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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봄부터 동사무소 문화 센터에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셨다더니……. 누가 촌할매 아니랄까 봐 내일이 크리스마슨데 메리 크리스마스란 인사도 없는 쪽지를 주셨다고 투덜댔지만 덕분에 정신은 또렷해져서 다섯 시간을 정자세로 앉아 갔다.
나를 낳고 엄마는 죽을 만큼 아팠다고 한다. 때문에 젖 한 번 못 얻어먹고 여덟 살까지 할매 손에 컸다. 많이 아파 보이는 우울한 기색의 엄마가 석 달 혹은 넉 달에 한 번 부산에 오면 제발 나도 데려가라고 울며불며 매달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여덟 살 인생 최초의 시험이었던 받아쓰기에서 30점을 받아 온 게 사건의 발단이었다. 맨날 밖에서 놀기만 하는 손녀의 가방끈이 걱정된 할매는 나를 서울로 보내기로 결단을 내렸다. 새마을호 안에서 ‘느그 엄마는 몸이 시원찮은 사람이다. 내한테 하는 것처럼 엉겨 붙으면 안 된데이.’라고 몇 번이나 당부했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탓에 서울 집엔 날 위한 건 아무것도 없었지만 엄마와 같이 잘 수 있어서 좋았다. 젖도 안 나오는 할매 찌찌를 만지고 빨던 버릇으로 엄마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할매는 내가 조물거리든 말든 나를 꼭 안고 잠들었는데 엄마는 그렇지 않았다. 큼지막한 어른 손에 조그만 손을 포박당한 채 불편하게 자야 했다. 아들이 들어오지 않는 집에서 둘째 며느리의 눈치를 살피며 내가 적응하는 걸 지켜보고 나서야 할매는 부산으로 내려가셨다.
방학 때마다 내려와 지냈던 할매의 옛 집터엔 언젠가 여행 잡지에서 본 두바이의 호텔처럼 그럴싸한 주상복합 아파트가 세워졌고 쓸데없이 커다랗기만 했던 집이라 보상을 넉넉히 받아 할매도 미래 도시에 입성했다.
20세기 사람인 우리 할매는 최첨단 주거 공간에서 옛날 생활 방식 그대로를 고수했다. 멀쩡한 대리석 식탁을 놔두고 자개 장식이 드문드문 떨어져 나간 낡은 밥상에서 밥 한 숟갈 크게 떠서 폭 삭힌 콩잎장아찌를 올려 먹고 한 시간 이상 보면 목 디스크가 올 것 같은 높다란 문갑 위에 모셔 놓은 텔레비전을 봤다.
산책할 때도 잠들기 전에도 할매는 고종사촌 언니처럼 ‘학교 선생이나 하고 있으면 좋은 자리에 시집가서 고마 니 걱정은 다 잊어버리고 사는데…….’로 시작하는 잔소리를 하고 싶은 눈치였다.
어쨌거나 나는 엄마의 소중한 섬물이다. 어른이 사과하는 건 모양 빠지니 돌아가면 내가 먼저 잘못했다 빌어야지.

밤새 내린 눈 때문에 기체 표면에 디아이싱 작업을 하느라 출발이 지연되고 있었다. 같이 올라온 방글라데시인은 비행기에서도 내 오른쪽에 나란히 앉았다. 신기하다며 인사를 주고받고 이륙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리무진버스에서부터 다섯 시간 반을 꼿꼿하게 앉아서 온 터라 솔솔 잠이 왔다.
결국 고개가 푹 꺾이고 좌우로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 가운데 자리에 앉은 내가 왼편에 앉은 사람과 부딪칠 뻔한 아슬아슬한 순간을 지켜본 그는 순박한 미소를 지으며 자기에게 기대도 된다며 자신의 어깨를 툭툭 쳤다.
내 눈은 초속으로 그의 어깨에 하얗게 내려앉은 비듬을 봐 버렸고 괜찮다며 손사래 쳤지만 그는 한국인은 예의상 한 번은 거절을 한다는 습성을 아는지 한 번 더 자신의 어깨와 내 머리를 번갈아 가볍게 쳤다.
악의가 없다는 걸 알기에 난감해하고 있을 때 근처에 있던 남자 승무원이 방글라데시인을 제지하며 나에겐 다른 자리로 옮겨 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사라졌다.
설렘 가득했던 그의 눈빛은 슬픔으로 바뀌었다. 이들은 사소한 것에도 차별당하고 있구나. 어색한 분위기를 깨기 위해 집에 가냐고 물었고 그는 홍콩을 경유해서 다카로 간다고 짧게 대답했다.
