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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몇 번인지도 모를 만큼 전화를 한 박 대리는 이번에도 전화를 받지 않아 안내 멘트로 넘어가는 것을 듣고는 급하게 인사과에 전화를 해 서희의 집 주소를 알아내었다. 그리고 수혁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회장님. 아무래도 실장님에게 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일?”
“네. 웬만해서는 전화를 꺼 놓거나 안 받으시는 분이 아닌데 종일 전화를 안 받으세요. 혹시나 해서 인사과에 물어서 집 주소를 받아 왔습니다.”
박 대리의 말에 수혁이 그를 쳐다봤다.
“아직 전화를 안 받습니까?”
“네. 혼자 사시는 분이라 큰일이 안 생겼나 모르겠습니다.”
“그래요?”
수혁은 손을 뻗어 박 대리에게서 메모지를 받았다. 주소를 보니 회사 근처 아파트였다. 시계를 확인하니 마침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가 수혁은 책상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같이 가 봅시다. 멀지도 않고,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운전할 사람이 필요하니 둘이 움직이는 것이 좋겠어요.”
수혁의 말에 박 대리도 사무실을 나가 퇴근 준비를 했다.
박 대리와 함께 차에 탄 수혁은 계속 서희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혼자 사는 사람이라 더욱 걱정이 되는 수혁이었다.
수혁이 거듭 서희에게 전화를 하는 동안 어느새 차는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했다. 서둘러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그녀의 집 앞으로 향했다. 그리고 박 비서가 현관문을 두드렸다.
“실장님! 실장님!”
하지만 문 너머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박 대리가 연신 문을 두드리며 서희를 불렀다. 박 대리가 문을 두드리며 서희를 부르는 동안 수혁은 다시 한 번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자 안에서 희미한 벨소리가 들렸다. 문 너머로 벨소리는 들리는데 전화를 받지는 않자 수혁이 빠르게 경비실로 뛰어 내려갔다.
때마침 경비도 그들이 소란을 벌이는 통에 이웃들이 항의 전화를 해서 올라가 보기 위해 경비실을 나서던 참이었다. 경비는 매우 급한 얼굴로 달려온 수혁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아저씨, 307호 비상키 있습니까?”
“안 그래도 올라가 보려고 했어요. 무슨 일 있습니까?”
“사람이 안에 있는데 전화도 안 받고 문도 안 열어 줍니다. 일단 문부터 열고 이야기합시다.”
다급한 수혁의 말에 경비도 비상키를 급하게 챙겨 들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새도 없이 두 사람은 뛰어서 서희 집 앞으로 갔다.
챙겨 온 열쇠 뭉치에서 서희의 집 열쇠를 찾은 경비가 문을 열자 수혁이 그를 제치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박 대리도 그 뒤를 이어 집 안으로 따라 들어갔다. 창문마다 커튼이 쳐져 있어 집 안은 어두웠다. 벽을 더듬어 가며 스위치를 찾아 불을 죄다 켜면서 수혁이 서희를 찾았다.
“최 실장! 최 실장!”
“실장님! 실장님!”
박 대리도 그녀를 찾았다. 그때 안방 문을 열어 본 수혁이 소리쳤다.
“최 실장!”
수혁의 외침에 박 대리도 서둘러 안방으로 갔다. 그곳에는 서희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 하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자는 것이 아닌 아픈 모양새였다. 식은땀으로 온몸은 젖어 있었고, 전화를 받으려고 했는지 한 손에는 핸드폰을 쥔 채 서희가 누워 있었다.
“박 비서, 차 시동 걸어요.”
“네. 회장님.”
수혁의 침착한 말에 박 대리가 재빨리 밖으로 뛰어나갔다.
“아저씨, 저 좀 도와주십시오.”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싶어 멍하니 있던 경비도 정신을 차리고 그의 곁에 왔다.
“어떻게 도와 드릴까요?”
“제가 업을 테니 저기 보이는 얇은 카디건 좀 이 아가씨 등에 덮어 주세요. 그리고 저희 나가고 나면 현관문은 아저씨가 다시 잠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이고, 그렇게 해요. 젊은 아가씨가 단단히 병이 난 모양이구먼.”
