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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2.(2)


엣시는 자신이 응당 받아야 할 마력까지 가져가 버린 저 소파를 미워했다. 이제 크리스티네에게 잔소리까지 던지기 시작하니 더 미워진다. 그을음이 아니라 새까맣게 구멍이라도 뚫어 주고 싶어 크리스티네의 손에서 뾰옹― 하고 뛰어내려 소파로의 착지를 시도한다.
소파의 붉은 천은 엣시가 앉는 것만으로도 금방 까만 점이 만들어지고 곧 끔찍한 구멍이 뻐엉 생겨날 테다. 소파에 가까워질수록 엣시는 신이 난다.
“너어어어어 엣시이이이이!”
그 거리가 줄어들수록 소파의 비명은 더욱 커진다. 결국 크리스티네의 손이 떨어지는 엣시를 받아 주었다. 대참사를 면한 소파가 헉헉거리며 엣시를 원망한다.
“망할 불 꼬맹이!”
복수를 저지당한 엣시의 불이 날카로워지며 크리스티네의 손에서 몇 번이나 빠른 속도로 통통통통 뛴다. 크리스티네는 그들의 아웅다웅도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뭔가 허무했다.
열병에 앓으면서도 이를 악물고 버티게 한 것은 어머니처럼 강한 마녀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였다. 강한 마력을 몸에 가두어 누구보다도 크고 아름다운 엣시를 만들고, 모두의 앞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이래서야 놀림거리가 될 뿐이잖아…….”
고개를 푸욱 숙였다. 이제는 무릎 위에서 노닐고 있는 작은 엣시가 그녀의 이마로 따듯하게 그 열기를 보내 준다. 늘 그렇지만 참 착한 불씨다.
“찾아야 해…….”
사역마로부터 마력을 되돌려 받는 방법을. 소파에 심어진 마력만 더해도 그럭저럭 남들 앞에 나설 수 있는 정도는 될지도 모른다.
오늘은 그녀가 처음으로 참가하는 마녀의 밤. 그곳에서 성장통을 성공적으로 치른 것을 증명하는 의식을 거행할 예정이다.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마녀들 앞에서 그녀의 변화된 불씨를 보이는 것뿐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작고 힘이 없는 엣시를 보였다가는 또래 마녀들의 비웃음을 받을 뿐. 그 전에 어떻게든 이 소파로 주입된 말도 안 되는 마력을 돌려받아야 했다.
자고로 모든 지식은 책 안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책을 보자, 책을! 책장을 뒤져 사역마에 관한 내용을 샅샅이 뒤져 본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있을 법한 일이다. 사역마가 마음에 안 든다든지, 절대복종을 하지 않는다든지, 다양한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지 않나? 그리고 무엇보다 주는 것이 가능하다면 받는 것도 가능한 것이 모든 것의 이치. 꽤나 논리적으로 보이는 제 생각 덕분에 기분은 훨씬 좋아졌다.
푹신한 소파에 기대앉아 책장을 사락사락 넘긴다. 소파도 그 소리에 따라 슬쩍슬쩍 그 책 내용을 엿본다. 엣시는 아예 크리스티네의 몸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크리스티네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가 몸을 움직이면서 자세를 바꿀 때마다 소파는 그녀의 몸이 좀 더 편할 수 있도록 이리저리 조절해 주는 것에 애쓰고 있었다. 몸이 불편하지 않으니 그녀의 집중력은 더욱 빛이 날 수 있었지만, 소파의 노력은 그 빛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사역마와의 계약이 끝날 때! 좋아, 찾았어! ……에에 ……사역마가 속한 마술사나 마녀가 사망할 시 사역마가 가진 모든 마력은 사라지며, 계약은 종료됩니다.”
……크리스티네에게 죽으라는 이야기였다. 크리스티네는 울상을 지으며 계속 읽어 내려간다.
“사역마의 마력을 다시 거두고 싶은 경우 키스로 그 마력을 다시 마술사나 마녀에게 불러들일 수 있습니다……?”
네?
“키스로 그 마력을 다시…….”
