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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렌코, 그거 가져와.”
이그노아 마피아의 행동대장인 셰브첸코는 자신의 부하에게 무언가를 가져오라 지시를 내렸다.
자신의 보스이자 이곳 시베리아의 지배자인 드미트리가 내린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그는 과격한 방법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비록 이곳이 러시아 군의 기지 건설 현장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이미 이번 일을 벌이기 전에 주둔군 사령관에게 뇌물을 주어 침묵을 약속받은 것이다.
그랬기에 셰브첸코는 시베리아 주둔군이 보유하고 있던 무기까지 구입하여 아예 작정을 하고 이곳에 온 것이었다.
파워 슈트가 개발되면서 기지 방어에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기지를 무력화시킬 무기도 함께 개발이 된 것이다.
물론 러시아 군에서는 당연히 그러한 무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그노아 마피아가 이번에 뇌물을 건네면서 함께 구입한 것이었다.
그로 인해 상당량의 뇌물이 사용되었지만, 드와이트가 지시한 일을 해낸다면 그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있을 것이기에 드미트리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알렉세이 마피아를 밀어내고 차지한 구역에서 벌어들인 돈이었기에 전혀 아깝지 않았다.
애당초 드와이트의 도움으로 벌어들인 것과 마찬가지였기에 드미트리에게는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게다가 드와이트의 이번 명령만 수행하면 앞으로 자신의 지위는 탄탄대로라 여겼다.
앞으로 시베리아에서 다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행동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드미트리는 절로 기분이 상기되었다.
그렇기에 자신의 오른팔 격인 셰브첸코를 직속 부하 300명을 이곳 현장으로 함께 보낸 것이었다.
이미 주변을 샅샅이 뒤져 본 결과, 유적지가 있을 것이라 의심되는 지역 중 한 곳이 바로 여기였다.
하지만 그동안에는 군대와 맞먹는 화력을 갖춘 백호 PMC의 용병들 때문에 쉽게 접근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차에 러시아 군이 보유하던 구형 파워 슈트를 구입하게 된 것이다.
때문에 이제는 알렉세이 마피아 전체가 덤벼도 두렵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감을 갖고 이렇듯 당당하게 건설 현장으로 접근을 시도한 것이었다.
이런 이들의 행동은 한마디로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
새로운 장난감을 선물 받고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는 것마냥 파워 슈트라는 장비를 갖게 되자 눈에 뵈는 게 없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초소에서 훤히 보이는 곳에 보트를 정박시키고도 태연히 장비를 꺼내고 있는 것이었다.
“대장, 준비됐어.”
두뇌는 조금 떨어지지만 자신의 지시는 칼같이 따르는 스밀렌코의 대답에 셰브첸코는 미사일이 설치된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러시아 군이 개발한 다목적 휴대 미사일이 초소를 향해 세팅되어 있었다.
M―2 다목적 휴대 미사일.
이것은 Metis―M1 대전차 미사일의 계보를 잇는 제품이었다.
Metis―M1 대전차 미사일이 가지는 관통력과 파괴력은 무척이나 뛰어나 980㎜에 이르는 관통력을 가지고 있었다.
한데 파워 슈트의 등장과 함께 부대 방어 시설이 전차를 능가하는 방어력을 가지게 되자 이를 파괴할 목적으로 미사일을 개발하게 되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벙커 파괴용 휴대 미사일 M―1이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성능이 뛰어난 파워 슈트가 개발되면서 이를 착용한 특수부대의 기지 침투를 막기 위해 기지의 벽이 더욱 높아지고 단단해지자 M―1은 무용지물이 되어 갔다.
결국 화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군에서는 더욱 강력한 위력을 가진 무기를 요구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이를 운용할 특수부대원들이 파워 슈트로 무장을 하면서 무게에 대한 제약이 사라져 더욱 강력해진 위력의 휴대 미사일을 개발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M―2 다목적 휴대 미사일이었다.
뛰어난 관통력과 파괴력을 겸비한 M―2는 1,500㎜ 강판에 직경 50㎝의 구멍을 내었다.
한데 지금 셰브첸코가 보고 있는 것이 바로 그 M―2인 것이었다.
그것도 무려 4기가 장착된 발사대였다.
잠시 기쁨에 젖어 있던 셰브첸코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모두 준비가 됐나?”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미사일의 발사 준비가 끝난 지금, 한쪽에서는 파워 슈트를 입은 이들이 대열을 맞춘 채 돌격 준비를 하고 있었다.
“좋아, 작전은 17시 정각에 시작한다.”
셰브첸코의 말에 이그노아 마피아의 조직원들은 흥분이 되는지 모두 두 눈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시베리아 최대 조직이었던 알렉세이와의 항쟁을 벌이며 느낀 희열을 다시 경험할 것이란 생각에 절로 흥분이 되는 듯했다.
또한 이미 이들은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한껏 마약을 들이켠 상태였다.
잠시 뒤에 벌어질 피의 향연을 기대하는 이들의 모습은 이미 인간이 아니었다.
8. 괴물(怪物)
2050년 7월, 바티칸 시티.
가톨릭(Catholic)을 수호한다고 알려진 바티칸 교황청.
이곳, 교황청이라 불리는 곳의 지하에는 오직 선택받은 소수의 몇 명만이 존재를 알고 있는 비밀 장소가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는 교황청이 설립된 이후 벌어진 많은 비밀들이 잠들어 있었다.
그렇기에 선택받은 소수는 당연하게도 교황과 몇몇 추기경에 한정되었다.