다시 침묵이 흐른다. 이렇게 무거운 마음을 싣고도 비행기는 날아올랐다. 죄지은 기분으로 비행기에서 한숨도 못 자고 환승 승객과 갈라지는 지점에서 그에게 목례를 하고 헤어졌다.

할매가 싸 준 반찬을 독립해 살고 있는 홍콩섬 서쪽 사이잉푼의 집 냉장고에 대충 넣어 두고 클럽용으로 옷을 갈아입고 촬영팀의 뒤풀이가 있는 소호로 갔다.
패션 잡지나 광고 촬영이 주가 되는 겉만 화려한 일을 햇수로 6년째 해 오면서 홍콩의 유명 클럽을 내 집처럼 드나들었다. 클럽 가드는 물론이고 요즘 가장 잘나가는 디제이까지 모두가 친구인 덕분에 긴 줄의 맨 끝에 가서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베이징 클럽은 성탄 전야에 달리 갈 곳 없는 젊은이로 가득 차 있었다. 거나하게 취해 여럿이 엉겨 붙어 춤을 추고 있는 낯익은 얼굴들을 피해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 나누느라 바쁜 바텐더 칼 앞에서 데킬라를 마셨다.
크랭크업 되면 여기 모인 사람들은 원래의 생활로 돌아간다. 이들은 홍콩 영화의 황금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너무 잘 안다.
한때는 영화를 업으로 삼았던 이들이지만 이제는 삶을 이어 가기 위해 다음 촬영이 있을 때까지 댄스 교습소에서 룸바나 차차차를 가르치기도, 경마 시즌에도 손님이 드문 해피 밸리의 주방에서 만두를 빚기도 한다. 이력이 다양한 베테랑들 틈에 앤디의 배려로 올여름부터 영화판에 뛰어든 나도 있다.
촬영 현장엔 얼굴 한 번 안 비쳤던 프로덕션 매니저가 중국인 특유의 허세를 떨며 언제든 찾아오라며 명함을 주고 사라졌다. 나와 가까이에서 소통하고 지냈던 스태프들은 “인연이 닿으면 또 만나겠지.”라는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인사를 했다. 속 깊은 그들에게 ‘내일은 내 생일이야.’라고 말할 만큼 철없진 않았다.
「지타, 너무 심각해지지 마. 우리는 모두 지구를 스쳐 가는 철새일 뿐이야.」
가장 친한 친구 아만다와 성이 같다는 이유로 ‘엉클’이라고 부르는 키 그립(Key Grip: 영화 촬영 현장에서 세트를 세우고 촬영 장비들을 설치하는 책임자), 엉클 웡이 시끄러운 음악에도 묻히지 않을 큰 목소리로 말했다. 친조카를 대하듯 챙겨 줬던 그에게 나는 댄스 교습소로 꼭 찾아가겠노라 대답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들뜬 분위기에 젖어 홍콩에 돌아오자마자 엄마에게 사과하려고 했던 다짐엔 기합이 빠져 버렸다. 엄만 내가 하는 일을 못마땅해했다. 특히 타이탐의 우리 집에서 운동 삼아 걸어올 수 있는 거리인 섹오비치 올 로케이션의 단편 영화 촬영 현장에 몰래 다녀간 후부턴 반대의 강도가 높아져 당장 그만두라고 하셨다.
막 영화판에 뛰어든 초짜가 하는 일이란 게 아주 보잘것없었다. 한여름의 태양과 모래가 만들어 내는 대자연의 조명만으로 눈도 못 뜰 정도로 눈부신데 여름 내내 뜨거운 조명기를 들고 여배우의 동선을 졸졸 따라다니는 내 꼴을 본 엄마는 여배우 심부름이나 하려고 최고의 교육을 받았느냐고 불같이 화를 냈다.
나 역시 자신에게 1밀리미터의 틈도 안 내어 주는 아빠 곁을 미련스럽게 지키고 있는 엄마가 답답했다. 환갑 전엔 무슨 일이 있어도 아빠로부터 엄마를 자유롭게 해 주겠다고 결의에 찬 표정을 짓고 있는데 분장을 맡았던 모짜루가 옆에 와 섰다.
