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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 아닌 사이

3화



지난주 토요일 점심 무렵, 윤진은 중학생 때부터 절친인 연주가 할 이야기가 있으니 집으로 와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동대문 시장에 들러 연주의 다섯 살짜리 아들 혁찬이 입을 설빔을 사서 연주네 집에 들렀다.

“이거 옛날 왕자님 옷! 아빠가 에헴 할 때 입는 거 바쪄.”

혁찬이 사극에 나왔던 제 아빠를 떠올리며 수염 쓰다듬는 시늉을 했다. 임금 역할을 하던 아빠와 같은 옷이라는 사실에 혁찬이 꼬물거리며 그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고, 윤진에게 뽀뽀 세례를 퍼부었다.

그러고는 원래 사진 찍는 건 싫어하지만, 윤진 이모는 특별히 허락한다며 남색 곤룡포를 입고 같이 인증 샷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니, 보냈었다.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캑― 콜록콜록, 뭐, 뭐라고?”

당황스러운 연주의 말에 오렌지 주스를 마시다 사레들렸다.

무릎까지 오는 하얀색 울 스커트 위로 주황빛 주스가 몇 방울 떨어졌다. 평상시라면 당장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옷에 묻은 얼룩부터 닦아 냈겠지만, 지금은 그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우리 오빠 스타일 좀 바꿔 달라고.”

평상시 항상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고민이라고는 없는 연주가 꽤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가 말하는 그 오빠가 설마 남주 오빠는 아니겠지?”

콕 집어 말한 것은 아니지만,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연주에게는 오빠가 셋 있다. 기주, 남주, 동주 오빠.

첫째 기주 오빠야 전직 국민 여동생 배우 출신의 토끼 같은 마누라가 챙겨 주니 해당 사항이 없고, 셋째 동주 오빠도 격투기 운동선수답지 않게 꽤 패션에 신경을 쓰는 타입이라 스타일리스트인 자신이 딱히 도움을 줄 만한 부분은 없다.

그러면 남는 게 둘째인 남주 오빠란 소리인데. 하, 그 곽남주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180센티가 훌쩍 넘는 키에 딱 벌어진 어깨, 한국인 체형으로는 드문 긴 팔다리. 기본 골격이 좋은 이 집안 특유의 유전자에 틈틈이 해 온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까지 합쳐져 좋은 몸매를 갖췄다.

게다가 잡티 없이 깔끔한 구릿빛 피부에 움푹 들어가 깊이 있는 눈, 오뚝한 코는 지적인 분위기를 풍겨 여자들이 첫눈에 빠지기에 충분한 외모임은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좋은 신체 조건과 외모를 모두 몹쓸 것으로 만드는 것이 있었으니.

곽남주 그는 바로 무시무시한 패션 테러리스트였다.

한창 멋을 부릴 학생 때, 할아버지들이나 입음 직한 모시와 삼베로 만든 개량 한복을 입고 다녔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뭐 지금이라고 그 패션 센스가 어디 가겠어? 그건 스타일리스트인 내가 아니라 코코 샤넬이 와도 안 된다고!

“맞아, 남주 오빠.”

믿었던 친구한테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어머, 연주야 너 나한테 그게 무슨 말이니?”

마음 같아서는 너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막말을 할 수 있느냐며 열변을 토하고 싶었으나, 옆에 그 곽남주를 낳아 주신 모친이 계시기에 입꼬리를 억지로 올리며 최대한 순화해서 말했다.

“어이쿠, 혁찬이 밥 먹을 시간이네. 엄마랑 얘기해, 우리 엄마.”

윤진의 내적 분노를 파악한 연주가 바닥에서 잘 놀고 있는 혁찬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져. 밥 먹으면 새 옷 지지.’라는 혁찬의 절규에도 연주는 아들을 덥석 안고 주방으로 도망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연주의 어머니께서 다가와 앉았다.

“응? 윤진아. 너밖에 없다. 우리 남주 좀 어떻게 해 주면 안 되겠니? 이제 나이가 서른둘이야, 서른둘. 슬슬 여자도 만나고 장가가야 하는데…….”

“아하하, 어머니. 서른둘이면 이제 한창이죠. 요즘 같은 시대에 허우대 멀쩡하겠다, 능력 있겠다. 오빠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려고요.”