이들이 지키려는 비밀 중 하나가 바로 13과라 불리는 이들의 존재였다.
세인들에게는 엑소시스트(Exorcist)라 알려진 존재였지만, 이들은 절대 퇴마사가 아니었다.
13과는 신에 대한 절대적인 신앙심을 가진 이들이 모여 있는 조직이었다.
그랬기에 감히 신의 비밀을 엿보려는 이들, 가톨릭의 근간을 흔들려는 이교도들을 그저 말로 타이르지 않았다.
적이라 판단이 내려지면 주저 없이 말살을 실행했다.
신의 따듯한 사랑이 아니라 엄격한 심판을 수행한다 생각하여서인지 그들은 스스로 부정하다고 여겨지는 13이라는 숫자를 자신들에게 부여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13과는 로마 교황청 내에서도 극비에 속하게 된 것이다.
일명 유다의 후예들이라 불리는 13과의 구성원들은 그 호칭을 저주하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러워했다.
이들은 예수의 제자들 중 오직 유일하게 유다만이 끝까지 믿음을 유지했다고 생각했다.
예수에게 아무 죄가 없음을 알았기에 당연히 풀려날 것이라 믿고 당시 지배 세력이었던 유대교의 지도자들에게 팔아넘겼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세상 어느 곳에서든 지배 세력은 자신들의 권리를 나누려고 하지 않는다.
이는 어찌 보면 만고불변의 법칙인 것이다.
그렇기에 당시 유대 지도자들은 예수를 밀고한 유다의 생각과 달리 없는 죄를 물어 예수에게 당시 최악의 사형 집행 방법인 십자가형을 가했다.
죽을 때까지 물 한 모금 주지 않고 십자가에 매다는 형벌.
그리고 그 일로 인해 유다는 자신의 스승을 팔았다는 죄책감에 자살을 하고 말았다고 성서에 전해지는 것이다.
이들 13과의 조직원들은 그런 유다의 믿음이야말로 최고라 생각했다.
그랬기에 이들은 자신들이 행하는 일이 곧 가톨릭을 지키는 일이라 생각하며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들의 의식은 불교에서 말하는 지장보살의 말씀과도 비슷하였다.
‘내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가겠는가?’라는, 가장 더러운 일을 하는 것이 타인을 구원하는 길이라 생각하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13과에 모인 이들은 신에게 영혼을 내맡긴 광신도들의 모임이라 할 수 있었다.
이들에게는 가톨릭의 수호만이 유일한 존재 가치인 것이다.
그런 13과의 모처에 지금 일단의 인물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최고급 밀랍 양초가 놓인 탁자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3명의 추기경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콘스타노 추기경, 사탄의 무리들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고요?”
“그렇습니다, 밀로아 추기경. 100년 전 피의 역사를 썼던 그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100년 전에 벌어진 세계 2차대전을 피의 역사라 표현한 콘스타노 추기경은 당시 히틀러의 나치 정부 뒤에서 유태인 말살을 획책하던 발할라를 언급을 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끈 전쟁.
그것을 뒤에서 조종하던 이들이 100년이 지난 지금, 다시 활동을 시작했다는 말에 세 사람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이들은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들의 신에게 대적하려는 사탄의 무리들, 한낱 피조물이면서 감히 신의 영광을 훔치려는 이들에게 단호한 단죄를 내리기 위해 세 사람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이었다.
“그래, 이번에는 누가 움직이는 것입니까?”
추기경이라 하기에는 무척이나 젊은, 30대로밖에 보이지 않는 이가 질문을 하였다.
무척이나 아름답게 반짝이는 금발을 지닌 그는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태양신 아폴론을 연상시키는 미남이었다.
그의 질문에 13과의 정보를 담당하는 콘스타노 추기경이 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하였다.
“예, 에스테반 추기경님. 이번에 움직인 대적자(對敵者)는 최초의 배신자입니다.”
콘스타노 추기경이 말한 최초의 배신자란 한때 교황청 13과의 수장이었다가 배신한 이를 가리켰다.
로마 교황청 최초의 배신자.
그는 다름 아닌 발할라의 지배자를 뜻하는 것이었다.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최고의 신, 오딘(Odin).
그가 머무는 신들의 신전을 뜻하는 말이 바로 발할라였다.
한데 발할라를 세운 이는 한때 이곳 로마 교황청에서 추기경의 신분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었다.
13과는 로마 교황청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조직이었다.
예수의 복음과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의심하는 자들을 심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대의 조직인 것이다.
한데 13과의 수장이었던 이가 우연히 신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 것이었다.
결국 자신도 신이 되겠다는 욕망에 사로잡힌 그는 13과에서 자신을 따르던 이들과 함께 신에 대한 비밀이 적힌 정보를 가지고 잠적을 하였다.
그리고 몇 십 년이 흐른 뒤 다시 나타난 그들은 이적(異蹟)을 행하며 사회를 혼란시켰다.
교황청의 권위에 도전을 하여 각 나라의 국왕들을 부추긴 것이었다.
그로 인해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가장 참혹한 전쟁이 벌어졌다.
배신자들은 이교도까지 동원하여 교황의 권위에 도전을 하였는데, 당시 대비를 완벽하게 하지 못한 교황청은 많은 피해를 입으며 권위에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하지만 끝내 어느 한쪽의 승리는 없었다.
그 뒤로 교황청과 배신자들의 싸움은 역사를 계속하며 이어져 갔다.
때로는 교황청이, 때로는 배신자들이 우위를 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