그의 부탁대로 경비가 서희의 어깨에 카디건을 덮어 줬다. 그리고 서희를 업은 수혁이 빠르게 집을 빠져나가자 그의 부탁대로 현관문을 잠그고 경비실로 내려갔다.
그것까지만 확인한 수혁은 빠르게 집을 빠져나가 계단으로 향했다. 서희를 업고 일 층으로 내려온 수혁은 박 대리가 미리 시동을 걸어 놓은 차의 뒷좌석에 서희를 눕혔다. 그리고 자신은 뒷좌석에 타면서 할아버지의 주치의인 김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박사님, 저 수혁이입니다.”
- 그래. 어쩐 일이야?
“저, 최 실장이 지금 많이 아파서 병원으로 갑니다. 병실 좀 준비해 주세요.”
- 뭐? 최 실장이?
“네. 지금 출발했어요. 15분 안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 그래, 어서 와. 와서 이야기하자.
전화를 끊은 수혁이 서희를 돌아봤다.
3년 동안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서희의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그런 서희가 안쓰러워 수혁이 차에 있는 휴지로 그녀의 이마의 땀을 닦아 주었다.
병원에 도착하자 로비에 나와 있던 김 박사가 수혁을 맞이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간이 침대에 서희를 눕힌 뒤 급하게 응급실로 향했다. 수혁과 박 대리도 뒤따라 병원으로 들어갔다. 응급실에서 간단히 검사를 한 후 서희는 특실로 옮겨졌다. 그제야 수혁의 전화를 받고부터 정신이 없었던 김 박사가 자신의 방으로 수혁을 불렀다.
“어찌 된 거야?”
김 박사의 질문에 수혁이 마른세수를 했다.
“최 실장은 괜찮습니까?”
“그래. 열 감기에 피로 누적이야.”
김 박사의 말에 수혁이 한숨을 쉬었다.
자신을 보좌하느라 그동안 서희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해 왔는지 요 며칠 뼈저리게 느꼈던 터라 서희에게 미안했다. 아울러 나머지 비서들에게 다시 화가 치밀었다.
“서희가 덩치만 컸지 몸이 약해. 어릴 때도 골골했어. 수혁아, 너무 부려 먹지 마라. 저 녀석도 연애도 하고 해야 시집도 가고 해야 할 것 아니냐?”
김 박사의 말에 수혁이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저 자신의 비서로 알고 있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 같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최 실장 잘 아세요?”
“그래. 아버님 친구분 손녀잖니.”
돌아가신 수혁의 아버지와 친구여서 수혁의 할아버지인 임 회장을 아버님이라고 부르는 김 박사가 웃으며 말했다.
“서희가 어릴 때 우리 병원에 잠시 다닌 적이 있어. 그래서 내가 좀 안다.”
“아. 네.”
“과로도 과로지만 영양 결핍도 약간 있어. 혼자 있으면서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것 같구나.”
보통의 성인 여자들보다 덩치가 큰 서희가 영양 결핍이라고 하자 수혁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김 박사를 쳐다봤다.
“설마요.”
“설마가 아니야, 이 녀석아. 서희가 다른 여자들에 비해서 비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영양 결핍이 오지 말라는 법은 없어. 너도 그런 선입관 있냐?”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김 박사의 말에 약간 가슴이 뜨끔한 수혁이었다.
“덩치가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냐. 혼자 있으면서 잘 챙겨 먹지 못하니 영양 결핍이 오는 건 당연하지. 서희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신 뒤로 챙겨 줄 사람 없이 저 혼잔데 뭘 제대로 챙겨 먹고 다녔겠냐? 보나마나 너 따라다니면서 네 끼니는 챙겨도 제 몸은 안 돌봤을 거야.”
김 박사의 말을 듣고 보니 서희가 그의 앞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영양제 몇 병 더 맞고 병원에 한 일주일 더 입원시켜. 푹 쉬어야 낫는 병이야. 알았어?”
서희가 없는 3일간 악몽 같은 하루하루를 보낸 수혁은 앞으로 일주일을 더 어떻게 지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회사에도, 자신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이었다는 걸 그녀가 아프고서야 알게 되었다.
게다가 이렇게 아픈 것이 본인 때문인 것 같아 수혁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연결해 준 간병인에게 서희를 부탁하고 수혁은 집으로 향했다.