의심 가는 부분을 다시 소리 내어 천천히 읽어 보았으나 내용이 변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았다.
“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소파와 크리스티네는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서로에 소리에 놀라 잠시 정적이 일었고, 크리스티네가 먼저 입을 연다.
“왜 네가 끄아아아아악이야!”
“키스라니! 키스라니! 나의 순결한 키스를!”
“소파 주제에 순결이 어디에 있어!”
“너무해! 너무해! 크리스티네! 나의 순결의 존재를 의심하다니!”
이런 소모적인 말싸움을 할 시간은 없다. 크리스티네는 일단 그의 순결을 인정해 주기로 한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키스하자.”
“처, 처, 처음이에요! 부…… 부디 부드럽게!”
“……그런 말은 어디에서 배웠어?”
“크리스티네가 내 위에서 읽은 ‘공녀님의 밤은 뜨겁게 물들고’ 본문 내용 중 15페이지에 나오는 아리아 공녀님의 대사.”
조금 부끄러워졌다. 공녀님의 밤은 뜨겁게 물들고는 성장기의 마녀라면 누구라면 한 번쯤 호기심에 손을 대게 되는 조금 부끄럽고, 교성과 질척거림이 난무하는 소설이었다.
“침이 흐르면 곤란하니까, 조심해서 해 주어야 해?”
그렇게 말하는 소파의 겉면이 조금 빳빳하게 긴장되어 보인다. 단 하루 동안이었지만 그의 말은 대부분 ‘소파 청결’에 관한 잔소리가 대부분이었다. 침이 흐르게 되면 그가 얼마나 잔소리를 쏟아부을지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아, 그때는 이미 마력이 전부 넘어오고 난 이후니까 다시 말을 못 하겠구나. 어느새 말하는 소파에 적응이 되어 있는 자신을 보고 크리스티네는 흠칫 놀란다.
“……그래서, 너…….”
크리스티네는 소파의 등받이를 손바닥으로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아아…… 크리스티네…….”
소파는 그녀의 기묘한 손길에 ‘공녀님의 밤은 뜨겁게 물들고’ 본문 내용 중 16페이지에서 익힌 지식을 이용하여 달뜬 목소리를 내 보았다.
“……입은 어디야?”
“응?”
키스라고 하는 것은 분명히 서로의 입과 입을 통하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서는 키스의 당사자 소파와 크리스티네 모두가 인정한다. 다만, 소파의 입은 어디지? 소파도 그것은 모른다.
소파는 잠시 자신의 신체 기관을 둘러보았다. 찾다 보면 어딘가 입을 대신할 만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튼튼한 프레임. 그리고 푹신한 털로 채워진 쿠션들, 그 위를 부드럽게 감싸는 표면의 붉은 천, 나무로 만들어진 장식들―아무리 둘러보아도 입은 없었다.
말을 한다고 해도 입이라는 기관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마력을 이용하여 그 자체에서 발현하는 것이고, 보통 입이 갖는 섭식 기능을 가지고 있는 신체 기관도 없다.
“없쩡…….”
우아아앙! 이 달아오른 몸은 어쩌라고! 소파는 글로 배운 키스를 하지 못해 원통했다. 그를 이루는 프레임이 덜덜 떨릴 정도의 깊은 허탈함이 느껴졌다
“……없쩡 같은 소리! 흔들지 마!”
크리스티네는 그의 등받이를 손으로 꽈악 쥐었다. 그를 이루는 쿠션들이 그녀의 손에 눌려 깊은 자국이 만들어진다. 점점 강하게 누르는 힘 때문인지 그녀의 손에 소파의 프레임이 조금 느껴진다.
그녀의 핑크빛 입술의 소파의 등받이 한가운데에 짓눌리듯 닿아 온다. 마치 잃은 것을 갈구하듯 강한 욕망을 내비치는 그 키스는…… 아, 잃은 것을 갈구하는 것, 맞다. 맞는 말이다. 정확한 표현이다.
“크리스티네. 흑…… 아파…….”
간헐적으로 들려오는 고통스러운 신음…… 그야 속에 있는 프레임이 잡혔으니 고통스러운 것도 당연하겠지만.
