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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현주는 차마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꼴깍, 침을 삼켰다. 그는 특유의 끈적거리는 눈으로 현주의 머리카락, 눈, 코 그리고 입술을 살폈다. 그저 바라보는 것뿐이었는데도 그 어떤 애무보다 위험하고 위태로웠다. 지원은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입술을 문질렀다. 키스한 뒤여서 그런지 충분히 젖은 모습이 먹음직스러웠다.
“하―”
현주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숨을 뱉었다. 긴장된 마음이면서 동시에 흥분되어 있던 그 숨소리에 지원은 아이처럼 웃었다. 그러곤 손가락 하나를 그녀의 입술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녀의 말캉한 혀끝이 손가락에 닿자 그의 표정은 들끓는 욕망으로 천천히 굳어졌다.
“앗.”
현주는 주체할 수 없는 긴장에 지원의 손가락을 깨물었다. 의도하지 않은 상황이라 놀란 현주는 그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보였다. 오히려,
“유혹도 할 줄 아네.”
라고 말했다.
“그, 그게 아니라.”
“긴장 안 해도 돼.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그는 그녀가 자신과의 하룻밤을 앞두고 긴장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그녀의 가늘고 긴 목에 다시 한 번 고개를 파묻고 입을 맞췄다. 현주는 발끝까지 퍼지는 아찔한 전율이 싫지 않았지만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어냈다.
평소의 그녀는 이런 식의 감정적인 상황을 즐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예술가였지만 그녀가 솔직해지는 순간은 오로지 그녀의 글 속에서만이었다. 반면에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앞에서 망설여 본 기억이 없는 그의 표정엔 짜증스러움이 역력했다.
“밀어내지 마. 참기 힘들어.”
그는 증명하듯 단숨에 그녀 위로 올라갔다.
그녀가 뭐라 말하기도 전에 달려드는 그의 입술은 굶주림에 헐떡이는 늑대처럼 거칠고 매서웠다. 현주는 태어나 그토록 본능에 충실한 형태의 사람을 처음 보았다. 그 모습이 흡사 사냥감을 눈앞에 둔 맹수 같아서 두렵기는 했지만, 그의 마음이 너무도 선명하게 드러나 순수하게 자극적이었다.
그녀는 그 자극이 싫지 않았지만 아주 조금 남아 있는 이성으로 지원을 다시 한 번 밀어냈다. 지원은 일어나려는 현주의 양손을 잡아 쥐고 거칠게 밀어붙였다.
“왜. 뭐가 문제야.”
“…….”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계산이나 생각 따위는 없는, 오로지 본능과 욕구만 있는 뚜렷하고 투명한 것이었다. 세상 어느 여자도 그 깊은 눈에 빠지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이 침대 위라면 더욱이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현주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야 했다.
“처음이에요.”
“뭐가.”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나 남자랑 처음 자 보는 거라고요.”
“…….”
지원은 여자의 말을 곱씹으며 그게 무슨 의미인지 되뇌었다. 그녀의 손목을 결박한 그의 손에서는 아직 힘이 풀리지 않았다.
“왜?”
“뭐…… 내가 아직 처녀인 거에 이유도 필요해요?”
“나이 스물여덟에 처녀인 거면 이유가 필요해.”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한편으론 화도 나 있는 것 같았다. 현주는 이전 연인들에게 해 오던 말이 떠올랐다.
‘지금은 아니야.’
왜 그랬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늘 그렇게 말해 왔었다. 그 말을 존중해 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오래도록 이해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넌 날 사랑하는 게 아니야.’
모두들 그렇게 말하며 그녀를 떠났다. 현주는 제 처지에 뜬금없는 회환이 밀려왔다. 지원이 손가락을 들어 그녀의 이마를 꾸욱 짚었다.
“나랑 얘기할 때 딴생각하지 마.”
“네?”
“물었잖아. 이유가 뭐냐고.”
현주는 눈알을 굴리며 무어라 대답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냥 자야 할 이유가 없었어요.”
지원의 미간이 미세하게 구겨졌다.
