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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루 1권 7화

第二章 북해제일고수 북궁설(3)





둘 사이에 있던 주동동이 도저히 못 봐주겠는지 소리 내어 외쳤다.

“둘 다 그만해요!”

슈아아아아.

삽시간에 거둬지는 기세(氣勢).

북궁설과 천태성은 아무런 말없이 서로를 노려보기만 하였다.

‘저런 찔찔 짜는 괴짜를 낙화루에 들일 수 없다.’

천태성이 보기에 북궁설의 첫인상은 완전 미친놈이었지만 꼭 그것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시체 같은 표정 때문이었다.

‘손님 떨어질라.’

둘의 눈치만 보던 주동동은 천태성을 보며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저는 여기 이분과 함께 일하고 싶은데…….”

천태성의 눈동자는 주동동에게 스윽 돌아갔다.

간절히 원하는 주동동의 눈빛.

‘아 정말이지.’

천태성은 홱 돌아서며 주방 밖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가면서 외쳤다.

“알았어. 그놈을 네 보조로 쓰던지 맘대로 해!”

“고맙습니다!”

주동동은 씩씩대며 나가는 천태성의 등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였다.

북궁설은 주동동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물었는데 시체 같은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놈은 누굽니까?”

“아, 저분은 여기 루주(樓主)예요.”

북궁설은 주동동의 말을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았다.

“아, 그렇습니까?”

주동동은 잡은 손을 흔들며 자기소개를 하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여기 낙화루의 숙수, 주동동이라고 합니다.”

북궁설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주동동의 말을 받았다.

“북궁설이라고 합니다.”

“그것보다 저보다 형님 같은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배우는 입장으로써 어찌 그리할 수 있겠습니까? 절대 안 될 말입니다.”

북궁설의 눈빛을 보자 뜻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자, 주동동은 한숨을 쉬었다.

“에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그것보다 저기 유 형!”

주동동은 주방 입구에서 깨진 그릇들을 주워 담는 유장팔을 불렀다.

“왜?”

“여기 북궁 형님께 옷 좀 내주세요. 오늘부터 한식구예요. 그리고 일하는 방법도 좀 가르쳐 주세요.”

“어, 알았어.”

유장팔은 별다른 토를 달지 아니하고 흔쾌히 주동동의 말을 받아들였다.

“따라오슈.”

북궁설은 주동동에게 다시 고개를 살짝 숙여 보이더니 유장팔의 뒤를 따라갔다.

“그럼.”



* * *



한편 밖으로 나온 천태성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왜냐하면 지고 못사는 성미인데 주동동 때문에 한발 양보했으니 속에서 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기 때문이다.

‘이 얼음땡이 같은 자식을 그냥.’

예전 마교 시절에 자신이었으면 당장 결투를 벌이고도 남았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교에서 그렇게 큰소리 치고 나왔는데 하루만에 말아먹을 순 없지.’

뿌득뿌득 이를 가는 천태성, 개업한 지 하루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저리 일을 당하는 것을 보면 훗날 일어날 낙화루의 운명은 그리 순탄케만 보이지 않았다.



낙화루가 개업하고 어언 이틀이 지날 무렵 초저녁, 항주의 모든 사람들은 아주 신비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해가 지고 컴컴해야 할 시각이지만 대낮처럼 밝아 오는 현상에 길을 걷던 사람들은 고개를 쳐들고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창문을 열었다.

콰콰콰콰.

어마어마한 크기의 별똥별이 땅으로 추락하고 있었다. 그것을 본 어떤 이는 나라의 황제가 죽었다는 둥, 대학자가 죽었다는 둥 부산을 떨었고 어떤 이는 두 손을 모으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커다란 별똥별은 서호(西湖) 쪽으로 내려앉더니 물속으로 꽂혔다.

쿠아아아아아아.

잠잠하던 서호는 여의치 않은 손님의 방문에 놀란 듯 엄청난 포말을 일으키며 공중으로 물기둥을 쏘아 올렸다.

쏴아아아아.

후두두두둑.

서호 근처의 사람들은 때아닌 소나기를 맞게 되고 급기야 물고기까지 허공에서 떨어졌다.



낙화루 이층 창문.

“뭔 일이다냐?”