혹시 아는가? 어떤 눈먼 여자가 거지 같은 스타일과 지랄 맞은 성격에도 오케이 할지.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인연을 만나야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지.”

오빠는 조선 시대 남자라 부모님이 점지해 주시면 그냥 결혼할 수도……란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옷만 아니라 맨날 공자 왈, 맹자 왈 사서삼경과 사자성어를 읊어 대는 조선 시대 인간이니 어머님이 청학동에서 곱게 자란 처자 하나 점지해 주시면 거역하지 않고 잘 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머니에게 이런 말을 어떻게 하겠는가?

난감한 표정의 윤진을 보던 미숙이 ‘에휴, 내 팔자야.’ 하며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아들 셋, 아니 아들 같은 딸 연주까지 자식 넷을 키우면서도 항상 활기차시던 어머님이셨다.

그동안 집에 올 때마다 딸처럼 잘 대해 주셨는데, 처음으로 하시는 부탁에 이런 답변밖에 못 하는 자신이 송구스러웠다. 앉은 자리가 가시방석처럼 불편했다.

하지만, 절대, 다시는 그 인간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 이건 단순히 패션 테러리스트를 변신시킬 자신이 없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윤진은 중학교 2학년 때 연주네 집에 처음 놀러 갔던 그 여름날을 떠올렸다.

거실에서 연주 어머니께서 만들어 주신 떡볶이에 마지막 남은 만두를 놓고 네가 먹니 내가 먹니 하며 포크 싸움을 하던 그때였다.



‘학교 다녀왔습니다.’



등 뒤에서 들리는 남자 목소리에 궁금한 건 못 참는 몸이 본능적으로 돌아갔다.

신발을 벗기 위해 몸을 숙이고 있는 남자는 푸른고등학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누구지? 연주 오빠인가? 몸을 반쯤 접고 있었지만, 꽤 긴 기럭지와 팽팽한 셔츠 속에 감춰진 탄탄한 어깨 근육을 보고 왠지 모르게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또래 중학생과는 다른 어른스러운 남자의 몸이었다.

운동화를 벗느라 수그려 있던 등이 펴지면서 얼굴이 두둥실 위로 솟아났다. 그리고 윤진은 그의 얼굴 뒤쪽으로 후광이 비치는 것을 목격했다.

물론 지금에서야 그건 후광이 아니라 현관 뒤쪽으로 들어오던 햇빛의 역광이었음을 깨달았지만.

아무튼 중고등학교 남학생들이 땀에 절여지고 여드름이 덕지덕지 나던 것과는 달리, 순정 만화에서 툭 튀어나온 남자 주인공 같은 모습이 사춘기 소녀의 마음에 파문을 일게 했다.



‘남주 오빠 왔어?’



남주 오빠……. 어쩜 이름도 남주인지. 드라마에 나오는 그 어떤 남주보다도 더 남주스럽게 생긴 그의 이름을 작게 읊조렸다.



‘어, 그래. 너도 일찍 왔네.’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서는 그의 모습이 슬로 모션처럼 하나하나 마음에 각인되었다. 그를 보는 윤진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뜨거운 눈빛을 눈치챈 것인지 연주에게 인사를 건네던 그가 윤진 쪽으로 몸을 돌렸다. 순간, 자신에게 와 닿은 그의 눈빛에 얼굴이 화끈했다.

고개를 돌려 그 시선을 피하고 싶다가도, 남주의 얼굴을 더 보고 싶어 윤진도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쌍꺼풀 없이 커다랗고 깊이 있는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보며 다가오자 사춘기 소녀의 가슴은 미칠 듯이 뛰기 시작했다.

나한테 첫눈에 반한 건가?

뜨거운 시선에 두 볼이 발그레 달아올랐다.



‘연주 친구인가 보네.’



어쩜, 목소리도 너무 좋다. 부드럽게 울리는 저음에 온몸이 사르륵 녹았다.



‘네, 저는 연주 친구 이윤진이라고 합니다.’



단발머리를 귀 뒤로 꽂았다. 온몸이 간질간질한 느낌. 떨리면 안 되는데, 최대한 꾀꼬리 같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그래. 근데…….’

