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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마스터는 사기꾼 1권 23화

한여름 밤의 꿈 (2)





파라알 광장은 어김없이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우리는 깰룩이로부터 입수한 좌표를 따라 광장의 남서쪽에 위치한 분수대로 이동했다.

많은 사람들이 시끌벅적하게 무어라 외쳐 대고 있었다. 사냥을 통해 얻은 전리품이나 몬스터의 부산물을 다른 유저들에게 팔고 있는 것이다. 마치 시장 바닥을 연상케 했다.

“네트워크에다 올려놓으면 쉽게 팔 수 있을 텐데, 왜 저렇게 미련한 짓을 하고 있는 걸까요? 이해할 수가 없네.”

“아마 능력치 때문일 겁니다. 상인 성향을 키우려면 처음엔 모두 저렇게 직접 외쳐야 숙련도가 증가하게 돼 있거든요.”

“헉, 끔찍해. 이 더위에…….”

맘이시리네가 몸서리를 쳤다.

잠시 후, 우리는 신고 글 속 사진에 있던 유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슬쩍 ID카드를 들어 사진을 찍은 후, GM 전용 메뉴를 통해 검색했다.



[플레이어 정보

Mllmimi(필리핀)

소속 왕국: 파라마스타

랭크: 2,052,709위

성별: 여

주 성향: 콜렉터

누적 플레이 타임: 728시간]



미르미미라는 필리핀 유저였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어떤 말을 연신 외치고 있는데, 주변이 너무 시끄러워서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비로소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락한 자의 어금니 이백만에 삽니다!”

“이백만?”

“왜요? 무슨 문제 있어요?”

인상을 쓰고 있자, 맘이시리네가 목소리를 죽여 물었다.

“네, 그게… 타락한 자의 어금니는 그냥 쓸데없는 아이템이거든요. 상점에 팔아도 겨우 20코른짜리인데 그걸 이백만에 산다니.”

물론 얻기가 조금 힘들긴 하다.

가고르라는 악마를 닮은 호르핌에게서만 얻을 수 있는 부산물 중 하나인데, 꼭 성체를 잡아야 나온다. 하지만 가고르의 성체는 웬만해선 보이지 않았다.

가고르들은 성장 과정에서 번데기 상태의 고치가 되는데, 성체로 변태할 확률이 10%보다도 낮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차피 타락한 자의 어금니는 건축가 성향의 플레이어들이 받는 어떤 퀘스트 하나말고는 전혀 쓰이는 데가 없었다.

즉, 완전히 쓸모없는 똥템이다.

“신고 내용이 사실이었네요.”

“아무래도 증거 영상을 찍어야겠습니다.”

“그건 제가 찍을게요. 나중에 편집해서 업로드해야 하거든요.”

“그러세요, 그럼.”

맘이시리네는 ID카드에서 카메라를 찾아 켜고, 미르미미의 모습을 몰래 영상에 담았다.

우리는 증거를 수집한 다음, 광장의 북동쪽 분수로 이동했다.

그곳에도 역시 신고 글 속 사진에서 본 남자가 있었다. ‘Illmini’라는 닉네임의 필리핀 유저였다.

카드를 해제시키고 조심스럽게 이르미니에게 다가갔다. 그동안 맘이시리네는 주변 사람들 속에 숨어 촬영을 계속했다.

“타락한 자의 어금니 백만에 팝니다!”

그는 신고 내용처럼, 미르미미가 이백만 코른에 산다고 했던 싸구려 잡템을 백만 코른에 팔고 있었다.

“잡았다, 요놈.”

“이제 어떡할 거예요?”

맘이시리네가 흥미진진하다는 듯 물었다.

“복수해야죠.”

“복수요?”

깰룩이에게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피해액만 무려 2천만 코른이었다. 즉, 스무 명가량의 플레이어들이 피해를 입은 셈이다.

“잘 찍고 있기나 하세요.”

조용히 이르미니에게 다가갔다.

“저기, 혹시 지금 팔고 계신 게 어떤 아이템인지 알 수 있을까요?”

어금니에 관심을 보이자, 이르미네가 화사한 표정으로 나를 반겼다.

“오, 이거요? 이건 타락한 자의 어금니라는 아이템인데, 엄청 희귀한 거예요. 쉽게 구할 수 없는 레전드 아이템이죠. 아마 필요한 사람한테 가져다 팔면 이백만 코른은 족히 벌 수 있을 겁니다.”

아주 능청스럽게 거짓말을 한다.

“헐, 이백만 코른이요? 아니, 근데 그렇게 비싼 템을 왜 백만에 팔고 있는 겁니까?”

“안 사실 거면 그냥 가세요.”