장태봉과 주동동은 갑자기 들리는 큰소리와 떨어지는 소나기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하늘만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얼마나 굵은지 두두두 거리는 소리까지 들렸다.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주동동은 눈을 반짝이더니 번개같이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터억.

뭔가 묵직한 걸 잡은 소리가 났다.

“와!”

주동동의 손에 잡힌 것은 퍼덕거리는 잉어 한 마리였다.

자기도 물고기를 낚아챈 것이 믿기지 않는 듯, 주동동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린 채 장태봉을 바라보았다.

“하늘에서 잉어가 떨어졌어요!”

그것을 본 장태봉도 많이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허어, 이상하다. 하늘에서 잉어가 떨어지다니.”

그 후 사람들은 별똥별이 떨어진 서호로 달려가 보았지만 죽은 물고기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래도 행여나 무엇인가 발견될까 배를 타고 긴 장대로 휘젓거나 해봐도 별다른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날 밤 항주 일대의 사람들은 서호 변으로 나와 향을 피우고 제사를 지내는 둥 온갖 호들갑을 떨었다.



다음날 낙화루에 아침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계절은 봄이었건만 그래도 아침은 자존심을 굽힐 수가 없었는지 차가운 입김을 불어댔다.

낙화루는 아침 식사를 별도로 주문 받지 아니하였는데 일 인당 찐빵 두 개로 대체되었다.

사람들이 워낙 아침 식사를 거르는 경우도 많았고 투숙객 이외에는 식사 손님도 별로 없기 때문에 아침은 하지 않기로 내부 결정을 내렸다.

낙화루의 숙수인 주동동은 식재료를 구하기 위해 북궁설과 시장에 나와 있었다.

항주는 남송의 도읍지답게 이른 아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물건을 사고 팔았다.

“북궁 형은 어떤 요리가 제일 좋아요?”

한참이나 걸었는데 북궁설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분위기 쇄신상 주동동이 꺼낸 말이었다.

북궁설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그의 이런 표정은 오직 주동동을 대할 때만 나오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저는 소채 볶음 요리가……. 음?”

북궁설은 말을 하다가 갑자기 표정을 굳히며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엔 지나다니는 행인 이외에는 별달리 특이할 만한 것은 없었다.

“왜 그러세요?”

“아, 아닙니다. 저는 주숙수님이 만드는 소채 볶음 요리를 제일 좋아합니다.”

주동동은 북궁설의 말이 쑥스러운지 뒷머리를 긁으며 멋쩍게 웃었다.

“아하하하.”

황태자의 유력한 후보인 주동동이었지만 다른 황자들과 다르게 그는 아주 털털한 성격이었다. 이러한 성격은 그에게 많은 사람들이 따르게 하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둘의 눈에 채소가 보이자, 화재는 곧 식재료로 바뀌었다.

주동동은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채소를 들고 이래저래 설명을 하고 필요한 것을 구입하였다. 그리고 북궁설은 그저 짐이나 들어주고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한가지 특이할 만한 사실은 주동동은 물건을 살 때 단 한 번도 흥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북궁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어느새 둘은 그날 하루 만들 식재료를 거의 다 구입하였다. 그 양은 객잔 주방용이라고 부르기엔 상당히 적었는데, 잘나가는 요리의 재료는 대부분 주방 창고에 저장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장을 다보고 돌아가는 길, 어김없이 주동동 혼자 떠들고 북궁설은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한데 그들을 막는 무리가 있었다.

처억.

“으음?”

동그란 삿갓을 쓰고 검은 옷을 입은 네 명의 사내, 그들은 모두 허리춤에 칼을 차고 있었다.

그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짓는 주동동, 그에 반해 북궁설은 표정을 확 굳히더니 주동동 앞으로 나섰다.

삿갓 사내들 중 한 명이 말문을 열었다. 그는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있었기에 삿갓에 가려져 입밖에 보이지 않았다.

“당신이 주동동이오?”

북궁설의 등 뒤에 있던 주동동은 순순히 대답하였다.

“네. 제가 주동동 맞아요.”

스윽.

고개를 든 삿갓 사내의 얼굴에는 온통 흉터 투성이었다. 그는 쇳소리가 나는 목소리로 다시 말을 하였다.

“우리를 원망 마시오. 고통 없이 죽여 주리다.”

