되는 무리 중에 제일 어려 보이는 놈이 다른 이들에게 뭐라뭐라 지시를 내렸다.

곱상하게 생긴 외모 때문인지, 놈에게서는 양아치 같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조폭들은 즉시 민혁을 에워싸고 조금씩 포위망을 좁혀왔다.

민혁도 전투태세를 갖추고 만반의 준비를 했다.

이미 다 잡은 먹이라 생각한 것인지, 놈들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쳤다.

개중 한 놈이 실력을 뽐내려는 듯 홀로 나섰다.

놈은 가볍게 견제하며 잽을 날려왔다.

민혁은 놈의 뻗어진 손목을 낚아채며 팔꿈치를 목 한가운데로 찔러 넣었다.

“윽!”

놈은 답답한 신음성을 토해내더니, 그대로 눈자위를 까뒤집으며 의식을 잃었다.

그러자 남은 이들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이번에는 둘이 한꺼번에 나섰다.

정면에서 한 놈이 풀스윙하듯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뒤에서는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쇠사슬이 날아왔다.

민혁은 앞으로 뛰어나가 쇠사슬을 피하며, 쇠파이프가 닿기도 전에 몸을 날려 그대로 박치기를 시도했다.

뻐억!

쇠파이프를 든 놈의 코가 주저앉으며 사방으로 피가 튀었다.

민혁은 얼굴에 튄 피를 닦아낼 겨를도 없을 등을 돌려 쇠사슬 든 놈을 노려보았다.

놈은 당황했는지 놀란 기색이 얼굴에 드러나 있었다.

어느새 손에 들린 쇠사슬도 그냥 바닥을 향해 늘어져 있었다.

기회라 여긴 민혁은 땅에 떨어진 쇠파이프를 들어 냅다 던져 버렸다.

빙글빙글 돌며 날아간 쇠파이프는 그대로 놈의 안면을 강타했다.

순식간에 세 사람을 쓰러트린 민혁은 새삼 자신감이 치솟았다.

이대로 조금씩 해치우다 보면 무사히 빠져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 검은 광택을 요요롭게 빛내는 한 자루의 권총이 민혁을 향해 내밀어졌다.

‘아, 진짜 좆 됐네.’

민혁은 저항할 의사가 없다는 듯이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제발 저놈들이 한 줌 자비라도 갖고 있기를 애타게 바라면서.

물론 어림없는 기대였다.

한꺼번에 대여섯 명이 달려들더니, 온갖 몽둥이가 민혁의 몸에 틀어박혔다.

민혁은 양팔로 머리를 감싼 채 몸을 웅크렸다.

퍽! 퍽!

이어지는 구타에 민혁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반격을 하고 싶은데, 저 반칙 같은 총의 존재가 민혁의 몸을 굳게 만들었다.

“윽!”

순간, 다리에서 격렬한 고통이 느껴졌다.

시선을 내려 바라보니, 기이한 각도로 부러진 게 보였다.

“악!”

이번에는 팔이 덜렁덜렁 힘을 잃고 늘어트려졌다.

그 순간, 번쩍 눈에서 불이 튀며 뒤통수에서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으윽, 제, 제발…….”

민혁의 애원에도 사방에서 날아드는 흉기의 향연은 멈출 줄을 몰랐다.

의식마저도 바람에 날리는 촛불마냥 서서히 꺼져 갈 즈음, 처음 지시를 내리던 어린놈이 민혁에게 다가왔다.

민혁은 이미 서 있을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자꾸 허물어지려는 몸을 두 조폭 놈이 양옆에서 붙잡았다.

어린놈은 민혁의 코앞까지 다가와 알아듣지 못할 말을 늘어놓더니, 옆에 있는 조폭 놈에게 손을 내밀었다.

잠시 후, 어린놈의 손에는 보기에도 섬뜩한 칼이 들려 있었다.

“아… 안 돼…….”

민혁이 겨우겨우 한마디 말을 쥐어짜 내는 그 순간, 배에서 타는 듯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순간적으로 민혁은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그저 입만 뻐끔뻐끔 거리며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어떤 소리도 목을 통과하지 못했다.



“으으윽!”

가까스로 다시 정신을 차린 민혁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넓은 밤하늘이었다.

마치 쏟아질 것처럼 무수한 별이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살아는 있구나…….”