「한낱 촬영팀 쫑파티에 프로덕션 매니저가 나타난 이유는 뭘까?」
「뜨거운 지타가 있기 때문이지. 바로 여기.」
장난스럽게 리듬을 타듯이 대답한 게 마음에 들었는지 모짜루가 날 끌어안으며 특유의 웃음소리로 웃자, 거짓말 안 보태고 3초 동안 클럽 안의 모든 시선이 이쪽으로 쏠렸다. 가뜩이나 우스꽝스런 야광 모자를 쓰고 있어서 눈에 띄는 데다 어디에서건 그가 웃기만 하면 누구나 자동적으로 밀로스 포먼의 ‘아마데우스’를 떠올렸다. 이것이 아저씨스럽지만 ‘래리 쳉’이라는 멀쩡한 이름을 두고 ‘모짜루’로 불리는 이유였다.
「탑 예쁜데? 짠순이가 옷에 큰돈 썼을 리는 없고…… 호라이즌에서 건졌어?」
「압레이차우까지 갈 필요도 없었어. 레인 크로퍼드 코즈웨이 베이 지점만 깜짝 세일 했거든. 1년도 안 지난 걸 20%만 주고 샀지.」
「그런 정보는 공유해야지.」
「내가 입어서 좋아 보인다는 게 함정.」
「……인정.」
옷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는 오늘 밤 타깃으로 삼은 남자가 잘 보이는 위치에 내가 있어서 이쪽으로 왔을 뿐이다. 상업 사진에서 잔뼈가 굵은 나는 패션계에선 유명 인사인 모짜루가 커밍아웃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아까부터 그의 시선은 한곳에만 머물러 있었고 나는 아만다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한심한 내 친구는 생애 처음으로 남자와 둘만의 크리스마스 휴가를 가서 한 시간째 내게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이제 그만 파트너에게 집중하라고 모짜루와 커플샷을 찍어 보내고 나도 바쁘다는 멘트를 날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딴짓만 하는 파트너를 둔 미지의 남자에게 동정심이 생겨 메시지 보내기를 관두고 전화를 걸었다.
「내가 네 파트너라면 당장 도망간다. 11시 반이면 한창 분위기 좋아야 할 시간이잖아?」
― 딱 봐도 게인데 누굴 속이려 들어? 걔 맞지? 네 밑으로 졸병 하나 들어왔다고 좋아했잖아.
「옆에 있어. 말조심해. 그리고 졸병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야.」
― 그럼 바꿔 줘 봐.
손님과 대화 중이던 칼은 하필이면 이때 자리를 비웠고 모짜루는 렌즈 낀 눈이 아프다며 화장실에 가고 없었다. 자정이 가까워지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멀쩡한 정신으로 클럽에 있는 남자를 찾기란 불가능할 것 같았다. 이실직고하려던 찰나 등 뒤에서 뻗어 온 팔이 핸드폰을 가로챘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여자 친구와 문자나 주고받고 있는 한심한 네 친구는 오늘 밤 내가 접수했으니 걱정 마. 아침까지 같이 있어 줄 거지? 수화기 너머에 증인도 있으니 약속해.」
통화를 하는 중 갑자기 질문을 던지는 남자에게 얼떨결에 그러겠다고 대답을 하자 그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 남자 목소리는 완전 내 타입인데…… 근데 팬티는 괜찮아? 너무 속상해하진 마. 처음은 갑자기 찾아오는 법이거든. 뜨거운 밤 보내. Happy Christmas & Happy Birthday!]

아만다가 보낸 마지막 메시지였다. 들뜬 분위기에서 남자도 그저 장난이었고 실제로 그런 일은 없겠지만 스물여덟까지 경험 없는 친구가 낯선 남자와 밤을 보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만다는 팬티 걱정뿐이구나.
낭만은 영화 속에서나 존재한다. 남자는 자리로 돌아온 바텐더에게 아주 익숙하게 주문했다.
「칼, 미안하지만 샴페인 잔에 맥주 따라 줄 수 있어? 두 잔으로.」
「혹시, 설마 방금 영화 대사 친 거야?」
「아직 놀라긴 일러. 공교롭게도 그 영화 속 바텐더랑 이름이 똑같잖아. 이쯤 나올 대사도 가르쳐 줬어. 잘 봐.」
남자의 입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옛날 영화, ‘영혼은 그대 곁에’의 대사가 나왔다. 곧이어 칼은 샴페인 잔이 아닌 와인 잔 가득 담긴 하이네켄을 건네며 “자, 여기 89년산 버드와이저.”라는 영화 속 칼의 대사를 쳤다.
「건배부터 하자. 우리를 위하여.」
영화에선 남자 주인공 피트가 ‘우리를 위하여.’ 하면서 잔을 내밀면 여자 주인공 도린다는 영화의 원제목이기도 한 ‘영원히.’라고 받아치면서 잔을 부딪친다. 하지만 장난으로도 낯선 남자와 영원을 말하고 싶진 않아서 입을 다물었다.