‘네!’



뭘 말하려고 그러는 거지?

윤진의 두 눈이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입술을 최대한 활짝 벌리고 다들 예쁘다고 칭찬해 주는 상큼한 미소도 날려 주었다.



‘너 치아에 고춧가루 꼈다. 인사하기 전에는 항상 본인의 상태를 점검하도록 해. 그리고 떡볶이 국물이 블라우스에도 떨어졌네. 꽤 칠칠치 못한 성격인가 봐. 흘릴 것 같으면 앞접시라도…….’



환하게 웃음 짓던 윤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이 되었다.

뭐, 뭐지?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건가? 뭔가 듣긴 들었는데, 이해가 가질 않았다. 한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하지만 곧 머릿속에서는 조금 전 그의 말들이 천천히 리플레이되기 시작했다.

치아에 낀 고춧가루. 칠칠치 못한 성격. 지적. 손가락질.

호감 가는 남자는커녕 관심 없는 남자한테도 듣고 싶지 않은 소리다. 순정 만화 주인공같이 생긴 얼굴에서 사춘기 소녀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가 내뱉은 소리를 인지한 순간, 얼굴이 점점 시뻘게졌다.

뭐, 뭐야 저 인간! 아직 15년밖에 안 살았지만,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느낄 수 있는 최대한의 모욕이었다.



‘야, 이윤진. 학생이 치마가 너무 짧지 않니?’

‘남의 집에서 그렇게 다리 쩍쩍 벌리고 누워 있어도 되니?’

‘너 고3이 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니?’

‘학생이 무슨 옷이 그렇게 야해?’

‘화장이 그게 뭐야?’



이후에도 연주네 집에 놀러 갈 때마다 별명이 영감님이라던 남주의 잔소리는 점점 더 늘어났다. 하지만 친구의 오빠이기에 그녀도 처음에는 참았다.

그러다 스물세 살의 가을. 연주의 결혼식 이후로 다시는 저 곽남주를 참지 않기로 결심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곽남주, 넌 똥이다. 꽉 막힌 똥! 곽남똥!

그 곽남똥을 보기 싫어 이리저리 피한 게 벌써 5년째였다.

그런데 지금 그 곽남똥의 스타일을 바꾸란다. 자신에게 매달리는 듯한 연주 어머니의 눈빛에 윤진은 울고 싶어졌다.

“아하하……. 어머님, 왜 저한테 그러세요.”

그 인간이 아직 제짝을 찾지 못한 건 패션이 문제가 아니라 그 성격 때문일 것이 틀림없다. 물론 그 거적때기 패션이 한몫 크게 한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사이 밥을 다 먹은 혁찬이 주방에서 나오며 ‘엄마 때문에 새 옷 지지 묻었어. 나 몰라잉.’ 하고 투정을 부리자 엉덩이를 툭툭 다독이며 ‘갈아입고 오면 되지. 옷 어디 있는지 알지?’ 하고는 혁찬을 2층으로 올려 보낸 후 연주가 슬그머니 소파로 와서 앉았다.

어머님에게 잡힌 손을 슬그머니 빼내며 눈물을 찍어 내는 표정을 하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연주 쪽으로 살짝 고개를 돌려 눈을 부라리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하지만 170센티가 넘는 늘씬한 연주의 옆에서 160센티를 갓 넘은 윤진의 윽박지름은 그리 위협적이지 못했다. 연주가 무심한 표정으로 물끄러미 윤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건 아니지.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그리고 항상 네가 언젠가는 내 은혜 갚겠다고 했던 거…… 기억나지?”

연주의 한마디에 윤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황당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던 때, 모든 여학생의 선망의 대상이던 3학년 학생회장인 진우 선배가 고백해 온 이후로 윤진은 모든 여학생의 공공의 적이 되었다.

당시 전학 가고 싶을 정도로 학교생활이 힘들었는데, 연주가 먼저 다가와 손을 내밀어 주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연주와 13년간 베스트 프렌드로 지내 오고 있는 것이다.



‘연주야, 네 은혜는 내가 꼭 갚는다.’



연주의 질문에 그동안 잊고 지낸 그 말이 떠올랐다.