자신의 것 같지 않은 탁한 목소리가 너무도 생경했다.

그야말로 목숨이 붙어 있긴 하지만, 상황이 너무 좋지 못했다.

피를 많이 흘린 탓인지, 정신도 몽롱했다.

민혁은 의식을 집중해 팔다리를 움직여 보았다.

“으윽…….”

고통만 밀려올 뿐,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민혁은 지금 의식만 겨우 유지할 뿐, 온몸은 철저하게 망가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을 살피기 위해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채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자신은 죽고 말 것이다.

아마도 놈들은 그걸 알고 일부러 목숨을 끊지 않은 듯했다.

“…으윽, 여기가 어디지?”

바람을 타고 흘러드는 풀 내음과 하모니를 이루는 듯한 곤충의 울음소리가 이곳이 처음 민혁이 린치를 당하던 곳이 아니라는 것 알려주었다.

아마도 인적 없는 들판인 듯싶었다.

이대로 자신은 세상 아무도 알지 못하는 곳에서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시체 또한 들짐승의 먹이가 되어 세상에서 완전히 잊혀지겠지.

그런 생각이 들자 민혁은 서러운 마음에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흑흑흑…….”

뜨거운 눈물이 그치지 않고 흘러내리지만, 손을 들어 닦을 수도 없었다.

민혁의 팔과 다리는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어머니, 이 아들은 머나먼 이곳에서 죽습니다. 효도도 한 번 못하고…… 크흑.”

그렇게 한참 동안 서럽게 울며 다가올 죽음을 기다렸다.

이윽고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모든 것을 체념했는데… 민혁은 아직 살아 있었다.

약간은 머쓱해진 마음에 눈을 감으니, 이번에는 엉뚱한 놈이 찾아왔다.

그것은 다름 아닌 허기였다.

“강민혁, 이 미친 새끼야! 다 죽어가는 놈이 배고픈 것을 느껴서 뭐 하자고!”

민망한 마음에 한바탕 욕설을 쏟아냈다.

그러고 보니 아침 이후로 아무것도 먹질 못했다.

그러니 몸은 정직하게 신호를 보낼 뿐이었다.

민혁은 몽롱한 정신에 허기까지 밀려들자 오히려 악에 받쳤다.

“성민호, 이 개새끼야! 잘 처먹고 잘살아라! 내가 귀신이 되어서라도 너만은 반드시 복수할 거다!”

민혁은 자신을 꾀어서 인도로 보내 버린 성민호 과장에게 욕을 퍼부었다.

약간 가슴이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그러자 머릿속에 다른 이들이 떠올랐다.

“아신, 이 개똥같은 년아! 왜 괜히 나한테 말을 걸어 가지고! 왜 그렇게 예쁘게 생겨 먹어서 나를 끼어들게 만들었냐고!”

엉뚱한 곳에 분노를 쏟아내는 민혁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정상혁, 조민수, 이 새끼들아! 너희 사장은 이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뒈져 가고 있다! 그걸 알기나 하냐!”

민혁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작별 인사에 덧붙여 욕까지 퍼부었다.

그렇게 온갖 감정을 토해냈는데도… 민혁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허기만 더욱 심해졌다.

“어휴~ 배고파라. 당장 죽어도 이상할 게 없는 판국에 이게 대체 뭐람.”

그 순간, 갑자기 향기로운 내음이 민혁의 코를 간질였다.

꼼짝도 못하는 주제에 눈치없게도 침이 주르륵 입 밖으로 흘러내렸다.

“쓰읍, 이게… 대체 무슨 냄새지?”

민혁은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 겨우겨우 고개를 돌렸다.

그런 후에 볼 수 있었다.

3미터 정도 앞에 처음 보는 과일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어두운 밤이지만 무수한 별빛 덕분에 알아보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저것은 분명 과일이리라.

과일이 맞다.

과일이 맞아야 한다.

꼬르륵.

민혁의 의지를 도무지 들어 처먹지 않는 몸이 눈치도 없게 처량한 소리를 흘려냈다.

민혁은 이렇게 된 거, 이판사판이라는 생각에 눈앞의 과일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순간, 과일에서 노~오란 황금색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거 정말… 과일 맞겠지? 뭐, 과일이 빛 좀 날 수도 있지.”

그런데 그때, 민혁의 귓속으로 어떤 울림이 전해졌다.