아주 전형적인 수법이다.

“살 건데요?”

“오, 몇 개 드릴까요!”

이르미니는 표정이 다시 한 번 싹 바뀌더니, 이번엔 두 손을 비비적거리며 허리를 굽실거리기까지 했다.

“한 개당 백만 코른이라고 했죠?”

“네. 제가 진짜 싸게 팔고 있는 거예요. 어디 가서 이 값에 못 사요.”

“근데 제가 코른이 좀 부족해서, 죄송하지만 이거랑 교환하면 안 될까요?”

얼른 등에 멘 가방을 배 쪽으로 돌려 선물 상자 한 개를 꺼내 들었다.

“헐, 이게 뭐예요?”

이르미니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물었다. 휘황찬란한 빛이 서려 있는 상자는 한눈에 봐도 엄청 비싸 보였다.

“이거 운영자의 선물이라고 하는 건데, 레전드 템이에요. 네트워크 켜서 검색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무슨 레전드 장비들이 나오는 상자인데, 전 이미 하나가 있어서요. 한번 찾아서 읽어보세요. 그나저나 현금 있으세요? 저한테 돈 거슬러 주셔야 할 건데.”

그는 곧바로 ID카드를 불러내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헐! 대박!”

그러고는 입을 떡 벌리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물론 그가 읽은 글들은 모두 환상 마법으로 대충 만들어낸 가짜 게시글들이었다.

“님, 그럼 제가 어금니 세 개에 삼백만 더 얹어 드릴 테니까 나머지 하나도 저한테 파시면 안 돼요?”

“에이, 그건 좀.”

상자를 품에 꼭 끌어안으며 몸을 비틀자, 이르미니는 발을 동동 굴렀다.

“아, 제발요. 어금니까지 하면 구백만 코른이잖아요. 제발, 부탁드려요.”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하하하, 백만에 파신댔으니까 백만으로 치셔야죠. 세 개면 삼백만, 거기에 삼백만 더한다 해도 육백만? 제가 하나 더 있으니까 그냥 파는 거지 육백만에 팔 정도로 저렴한 템은 아닌데요. 글 보셔서 아시겠지만, 이게 두 개면 싸게 사도 삼천만 코른 정도거든요? 그냥 다른 사람이랑 거래하겠습니다. 수고요.”

손을 내저으며 뒤로 돌자, 그가 다급하게 불러 세웠다.

“아아, 잠깐만요, 잠깐만요! 그럼 제 친구랑 돈 합쳐서 살게요. 이 근처에 있는데 이천만 코른 있대요. 어떠세요?”

나는 뒤로 돈 채로 씨익 웃으며, 맘이시리네를 향해 슬쩍 V 자를 그렸다. 그러고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시 뒤로 돌아 그를 쳐다보았다.

“으음, 그분이 이천만 주시고, 님은 어금니 세 개랑 삼백만 주신다고요? 수지가 안 맞는데. 싸게 사도 삼천만인데 이천육백만에 팔라니, 너무 후려치시는 거 아닙니까? 저도 먹고살아야 하는데.”

“아, 진짜 저 돈 없는데. 그럼 어금니 세 개랑 육백만 드릴게요. 그럼 구백만은 되는데. 이걸로도 안 될까요? 제 친구 돈까지 합치면 이천구백만 코른이잖아요. 진짜 한번 도와준다고 생각하시고, 예?”

이천구백만 코른 좋아하시네. 어금니 세 개 해봐야 60코른밖에 더 되냐?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그래도 피해 금액을 메꾸고도 남으니까 이 정도면 괜찮을 것이다. 육백만 코른은 벌금이라 치고.

“제가 백만 코른가량 손해인 것 같지만. 그래요, 그럼. 그렇게 합시다. 이게 거래 제한 1회거든요. 거래하고 나면 님한테 귀속될 거예요.”

상자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하자, 이르미니가 군침을 흘렸다.

“네, 그럼 일단 저랑 먼저 거래하실까요?”

아주 안달 났네, 안달 났어.

“아뇨, 친구 분 오시면 이천만 코른이랑 먼저 교환할게요.”

단호박 같은 거절에 그는 입맛을 다시며 아쉬워했다.

그때, 미르미미가 헐레벌떡 우리가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

“저기 왔네요! 자기, 돈 찾아 왔어?”

“응, 이분이셔?”

이르미니가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남자 분이셨구나. 안녕하세요.”

“그럼 바로 거래할까요? 여기 돈 받으세요.”

이르미니가 얼른 손짓하자, 미르미미가 재빨리 천만 코른짜리 게임 화폐 두 장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여기요.”

“고맙습니다! 대박, 대박.”