굳어지는 윤진의 얼굴을 보며 연주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하여간 가족회의 결과, 아마추어는 안 되고 프로한테 맡기기로 했어.”

“그렇다면 다른 프로 소개해 줄게. 나 아는 퍼스널 쇼퍼나 스타일리스트 많아.”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윤진의 주변에 널린 게 스타일리스트였고, 깔린 게 퍼스널 쇼퍼였다. 원한다면 VVIP 특별 할인도 받게 해 줄 수 있다. 패밀리 세일 정보도 얼마든지 물어다 줄 수 있었다.

“후……. 윤진아 사실 안 맡겨 본 것도 아니다.”

어머님이 고구마를 먹고 속이라도 얹힌 듯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자식이 매번 수사랑 재판 때문에 바쁘다고 약속을 깨 버리니까 문제지. 그리고 저놈의 성격을 알아야 대처도 할 수 있을 테고. 그나마 너는 좀 알잖아. 응?”

“어휴, 어머님 제가 남주 오빠 안 본 지 벌써 5년이 넘었어요. 그 정도면 남이에요, 남. 제가 오빠에 대해 알긴 뭘 알아요.”

재빠르게 손사래를 치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연주 어머님의 간절한 눈빛에 들었던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다른 전문가들도 못 한 걸 제가 무슨 수로 해요.”

“넌 할 수 있어, 윤진아. 기남혁 전속 스타일리스트가 될 네가 못 하면 누가 하니?”

연주의 말에 그녀의 귀가 토끼 귀처럼 쫑긋 섰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남혁이가 형님을 변신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널 스타일리스트로 쓰겠대.”

윤진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남혁은 연주의 동갑내기 배우 남편으로 윤진과도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하지만 스스로도 꽤 잘 꾸미는 타입이기에 촬영 때나 시상식에 갈 때도 본인의 패션 센스로 옷을 구해 입었다. 그런 기남혁이 스타일리스트를 제안한 것이다.

지금도 프리랜서로 아이돌이나 신인 배우, 잡지사 등의 화보 촬영에 단기로 일하기는 했다. 하지만 자신의 네임 벨류가 그리 높지 않아 협찬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명품 브랜드의 벽은 높다. 아무나 협찬해 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저 기남혁을 잡으면 수많은 브랜드에서 자기네 제품을 써 주십사 하고 협찬 요청이 물밀듯 밀려들 것은 뻔하다. 그건 기남혁의 협찬으로만 끝나지 않고, 다른 신인 배우나 아이돌 그룹의 협찬에도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냥 눈 콱 감고 해 버려? 까짓것 옷 몇 벌 사게 도와주면 되는 거 아냐?’

마음속의 악마가 마음을 흔들었다.

그러다가 이내 예전 기억에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윤진은 기억을 털어 버리려는 듯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내가 무슨 수로 그 인간을 변화시켜? 그게 가능해? 그건 불가능한 일이야. 괜히 진 빼지 마.’

다시 한번 머리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거기에 네가 그렇게 노래 부르던 차재인과의 소개팅을 얹지.”

거부 반응을 일으키던 그녀를 보며 연주가 한마디 더했다. 연주의 말에 윤진은 흔들리던 머리가 멈췄다.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아니야. 맞아. 차재인과의 소개팅.”

차재인이라는 말에 윤진의 입이 떡 벌어졌다. 차재인은 지금 꽤 잘나가는 신인 배우로 남혁의 소속사 후배였다. 외모도 외모지만 그와 꼭 한 번 만나 보고 싶은 이유는 그의 인성 때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살아서인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예의바름, 약자를 배려하는 마음, 사람의 내면에 숨겨진 가치를 발견해 주는 안목까지 갖췄다. 그런 사람과 친해진다면 무척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해 왔다.

그런데 그냥 얼굴만 보는 게 아니라 소개팅이라니! 와, 이놈의 미끼 대단하네. 생각할수록 매력적인 조건들이었다.

연주에 대한 의리, 기남혁의 스타일리스트라는 조건, 게다가 차재인과의 소개팅까지 쓰리 콤보 미끼는 너무도 달콤했다.

“알았어. 그거 내가 할게.”

윤진은 시원하게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