남자와의 잠자리를 피하는 성인 여자들의 이야기는 그 수만큼 다양했다. 두려운 것이 이유가 되기도 했고, 종교적인 신념이 이유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채 낯선 남자 집까지 들어온 여자가 자신은 한 번도 남자와 자 보지 못했고, 그 이유를 ‘잘 이유가 없어서’라고 답할 확률은 흔치 않았다.
현주도 제 대답이 누군가를 이해시킬 만큼 설득력 있지 않다고 생각했다. 민망한 표정을 짓는 현주를 보며 생각을 마친 지원의 입술이 벌어졌다.
“그럼 지금은?”
“…….”
“지금도 잘 이유가 없어?”
그는 천천히 상체를 숙여 현주의 목에 숨을 박아 넣었다. 그의 불규칙한 숨은 델 만큼 뜨겁기도 하고 소름이 돋을 만큼 차갑기도 했다.
“하아―”
현주의 입에서 자연스러운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를 처음 본 순간, 그와 첫 키스를 한 순간 느껴졌던 이성이 차단되는 느낌이 다시 한 번 되살아났다.
“어때?”
그는 이를 세워 곧게 뻗은 그녀의 쇄골을 깨물었다.
“아앗.”
그가 잡고 있던 손은 자유로워진 지 오래였지만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의 커다란 팔은 그녀의 허리를 으스러지도록 끌어안고 있었고, 그의 얼굴은 목과 가슴팍에 파묻혀 여린 살결을 뜯어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의 거부할 수 없는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왔다.
“싫어?”
현관에서 키스하기 전 물었던 물음이었다. 그녀가 핑계 댈 것은 많았다. 그녀는 술에 취해 있었고, 헤어진 연인과 그의 새로운 연인을 만났으며 그녀를 유혹하는 남자는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김지원이었다.
현주는 제 인생에서 한 번쯤은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 것을 해 보는 것 또한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끌어안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목에 닿은 그의 입술이 둥글게 말리며 낮은 웃음소리가 그녀의 귓가로 흘러들어 갔다. 그는 다시 열렬하게 키스했다. 좀 전보다 더 깊고 더 부드러운 입맞춤이었다. 그의 혀가 입안을 휘젓고 있는 동안 현주의 셔츠는 조금씩 벌어져 부드러운 속살을 드러내고 있었다. 맨살에 그의 손이 닿자 그녀는 이질감에 몸을 움찔거렸다. 그가 다정하게 속삭였다.
“익숙해질 거야.”
지원은 능숙하게 속옷의 후크까지 풀어냈다. 적나라하게 드러난 그녀의 상체가 부끄럽다는 듯 몸을 비틀었다. 흥분한 탓에 복숭아처럼 분홍빛으로 물든 가슴은 제 손에 맞춘 것처럼 딱 들어왔다. 아직 낯선 손길이 익숙하지 않은 탓에 작게 솟은 정점은 벌써부터 빳빳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지원은 현주의 가슴을 입안 가득 베어 물었다.
“하앗!”
현주는 두려움과 긴장감 그리고 묘한 쾌감이 한데 섞여 비명이 터져 나왔다. 가슴께에 붙어 있는 그의 어깨에 솜방망이 같은 주먹질을 하기도 했지만 그는 단단한 바위처럼 요지부동이었다.
그는 혀끝으로 그녀의 가슴을 촉촉이 적셨다. 쫀득거리는 소리가 어두운 방 안 전체를 가득 채웠다.
이윽고 그의 손길이 그녀의 치마로 향했다. 지퍼를 내리는 손길에서 애정이 느껴질 만큼 조심스럽고 또 부드러웠다. 그녀는 팬티를 제외하고 다 벗겨져 버린 제 몸을 감싸며 곁에 있는 이불을 끌었다.
“추워요.”
그는 감추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보란 듯이 이불을 들어 바닥으로 던져 버렸다. 현주가 황당하다는 듯 쳐다보자 그는 잘빠진 청바지를 벗으며 말했다.
“곧 더워질 거야.”
깔끔하게 벗어 버린 덕에 현주는 지원의 완전한 나신을 볼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남자의 딱딱해진 욕망에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아 버렸다. 지원의 낮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의 커다란 손이 파고들 듯 여자의 허벅지를 움켜쥐었다.