엉망이었던 오전 회의부터 아픈 서희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한 오후까지 하루를 정말 어떻게 보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정신이 없는 수혁이었다.
다행히 저녁 약속이 없어 그는 정말 오랜만에 일찍 집에 들어왔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으며 무심코 거실을 둘러본 수혁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세련되고 깔끔한 거실의 인테리어도 모두 서희의 솜씨였던 것이다.
또 한 번 느끼는 그녀의 능력에 수혁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그가 평소보다 일찍 퇴근을 하자 집안일을 봐 주시는 도우미분이 잘됐다는 듯 그를 찾았다.
“저, 회장님.”
윗도리를 벗고 셔츠의 단추를 풀려던 수혁이 도우미의 목소리에 방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오늘 세탁소에서 옷들을 찾아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다니요?”
“그동안 최 실장님이 옷을 코디해 주셨거든요. 전 시키는 대로 걸어만 놨어요.”
도우미의 대답에 수혁은 다시 한 번 할 말을 잃었다.
“일단 옷장에 걸어 두십시오. 제가 알아서 입겠습니다.”
“네. 그런데 최 실장이 왜 연락이 없는지 모르겠네요.”
“최 실장이 지금 몸이 불편해 잠시 휴가를 냈습니다.”
“그래요? 몸이 아파서 어쩐대요? 그럼 회장님, 내일 아침 식사는 어떻게 할까요?”
“조찬 약속 있습니다.”
“아, 그럼 간단하게 챙기면 되겠네요. 원래는 최 실장이 일주일 스케줄 표를 저한테 보내 줘요. 거기에 회장님 옷도 맞춰서 같이요. 그럼 식사나 옷 정리 같은 건 그 표대로만 하면 되는데 며칠 뜸하니 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렇군요. 며칠만 더 고생하세요.”
“네. 그럼 쉬세요.”
도우미가 나가고 수혁은 침대에 앉았다. 다시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하나부터 열까지 서희의 손이 닿지 않은 것이 없었다. 아침에 샤워를 하고 나와서 아무런 생각 없이 입었던 옷도, 조찬 약속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매번 달랐던 아침 식사도, 하물며 사무실에 출근해서 마신 커피까지도 모두 서희의 손이 닿아 있었다는 사실에 수혁은 난감했다.
그저 일적으로만 보조를 받고 있다고 생각했지 이렇게 작은 것 하나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 그런 사람에게 그동안 죽어라 일만 시킨 것 같아 수혁은 어떻게 보답을 해야 할지 난감했다.
앉았던 침대에서 다시 일어나 수혁은 옷을 벗어 빨래 바구니에 던진 뒤 샤워를 하기 위해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기에 물을 틀고 그 밑에 들어가 온몸에 물을 흠뻑 맞았다.
그리고 샤워 퍼프를 집었을 때 수혁은 좀 전에 서희를 업었던 일이 생각이 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거운지도 모르고 서희를 업었던 것 같다. 처음에 서희를 먼저 보고 일을 시작했다면 그도 선입견을 가지고 그녀를 대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능력을 먼저 알았고, 그것은 외모가 가진 단점을 무시하기에 충분할 만큼 출중한 것이었다.
매사에 일 처리 하나는 똑 부러지게 하는 사람이 왜 자신에게는 신경을 안 쓰는지 수혁도 알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비서실장으로서 서희를 외부에 대동하고 나가면 주위에서 그녀를 보고 수군거렸었다. 그가 봐도 다른 회사 비서들과 확연히 차이가 나긴 했었다. 보통의 비서실장이라 하면 연배가 좀 있는 남자이거나 그도 아니면 단정하고 깔끔한 이미지의 여자 비서였다.
겉으로야 쉬쉬하지만 비서실과 로비의 여직원들은 회사의 꽃이라며 외모를 중시하는 것은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서희가 그 불문율을 깨 버렸으니 모두들 대놓고 말하지는 못해도 뒤에서 말들이 많았었다.
보통 일은 배우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로 외모 위주로 직원들을 채용했다. 그런 상황 속에 서희의 존재는 파격적이며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좋을 주제였다. 날씬하고 예쁜 비서들 사이의 뚱뚱한 서희는 어디를 가더라도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상황이 역전되었다. 서희가 수혁을 보좌하면서 완벽하게 회사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업계에 조금씩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그녀를 스카우트하려는 회사가 나타나기도 했던 것이다.