[나를 먹어줘. 나를 먹어줘. 나를…….]

“내가 정말 이제는 죽나 보다. 환청까지 들리네.”

그런데 머릿속에 파고든 소리는 끊어지질 않았다.

[나를 먹어줘, 나를 먹어줘, 나를…….]

갑자기 짜증이 확 치솟았다.

“도대체 뭘 먹으란 말이야, 새끼야! 네가 아신이라도 되냐?”

왠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분명 과일에게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그래, 좋다. 내가 죽을 때 죽더라도 너만은 반드시 먹어주마!”

갑자기 오기가 끓어올랐다.

“내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너를 먹고야 만다. 만약에 맛없으면 죽을 줄 알아!”

민혁은 넝마가 되어버린 몸을 이끌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못할 때와 다르게, 저 과일을 먹고 말겠다는 알 수 없는 집념이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고작 1미터를 오는데 한참의 시간이 걸렸다.

어찌어찌 몸을 움직이긴 했는데, 그렇다고 고통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땀이 얼굴을 온통 적셨다.

[나를 먹어줘, 나를 먹어줘, 나를 먹어줘…….]

“이 빌어먹을 과일… 내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널 따먹고 말 테다.”

다시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민혁은 드디어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이르렀다.

“헉헉…….”

민혁은 죽을 듯이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손을 뻗어 황금색 과일을 움켜쥐었다.

그 단순한 동작만으로도 온몸이 부서질 듯했다.

민혁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 몸을 뒤집었다.

여전히 쏟아질 듯 무수한 별이 밤하늘에 빛나고 있었다.

이게 마지막으로 보는 광경이라 생각하니 의외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더 이상 환청은 들려오지 않았다.

역시 자신이 잠깐 미쳤던 것일까?

그래도 최후의 한순간에 한 가지는 이뤘다고 생각하니, 알 수 없는 성취감이 느껴졌다.

“이제… 먹어볼까? 황금빛을 내는 과일이라… 설마 배탈 나지는 않겠지?”

민혁의 삶의 마지막 성찬이라 생각하며 과일을 한입 베어 물었다.

다행히 성한 이가 한두 개쯤 남아 있어 부드럽게 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라? 이게 뭐지?’

자신이 깨물기도 전에 과일이 스르륵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더니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다시 목을 지나 위장 속으로 흘러들었다.

“헉! 이것 과일이 아니라 무슨 생물 같은 거였나? 어쩌지? 토해내야 하나? 혹시 내 몸을 숙주로 삼은 건가?”

곧 죽을 마당에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민혁.

그것이 민혁이 마지막으로 떠올린 생각이었다.



잠시 후, 의식을 잃은 민혁의 몸에서 황금빛이 스멀스멀 뿜어져 나오더니, 곧 몸 전체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 빛은 점점 강렬해지며 마치 황금빛 누에고치처럼 변해갔다.

꿈틀꿈틀.

거대한 누에고치가 천천히 움직였다.

놀랍게도 온통 부러지고 망가졌던 민혁의 몸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검게 멍든 피부도 원래의 색을 되찾았다.

아니, 오히려 더 뽀얗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여기저기 퉁퉁 붓고 깨진 얼굴이 정상적인 사람의 형제를 갖춰 나갔다.

자세히 보니, 기존의 외모보다 조금은 더 잘생긴 것 같기도 했다.

그야말로 환골탈태라 할 수 있는 현상이었다.



***



한편, 첸나이 종합병원의 VIP 병실에는 귀족적인 외모의 중년 부부와 경찰복을 입은 남자가 아신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지위를 보여주기라도 하듯 병실 밖에는 잘 단련된 듯 보이는 경호원들이 물샐틈없이 자리하고 있었다.

“여보, 아신이 왜 아직까지 깨어나지 못하는 거죠?”

“의사 말 못 들었소? 안정을 위해 수면제를 투여해 재웠다 하니, 곧 깨어날 거요.”

“누나, 아신은 크게 다친 곳이 없다고 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경찰 복장의 남자가 말을 꺼내자 중년의 귀부인은 날카롭게 받아쳤다.

“이 모든 것이 너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도 그런 말이 입에서 나와!”

“누나, 미안해요. 정말 입이 열 개 있어도 드릴 말씀이 없네요.”

“만약에 아신이 잘못되면 너는 물론이고, 인도에 있는 모든 갱들을 내가 직접 소탕하고 말 거다.”