“으읏…….”
지원의 손은 그녀의 팬티에 닿을 듯 말 듯 장난치듯 움직였다. 분명 끈적거리는 눈빛과 손길로 여자의 온몸을 훑고 있었지만 오직 그곳만큼은 건들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현주는 아래에서 시작되는 뻐근한 무언가를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입술이 골반에 닿아 혀끝으로 할짝일 때는 거의 비명을 지를 뻔했다. 간지러움도 아닌 짜릿한 촉감이 자동으로 허리를 튕기게 만들었다.
지원은 그런 그녀의 반응이 꽤 만족스러웠다. 그가 그녀의 입술을 머금고 이리저리 농락했다. 그녀의 몸이 떨리는 만큼 그녀의 부푼 가슴 역시 흔들렸다. 그 모습은 숨 막히도록 야한 장면이었다. 지원의 손이 그녀의 허리와 허벅지를 오가며 간지럼을 태웠다.
“하앗.”
그녀의 짧은 신음도 그 주기가 계속해서 짧아지고 있었다.
“참지 마. 듣기 좋아.”
현주는 듣기 좋다는 그의 말에 더욱 부끄러워졌다. 자연스럽게 들썩이는 제 허리와 입술을 깨물어도 새어 나오는 신음이 민망할 뿐이었다.
그가 불쑥 상체를 세우고 그녀의 다리를 양쪽으로 벌렸다. 현주가 부끄러움에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은밀한 곳과 가까운 허벅지 안쪽을 씹어 먹듯 빨아 대는 것이 느껴졌다.
안달 난 그녀의 다리가 그의 상체를 조이며 가깝게 밀착시켰다. 그러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팬티 위를 지분거렸다. 뜨거운 숨을 내뱉던 그녀의 은밀한 곳이 참지 못하고 애액을 쏟아 냈다.
“하아― 하, 더워요.”
“알아.”
아까는 춥다고 하더니 지금은 덥다고 말하는 현주의 말에 지원은 참으로 솔직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는 익숙하게 그녀의 팬티를 벗겨 내렸다. 모습을 드러낸 그녀의 작은 숲에 그의 혀끝이 닿았다.
“아앗, 하지 마요.”
놀란 현주가 그를 밀어내자 그는 쉽게 물러났다. 지원은 그녀의 허리와 엉덩이를 쓸며 한가득 쥐었다가 다시 놓기를 반복했다. 그녀의 빳빳한 다리가 부드러워지자 그는 손가락 하나로 그녀의 작은 숲을 침범했다.
이미 젖을 대로 젖은 그녀의 숲은 미끄러웠다. 굳이 눈으로 클리토리스를 찾을 필요는 없었다. 동그랗게 부푼 그것이 손에 닿자 그녀는 쾌락의 비명을 내질렀다.
“하앗!”
질척이며 부푼 그곳을 천천히 자극하자 그녀의 입에서 쉼 없이 신음이 쏟아졌다. 지원 역시도 이토록 즉각적이고 야릇한 풍경을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손가락 하나를 누구도 지나가지 않았을 좁은 길에 집어넣었다.
“아앗!”
“……괜찮아.”
“아파요…….”
손가락 하나임에도 단단하게 조이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팔이 침대 위에서 부들부들 떨렸다. 생소한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모습이 퍽이나 안쓰러웠지만 또 가련했기에 아름답기도 했다. 그는 손가락을 빼지 않고 상체만 숙여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날 믿어. 힘 빼.”
그가 다시 한 번 입을 맞추며 뜨거운 체온을 전하자 현주의 몸은 조금씩 이완되었다. 손을 뺄 수 있을 만큼 느슨해졌을 땐 그도 손가락을 움직이며 길을 만들었다.
“하아, 하. 나, 나 좀 잡아 줘요.”
여전히 손가락으로 자신을 농락하고 있는 그를 향해 그녀는 손을 뻗어 애원했다. 어디라도 의지할 곳이 있어야만 지원이 전하는 아찔한 쾌감을 오롯이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지원은 거절하지 않고 그런 그녀의 품에 안겼다. 그녀의 가녀린 팔이 자신을 끌어안고 신음을 내뱉자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욕망이 솟아올랐다.