상자를 건네자, 미르미미는 채 가듯 그것을 받더니 품에 끌어안았다. 그 모습을 본 이르미니는 혹시라도 내 마음이 바뀔까 조급했는지 안달복달했다.

“저랑도 빨리 거래해요!”

“진정하십쇼, 어디 안 도망갑니다.”

그에게 백만 코른짜리 지폐 여섯 장과 타락한 자의 어금니 세 개를 받고, ‘운영자의 선물’이라는 아이템을 건넸다.

두 사람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서로 마주 보며 시시덕거리고 있었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수고하세요.”

내가 인사하자, 둘은 갑자기 태도가 돌변했다.

“가시든지 말든지.”

“멍청한 놈.”

미르미미는 나를 아니꼽게 쳐다보며 위아래로 훑어보기까지 했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뒤로 돌았다.

‘멍청한 건 니들이고.’

맘이시리네가 ID카드로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까볼까?”

뒤에서 이르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얼른 까라.’

온 신경을 뒤쪽으로 집중한 채 맘이시리네 쪽으로 걸었다.

“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미르미미와 이르미니의 비명이 들려왔다.

곧장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들을 쳐다보았다.

“으, 으아! 뭐야, 이게!”

속옷 차림으로 바닥에 엎어져 있는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헐, 저게 뭐야?”

“대낮부터 벌거벗고 뭐 하는 짓이래.”

“스트립쇼? 개웃긴다.”

순식간에 근처에 있던 다른 플레이어들이 그들 주변에 모여들었다.

“너, 너! 뭘 어떻게 한 거야!”

안절부절못한 채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던 이르미니가 빽 소리쳤다. 그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땀으로 뒤범벅이었다.

주위에 있는 유저들이 모두 대놓고 킬킬거리며 조롱하고 있었다. 물론 가장 신나게 웃고 있는 건 나였다.

“아, 뭐 자업자득 아니겠어? 사기꾼 주제에.”

“사기꾼이라니! 내가 언제 사기를 쳤다고!”

“맞아! 멍청하니까 걸린 거지!”

둘은 그래도 반성하지 않고 씩씩거렸다. 저절로 혀에서 쯧쯧 소리가 나왔다.

“이것들이, 피해 입은 사람들 끌고 와서 망신 안 주는 걸 고맙게 여겨. 진짜 부끄러운 줄 좀 알아라. 할 짓이 없어서 초보 유저들 등쳐 먹기나 하고. 안 창피하냐?”

“야, 쟤네 아까부터 사기 치고 있던 애들 아니야?”

“그러네. 어금니 팔고 있던 놈들이네.”

“뭐야, 그럼 저 사람이 그럼 사기꾼 잡았나 보네. 쩐다.”

구경꾼들은 어느새 ID카드를 꺼내 들고 사진을 찍어 대고 있었다.

‘이런, 이러다 네임드 되겠네. 그럼 곤란한데.’

“얼굴도 팔렸으니까 또 사기 치고 다니지 마라, 응? 또 벌받는다.”

나는 더 사람이 모이기 전에 둘에게 한 번 더 윽박지른 뒤,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플레이어들을 비집고 나가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맘이시리네가 짝짝 박수를 치며 나를 쫓아왔다.

“와, 진짜 개쩔었어요. 이거 편집만 잘하면 시청률 대박 날 듯.”

머릿속에 온통 방송 생각뿐이구만.

“해결된 거 같으니 사무실로 돌아가야겠네요. 방금 잡은 두 플레이어들 어뷰저 리스트에 올리고 감시 붙여야 해서.”

“네? 사무실이 게임 속에 있어요?”

고개를 끄덕이자, 맘이시리네의 눈빛이 심하게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저도 갈래요!”

“안 됩니다.”

역시나.

단호하게 내치자, 맘이시리네는 입을 삐죽거렸다.

“하는 수 없죠, 그럼. 방금 찍은 동영상 GM이 그런 거라고 퍼뜨려도 되죠? 커스터마이징도 돼 있겠다, 초상권 침해당할 일도 없을 테고.”

“…….”

이 또라이가 진짜.

“하아, 대신 촬영은 안 돼요.”

“오예!”

맘이시리네는 팔을 위로 펴 든 채 신나게 춤을 추며 내 뒤를 따라왔다.

“어휴.”

내가 미쳤지, 왜 이런 또라이랑 같이 다닌다고 해서.



포탈을 타고 개인 작업실로 돌아온 우리를 반긴 것은, 더위에 푹 퍼진 깰룩이와 퍼롱이였다.

“오…셨습니까, 깰룩.”

“헥, 헥.”