“가만히 있어.”
소파가 가만있지 못하고 덜그럭거리자 좀처럼 집중이 되지 않는다. 크리스티네의 손길은 좀 더 거칠어진다.
귀를 더럽히는 것 같은 소파의 몹쓸 신음 소리는 크리스티네의 욕망 어린 키스를 막을 수 없었다. 결국 소파는 포기하고 그녀가 주는 고통과 묻어나는 침을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크리스티네를 알게 되고 10,292번째로 그녀가 흘린 침이다. 지금까지의 침은 모두 끈적하고 기분 나쁜 것으로 소파를 우울하게 했지만, 어쩐지 지금 묻어나고 있는 것은 그렇게까지 기분이 나쁘지 않아서 소파는 고민했다,
기분 나쁜 침 10,291회 기분 좋은 침 1회로 나누어서 세어야 하는지.
크리스티네는 소파로부터 얼굴을 떼어 냈다.
기분 좋게 젖어 든 소파의 표면을 그녀가 후려갈기며, 소리쳤다.
“망할, 안 되잖아!”

그런고로, 여전히 그는 이 세계 최강의 소파입니다!



3.(1)


크리스티네의 현실은 잔인했다. 마력은 돌아오지 않고, 자신의 불씨 ‘엣시’는 여전히 솔방울만 하며, 날치기 계약을 하게 된 사역마는 필요 없는 기능을 두루 갖춘 ‘소파’였다.
“차라리 잘 되었어. 크리스티네.”
어머니 마리안의 말투는 결코 그녀를 위로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안도하는 것이 느껴진다.
“어머니!”
마리안은 먼지떨이를 이리저리 흔들며, 기분 좋게 설명해 주었다.
“아름답고 마력까지 굉장한 나를, 모두가 질투했거든. 그런 내가 낳은 것이 바보 딸이라면 다들 신나서 좋아할 거야.”
……
“게다가, 불의 마녀 중 최약체인 너는 질투도 어려운 임무도 받지 않아도 되는 안락한 인생! 확정!”
확정! 이라고 이야기하는 마리안은 두 팔을 활짝 벌려 진심으로 행복한 미소를 지어 온다. 뒤에서 마리안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소파도 그 굉장한 사고방식에 설득되어 함께 환호해 준다.
“확정! 축하해, 크리스티네.”
크리스티네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은 작은 엣시뿐이다. 축 처진 어깨 위에서 낑낑대며 어떻게든 그녀에게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다.
“네 존재는 열등감에 절어 있는 못난 마녀들에게 구원이 되는 거야.”
마리안의 설득은 끝나지 않았다.
“사랑하는 딸이 그 열등감에 절어 있는 못난 마녀가 될 가능성은 생각해 보셨어요?”
“괜찮아. 그래도 너는 나의 장점 하나는 확실하게 이어받았으니까.”
어머니와 닮은 것? 커다란 붉은 눈동자? 아름다운 머릿결? 하얀 피부?
“욕 한번 시원―하게 하고 쿨― 하게 잊는 것.”
그녀의 먼지떨이가 크리스티네의 어깨 즈음을 톡톡― 털어 낸다. 마침 그곳에 매달려 있던 엣시가 먼지들과 함께 먼지떨이에 달라붙게 되어 버둥거린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은. ‘망할!’ 한번 던져 버리고 잊어!”
마리안은 엣시를 소중하게 옮겨 와 자신의 손 위로 올려 둔다. 그녀의 불을 다루는 아름다운 손짓은 다른 마녀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마음에 안 드는 마녀 계집 따위에겐 ‘미친년’ 한번 해 주고 잊어!”
마리안의 손에서 가볍게 밀려난 엣시는 포물선을 그리며 다시 크리스티네의 두 손 위로 올라왔다.
“어차피 망한 인생. 욕이라도 시원하게 하고 살아야지.”
화가 난 엣시가 마리안에게 달려들었다가 다시 먼지떨이에 달라붙은 신세가 되었지만, 크리스티네는 허망하게 괴롭힘 당하는 엣시를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