“나갈까?”
방금 전까지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던 남자가 능청스럽게 한국어를 했다. 홍콩에선 흔하디흔한 한국인이라 반가울 것도 없었다.
“도와준 건 고마운데 장난이었어. 아무리 쉬운 여자라도 이렇게 우습게 따라나서진 않아.”
“왜 혼자 앞서가? 답답하니까 옮기자고. 테라스 테이블로.”
남자가 먼저 나가고 나서 태연한 척 잔을 들고 뒤따라 나갔다. 지독한 야맹증 때문에 안에선 보이는 게 없었는데 화려한 네온사인에 크리스마스트리의 조명까지 합세한 테라스에선 남자의 얼굴이 또렷이 들어왔다. 짙은 눈썹과 역시 짙은 속눈썹 아래 얇은 쌍꺼풀이 있는 가로로 시원하게 뻗은 눈과 마주쳤다.
6년 동안 앤디 밑에서 숱한 남자 모델을 접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사람을 보면 카메라를 받는 얼굴과 그렇지 않은 얼굴이라는 이분법으로 상대를 구분 짓고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카메라의 사랑을 받기에 충분했다.
동양인의 눈매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힘든데 남자는 묘했다. 웃으면 눈꼬리가 완만하게 휘어지지만 표정 없이 있으면 무서울 정도로 차갑게 보이는, 업계에서 좋아하는 동양적인 섹시함이 넘치는 이중적인 얼굴이었다.
“당신, 제비족?”
“80년대에서 타임 슬립 했어? 우리 할아버지도 그런 단어는 안 써.”
“21세기에 써먹기엔 끔찍할 정도로 진부한 영화 대사를 들이미는 사람이 할 소린 아니지. 혹시 나 알아?”
“보통 인연이 아니거든. 네가 클럽에 들어온 순간 한눈에 알아봤어.”
“십이지장까지 부끄러울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
헛소리로 받아칠 줄 알았던 남자는 잠잠했다. 그의 시선이 잔을 들고 있는 나의 왼손에 꽂혔다. 지금은 많이 아물었지만 손등엔 길게 상처가 나 있었다. 왼손잡이인 탓에 상처는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리려 와인 테스팅 하듯 맥주를 입 안에 머금고 굴리다가 “음, 세인트루이스산이군.”이라는 도린다의 대사를 쳤지만 그는 농담을 받아 주지 않고 내 손을 물건처럼 들어 올려 촛불에 상처를 비춰 봤다.
“요즘은 레이저 시술 받으면 감쪽같아.”
몇 년 전 작은 접촉 사고가 있었다. 이젠 사고 직후처럼 흉하지도 않은데 남자는 끔찍한 사고를 상상하는 것 같았다. 관찰을 마친 남자가 내 손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순간 크리스마스트리 꼭대기에서 얌전하게 빛나고 있던 크리스털 별이 실내에서 쏘는 레이저 조명을 맞고 반짝 빛났다.
“와, 예쁘다!”
약 여섯 시간 동안 리무진버스를 탔고 출발이 지연되어 비행기 안에 다섯 시간 이상 갇혀 있었던 데다 정신없이 이곳에 와서 빈속에 들이켠 데킬라와 샴페인 흉내를 낸 맥주까지……. 나는 평소보다 빨리 취해 버렸다.
“갖고 싶어?”
“응!”
“이건 서지호 인생 최초이자 최후의 절도야.”
그 순간 어릴 적 노인정 야유회에 꼽사리 끼어 불국사에 갔던 게 떠올랐다. 남자의 얼굴은 석굴암 본존불에 가려져 있어 사진으로 봐야 했던 십일면관음보살처럼 여러 개가 되기도 콘헤드처럼 쭉 길어지기도 했다. 큰 키의 남자가 힘들이지 않고 별을 내려 내게 줬다.
“아직 별 따 준 남잔 없었지? 해피 크리스마스!”
“와? 나 완전 기분 좋아져쓰! 내 생일인 건 또 어떻게 알았대?”
“생일이야?”
“방금 해피 뻐쓰데이라고 한 거 아니야?”
“……네 일행은 생일인 거 몰라?”
“쫑파티로 모였어. 헤어지는 마당에 뭣 하러 그런 말을 해?”
“…….”
쓸데없이 진지한 건 싫어서 흘리듯 말했는데 남자는 심각하게 받아들였나 보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그가 입을 뗐다.
“특별한 날엔 샴페인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