둘은 모두 바닥에 납작 엎드려 기어오고 있었다.

“헐! 완전 귀여워!”

포탈을 통과하자마자 내 옆에서 쏜살같이 튀어 나간 맘이시리네가 푹 퍼진 깰룩이와 퍼롱이를 양옆에 끼고 얼굴을 부벼 대기 시작했다. 정작 당하고 있는 그들은 비명을 낼 기운도 없어 보였다.

‘…귀엽다니.’

그야 이 둘 정도면 오더코르트인 중에서는 제법 귀여운 축에 속할지도 모르지만.

퍼롱이의 까칠까칠한 파란색 도마뱀 피부를 만지작거리는 맘이시리네를 보는 내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대박, 얘네 뭐예요?”

“그래 봬도 저희 직원들입니다. 마음대로 건들지 마세요.”

까칠한 대답에도 맘이시리네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엥? 직원들이라고요? 말도 안 돼!”

“그야 게임 속이라 NPC 모습의 캐릭터로 근무를…….”

“이 볼 좀 봐! 너무 귀여워!”

맘이시리네는 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은 채, 신나게 깰룩이와 퍼롱이를 주물럭거리고 있었다.

“깨애…앨…룩…….”

얼마나 비벼 대는지 깰룩이와 퍼롱이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더욱 축 늘어질 뿐이었다.

“아, 성희롱이라고요, 아줌마! 허락 없이 손대지 말라는 말 안 들려요? 덥지도 않습니까? 그만 좀 비벼 대요! 애들 지금 더위 먹어서 힘들어하잖아요!”

“아씨, 치사하게 진짜.”

맘이시리네는 뾰로통해져서 깰룩이와 퍼롱이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둘은 깡통처럼 데굴데굴 바닥을 굴러갔다.

내 성깔도 내 성깔이지만, 이 인간 성깔은 나보다 더 지독한 것 같다.

결국 냉각 마법을 두 번이나 쓴 뒤에야 더위에 죽어가는 이들을 구제할 수 있었다.

겨우 생생해진 깰룩이가 제일 먼저 한 건 대체 뭘 어떻게 해서 그 사기꾼들을 잡은 건지 날 추궁하는 일이었다.

“예? 상자를 열면 플레이어의 모든 아이템이 소각되도록 하셨다구요, 깰룩?”

“그래. 입고 있는 장비나, 가방 속에 있는 아이템들, 그리고 가능하면 창고에 있는 재산까지도 전부 다 소각되게. 그냥 아무것도 안 남게.”

대답을 들은 깰룩이는 잠시 침묵했다.

“그, 그럴 바엔 차라리 그냥 이용 정지를 내리는 편이 낫지 않나요, 깰룩?”

“야, 네가 한번 잘 생각해 봐. 만약에 네가 돈 주고 접속기를 사서 게임을 하는데 이용 정지를 당했어. 그럼 기분이 어떻겠어?”

“나쁘겠죠, 깰룩?”

“그치? 근데 네가 딱히 뭔가 불법적인 일을 저지른 것도 아니라면? 어떻겠냐? 더 빡칠 거 아냐. 걔들 입장에선 분명 그냥 순진한 플레이어들이 낚였을 뿐이라고 주장할 거란 말이지. 사기가 아니라 지들 말빨이었다고 말이야. 어처구니없는 처벌을 받았다며 게임 욕, 우리 회사 욕을 할 거 아냐. 게임 다신 안 들어올 수도 있고, 다른 유저들한테도 안 좋지. 저런 쓰레기들은 그냥 처절하게 밑바닥부터 다시 고생하게 만드는 게 나아. 계정 정지나 삭제도 아니고, 아이템 소각 정도야. 그 정도로는 게임 안 접잖아. 얼굴 팔렸으니까 어디다 욕도 못할 거고. 돈도 없으니 한동안은 커스터마이징한 다음 또 사기 치지도 못할 거고.”

내가 미르미미와 이르미니에게 건넨 것은 제작 팀에 따로 이야기해서 만든 아이템이었다. 원래는 이벤트 보상으로 나중에 뿌리려고 열면 버프형 보상 같은 걸 받을 수 있도록 기획해 둔 것이었다. 이번엔 버프가 아니라 엿을 줬을 뿐이지.

“어차피 거기 사람 한둘 있던 것도 아니고, 이번 일로 커뮤니티에 이 수법이 동네방네 다 알려질 테니 다시 사기 치고 다니진 못하겠지.”

더욱이 촬영까지 한 다음에야.

킬킬거리며 커피를 들이켰다. 한쪽에서 퍼롱이를 끌어안고 있던 맘이시리네가 날 흘겨보았다.

“저 사기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