그동안 서희에게 나름 대우를 잘해 주고 있다고 안심하고 있던 수혁이었는데 그녀가 없는 3일 동안 느낀 점은 서희가 그를 잘 봐주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듯 수혁은 서둘러 샤워를 했다.

* * *

한참을 자고 난 서희가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본 것은 하얀 천장이었다. 끊임없이 울리던 벨소리와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던 게 어렴풋이 생각이 났다. 그리고 낯익은 하얀 천장을 멍하니 보다가 자신이 누군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는 것을 알았다.
“깨어나셨네. 괜찮으세요?”
목소리의 주인을 보기 위해 서희가 고개를 돌렸다. 침대 옆에 웬 중년 여인이 서 있었다.
“누구…….”
꽉 잠긴 목 때문에 소리가 제대로 나지는 않았지만 간병인은 서희의 말을 알아들었다.
“나 아가씨 간병하는 사람이에요. 열이 너무 나서 걱정이었는데 다행이네요. 있어 봐요. 의사 선생님 불러올 테니깐.”
말을 마친 간병인이 병실을 나갔다. 멍한 정신에 간병인이 닫고 나간 문만 바라보고 있자니 잠시 뒤 간호사와 김 박사가 병실로 들어왔다.
“어, 김 박사님……?”
“서희, 기분 좀 어때?”
김 박사가 서희의 앞머리를 걷어 주며 말했다.
“괜찮아요.”
“아프면 바로 병원으로 오지 혼자서 웬 청승이야. 수혁이가 집으로 안 가 봤으면 어쩔 뻔했어?”
“회장님이요?”
“그래. 너 들쳐 업고 왔더라.”
수혁이 자신을 업고 왔다는 말에 서희가 얼굴을 붉혔다.
“자세한 건 나도 경황이 없어 못 들었다. 그나저나 서희 너 제대로 챙겨 먹고는 다니는 거야?”
김 박사의 질문에 서희는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묵묵부답이었다.
“서희야. 혼자 있다고 굶고 그러면 안 된다. 알지?”
“네.”
“영양 결핍이야. 이렇게 될 때까지 안 먹으면 어떻게 해. 입원하는 동안은 마음 편하게 지내. 내 누차 하는 말이지만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안 그래?”
“……네.”
“수혁이한테는 내가 이야기해 놨으니깐 며칠 푹 쉬어.”
서희의 어깨를 두드려 준 김 박사가 다시 병실을 나갔다.
김 박사가 병실을 나가는 것을 본 서희의 고개가 아래로 떨구어 졌다. 매번 듣는 소리이지만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이 또다시 서희의 가슴을 후벼팠다.

한편 서희가 입원한 지 하루 만에 김 박사에게서 그녀가 깨어났다는 전화를 받은 수혁은 한숨 돌리는 기분이었다. 전화를 끊은 그는 책상 위에 놓았던 서류철을 펼쳤다. 당장은 그녀가 출근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그녀가 의식이 돌아왔다는 사실에 왠지 마음이 든든해지는 수혁이었다.
서희가 출근을 못 하게 되자 크게 급한 일이 아니면 자연스레 일정이 뒤로 미루어지게 되었다. 다른 그룹에서도 서희가 휴가 중이라는 말에 약속을 뒤로 미루었던 것이다. 회장이 아닌 비서가 휴가라는 말에 약속이 미뤄지자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 때문에 본의 아니게 수혁도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몸도 마음도 쉬게 되어 그도 그전보다 컨디션이 많이 좋아졌다. 퇴근길에 서희에게 들러야겠다고 마음먹은 수혁이 다시 회사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소식에 한숨을 돌리는 건 비서실 식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대리님, 그럼 실장님 언제부터 출근하세요?”
제희가 박 비서에게 물었다.
“병원에서 일주일 정도 쉬어야 한다고 했어. 그럼 퇴원하면 주말이니까 그다음 월요일부터 출근하시지 싶어.”
“빨리 오셨으면 좋겠어요.”
실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었지만 자기들보다 외모가 달리니 은근 무시했던 두 사람이었다. 하지만 서희가 자리를 비운 며칠 동안 수혁에게 호되게 당하며 새삼 서희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서희가 출근을 했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