“하, 지금보다 조금 더 아플 거야.”
“하아, 하…….”
그는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는 몸을 일으켜 그녀의 두 다리를 넓게 벌렸다.
“아프면 말해. 최대한 노력해 볼게.”
뭘 노력한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현주는 그의 말이 꽤 믿음직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그 생각을 취소했다. 그는 번들거리는 그녀의 여성 앞에 딱딱한 자신을 문지르더니 이내 깊게 찔러 넣었다.
“아악!”
현주의 짧고 굵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지원이 생각해도 이것은 너무한 것이었다. 그녀의 안은 생각한 것보다 비좁고 숨 막혔다. 그녀 역시 고통에 고개를 비틀고 있었다. 지원은 몸을 숙여 그녀를 부드럽게 껴안았다. 그녀는 그의 품에 갇힌 것마냥 작게 웅크리고 있었다.
“눈 떠 봐.”
“…….”
“내 말 들어. 눈 떠.”
현주는 그의 말에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짙고 깊은 눈이 자신을 마주하고 있었다.
“착해.”
그는 그녀의 탐스러운 허벅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오로지 방어하기 위해 굳어 있던 그녀의 하체가 뜨거운 손길에 점차 정신을 잃었다. 그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그녀가 다시 눈살을 찌푸리려 하자 그가 움직임을 멈추고 말했다.
“나한테 집중해.”
그녀는 분명 지원에게 익숙해지고 있었다. 지원은 현주의 고통과 쾌감 그 어디쯤을 달리고 있는 듯한 표정이 마음에 들었다. 아직 그녀의 얼굴에 남아 있는 고통을 어서 빨리 쾌감으로 돌리고 싶었다. 그의 손이 그녀의 허벅지를 쥐고 더 넓게 벌렸다.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아까보다는 수월해진 감이 있었다.
“하아, 하. 으윽.”
신음이기도 하면서 비명이기도 한 그녀의 소리는 지원을 점차 흥분시켰다. 그녀가 손톱을 세워 등을 흠집 내고 있어도 그는 아무렇지 않았다. 그의 움직임이 점차 거칠어졌다.
“아앗, 천천히. 천천히요. 제발.”
그녀의 절규는 오히려 역효과를 만들 뿐이었다. 지원의 귓가엔 더, 더 해 달라는 애원으로 들렸다. 그녀는 그가 치고 올리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허리는 들렸고 몸은 흔들렸다. 찰싹이는 살 소리가 계속해서 빨라졌다. 그는 그녀의 허벅지를 들어 올리고 제 허리를 말았다. 둘의 모습이 동그랗게 변했다.
“흐응…….”
지원은 그녀가 자신이 느끼는 기쁨을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벅차하면서도 입을 벌려 자신을 삼키고 있는 그녀의 작은 숲이 매혹적이었다. 그는 그녀의 음핵을 천천히 문질렀다. 뿜어내는 뜨거운 기운이 제 남성을 태울 만큼 위협적이었다.
“하아, 지원 씨.”
정신없는 와중에도 제 이름을 찾아 부르는 그녀가 귀여웠다. 처음임에도 열심히 따라오고 있었다. 관계 도중에 끊임없이 팔을 뻗어 저를 안으려는 그 몸짓도 마음에 들었다. 그는 더 강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으앗, 지, 지원 씨.”
“응…… 말해.”
“하아, 하아…….”
좋은 매트리스건만 침대도 격렬하게 출렁였다. 덩달아 그녀의 가슴도 둥글게 원을 그리며 탱글탱글 움직였다. 찌푸린 미간, 저를 부르는 입술, 빼어난 곡선을 이루는 그녀의 몸매가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이었다. 그의 손이 거칠게 그녀의 허리를 잡았다. 세상이 끝날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그의 허리는 마지막을 향해 내달렸다.
“하앗!”
지원이 짧은 신음을 뱉으며 제 남성을 빼냈다. 그의 욕망이 왈칵왈칵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