“뭣 때문에?”

삿갓 사내들은 주동동의 물음에 대답 대신 다함께 칼을 뽑았다.

차앙.

북궁설은 표정을 더욱 싸늘하게 굳히며 그들을 노려보았으나 안타깝게도 그의 수중에는 검이 없었다.

파파파파.

네 명은 번개 같은 몸놀림으로 사방으로 흩어졌다.

파파파팍.

삿갓 사내들의 움직임이 워낙 빨라서 그들의 신형이 뿌옇게 보일 정도였다.

북궁설은 차분히 기세를 끌어올려 반경 이 장 내외로 보이지 않는 막을 펼쳤다. 그의 용도는 방어적 형태도 띠고 있지만 우선적으로 적의 실력을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그러면서 북궁설은 오른손에 신공의 기운을 모았다.

한편 북궁설의 뒤에 서 있던 주동동은 머리가 복잡했다. 왜냐 하면 모르는 사람들이 자기를 죽이러 왔기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기 때문이다.

‘설마……?’

그러다 갑자기 주동동은 오싹함과 다른 서늘한 한기가 앞쪽에서 뻗치는 것을 느꼈다.

“북궁 형?”

네 명의 삿갓 사내는 재빨리 검을 휘둘러 북궁설이 쳐놓은 막(幕)을 찢어 버렸다.

그들은 허공에 칼질을 하였건만 종이가 찢겨 나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 왔다.

츄아아아악.

삿갓 사내 네 명의 신형이 지척에 이르자 북궁설은 장(掌)을 쏠 준비를 하였다. 그런데 그때 허공에서 검 한 자루가 날아들며 북궁설의 바로 앞에 박혔다.

턱.

북궁설은 지체 없이 오른손으로 검을 뽑아 들고 왼팔로 주동동을 감싼 채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뱅그르르 돌았다.

채채채챙.

그와 동시에 삿갓 사내들의 칼질이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듯 불꽃을 튀기며 튕겨 나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저승사자의 외침 소리.

“매정하다 생각지 마라!”

이 말은 곧 자신에게 들이대면 살 생각하지 말라는 소리였다.

북궁설은 검으로 하얀 빛을 뿜어내며 허공을 배경 삼아 별 그림을 그렸다.

쑤아아아악.

삿갓 사내들은 북궁설을 중심으로 빛무리 같은 것이 자신들에게 날아들자 칼을 수직으로 세워 막아보려 하였다. 그러나 그들의 칼은 바로 뎅강 거리며 반 토막 났다.

츄악.

터터터턱.

세 명의 몸뚱아리는 서 있는 자세 그대로 머리통을 아래로 떨구었다.

북궁설이 방금 펼친 초식은 북해에서 원수들을 대상으로 펼쳤던 잔인무도한 초식이었다.

삿갓 사내들 중 제일 처음 말을 꺼냈던 자는 아직 살아 있었는데 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북궁설이 일부러 살려 둔 것이었다.

북궁설은 그 사내에게 천천히 다가가며 물었다.

“누구에게 사주 받았는가?”

조용히 내리 깔리는 북궁설의 목소리는 일말의 인정도 보이지 않았다.

그 예로 뭐 말하면 살려준다는 조건조차 달지 않았다.

뒤에 있던 주동동은 북궁설의 등에 대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북궁 형…….”

주동동은 태어나서 사람이 죽는 광경을 처음 목격하였다. 그 때문인지 안색이 하얗게 질려서는 매우 겁먹은 표정이었다.

북궁설은 주동동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고 오로지 삿갓 사내를 압박하였다.

“배후가 누구냐?”

그때 무엇인가 삿갓 사내를 향해 날아들었다.

휘리리릭.

북궁설은 삿갓 사내와 거리를 단숨에 줄이며 날아드는 물체를 칼로 쳐내 버렸다.

챙.

그것은 일종의 비도(飛刀)였는데 끝이 거무스레한 것이 극독이 발라져 있음이 틀림없었다.

북궁설은 재빨리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암습을 감행한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놓쳤군.’

그때 갑자기 주동동의 외침 소리가 들려왔다.

“안 돼!”

푸슉.

“크흑!”

삿갓 사내는 칼로 자신의 가슴을 찌르며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