“누님, 고정하세요. 내가 반드시 그놈들은 잡아 사형대에 올려놓을게요.”

“일이 터지고 나서 그러면 뭐 해! 경찰 총수라는 놈이 조카딸 하나를 보호 못한단 말이냐!”

언성이 점점 높아지자 멋진 외모의 중년 남자가 부인을 달랬다.

“여보, 그쯤 해두시구려. 아신이 돌발행동을 하는 바람에 보호를 못했다고 하질 않소.”

“당신도 마찬가지예요.”

“응? 아니, 내가 뭘…….”

남자는 비난의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오자 당황했다.

하지만 여자는 마침 잘됐다는 듯이 계속 몰아붙였다.

“전부터 얘기했는데, 아신에게 방탄차는 왜 안 사 주는 거예요? 이 꼴을 한 번 봐요. 진즉 사 줬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 아니에요!”

“험험, 미안하오. 내가 이번에는 꼭 방탄차를 사 주겠소.”



아신은 꿈속에서 민혁이 악당들을 무찌르고 자신을 구출하는 꿈을 꾸고 있었다.

그러나 곧 부모님이 다투는 소리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왔다.

“엄마, 아빠, 나가서 싸우시면 안 돼요?”

“아신아! 정신이 드니?”

“얘야! 괜찮니?”

“아신아, 외삼촌이다! 알아볼 수 있겠니?”

아신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들러보았다.

분명 자신의 방은 아니었다.

팔에 링거가 꽂혀 있는 것을 보니, 아마도 병원인 것 같았다.

“엄마, 아빠, 여긴 어디에요? 병원인가요?”

“그래, 아신아.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니?”

“사제한(Shajehan)! 너는 이 판국에 물어볼 게 그렇게도 없니?”

누나한테 한소리를 들은 사제한은 머리를 긁적이며 변명하듯 말했다.

“아, 나도 모르게 경찰에서 쓰던 말이 나와버렸네. 미안하다, 아신아.”

“그런데 외삼촌은 여기 어쩐 일이세요?”

아신은 세 사람을 둘러보며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 녀석아, 네가 사고를 당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오지 않을 수가 있겠니.”

“엄마, 아빠는요?”

“아신아, 네가 사고를 당하고 나서 벌써 열두 시간 넘게 지났어.”

“네? 뭐라고요? 그럼 지금이 몇 시예요?”

“거의 자정이 다 됐다.”

“이것아, 그러게 왜 이 위험한 곳에 혼자 와 가지고는…….”

중년 부인이 안쓰럽게 쳐다보자, 그제야 아신은 운전기사와 경호원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엄마, 나자무띤(Nizamuddin)과 나딤(Nadeem)은 어때요?”

“나자무띤은 팔과 다리가 부러져서 몇 달간 깁스를 해야 하고, 나딤은 배에 큰 상처를 입었어. 적어도 몇 달간은 병원에 있어야 한다더라.”

아신은 테러를 당하던 순간, 괴한에게 머리를 세게 얻어맞아서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래서 누가 자신들을 병원으로 데리다 주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외삼촌, 누가 우리를 구해준 건가요? 경찰들이 한 건가요?”

“경찰들이? 어휴, 차라리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더러 구해 달라는 게 빠를 거다.”

아신의 어머니인 예스민(Jaesmin)이 대놓고 경찰을 비꼬았다.

“누나, 그래도 내가 명색이 경찰 총수인데, 너무 말씀이 심하네요.”

“이 녀석아,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누나, 범인 잡게 아신과 먼저 대화 좀 하면 안 돼요?”

“아, 그래. 내가 참 미안하게 됐구나.”

예스민의 비꼼을 뒤로한 채 사제한은 아신에게 자초지종을 알려주었다.

“아신아, 너를 병원에 데리고 온 사람이 누구인지 수소문해 봤다. 사람들 말에 따르면, 키가 큰 동양인이 너를 데리고 왔다고 하더라.”

“그래요? 그분은 지금 어디 계시는데요?”

“네가 깨어나는 것을 기다리다가, 어제저녁에 집으로 되돌아갔대.”

“이름이나 연락처를 적어놓은 것은 있나요?”

“오늘 낮에 근무한 사람들에게 확인해 봤는데, 아직까지 이름이나 연락처를 받았다는 사람은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