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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황 1권(11화)
4장 일곱 기사(3)
아마테라스 썬 헬리오스.
그녀는 본래 카론 랜드의 사람이 아니었다.
북부의 암흑 제국인으로 그녀는 암흑 제국 내에서 유망한 여기사였다.
그런 그녀가 키즈 제국에 온 사연은 그녀의 지독한 길치 때문이었다.
그녀는 집으로 가는 길에 길을 잃고 몬스터 산맥으로 들어가게 되었고, 살기 위해 몬스터와 마물들과 싸우면서 ‘소드 마스터’에 이르렀다. 그 후 30년 동안 북에서 아래로 남하하고, 움직이고 해서 어느새 키즈 제국까지 걸어왔던 지독한 길치면서 지독한 실력의 강자였다.
‘마도사’―‘화염’―‘소드 마스터’인 그녀는 검술 실력도 최고였지만 무엇보다 그녀의 이능인 화염은 현자 리드미스가 뽑은 베스트5 안에 들어가는 위력적인 능력이었다.
사실 ‘화염’은 동방에서 발하는 오행십기(五行十氣)의 하나로 사람들이 ‘로드 스타트’에 이르면 흔하게 사용하는 이능이었다.
오행, 불과 물, 땅, 나무, 바람.
십기, 금기(광물)와 뇌기, 열기, 음기(소리), 생기, 사기, 의기(의지, 생각, 상상, 정신에 관련 된 힘), 광기, 암기, 공기(공간).
사람들은 대체로 이 열다섯 가지 중 하나에 속하는 것을 이능으로 사용한다.
이 오행십기 외에도 많은 ‘이능’들이 있지만 대체로 오행십기의 능력이 많았다.
‘화염’ 역시 그러하였는데 꼭 아마테라스 만이 아니라 ‘로드 스타트’에 든 자들 중 아주 많은 숫자가 ‘화염’의 이능을 사용할 줄 알았다.
그렇다고 그들이 모두 아마테라스의 ‘화염’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같은 검을 휘둘러도 누구는 더 강하고 누구는 더 약하듯이 같은 ‘화염’의 이능이지만 아마테라스가 ‘화염’을 사용하기에 위력이 강한 것이었다.
화르륵!
불꽃이 피어나 입고 있던 옷을 불태웠다.
꽤나 고가의 옷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손쉽게 불이 붙어 재가 되어 사라졌다.
이제는 단 한 벌의 옷도 걸치지 않은 아마테라스.
올해로 64살인 아마테라스의 육체의 성숙도는 30대 중후반의 농염함이었고, 피부의 탄력도는 17살 여학생들의 뽀송뽀송, 탱글탱글한 피부였다.
크리스티나와 미모와 피부 대결을 하면 압도적인 차이로 아마테라스가 승리할 기세였다.
신체가 화염과 일체되어 침대로 날아들었다.
그리폰 공작가는 키즈 제국의 초대 황제의 제부(여동생 남편)에서 시작된 가문이었다.
당시에는 후작가였던 세르게이 그리폰은 무려 소드 마스터에 이르러 키즈 백작을 도와서 카론 왕국에 반역을 돕고, 나중에 렉서스 왕국과의 3년 전쟁에서 큰 공적을 쌓아 공작이 되었다.
그런 세르게이 그리폰에게 남동생들과 큰 나이 차이가 있는 장녀가 있었는데, 그 장녀가 바로 호마 그리폰이었다.
호마 그리폰의 재능은 아버지를 능가했지만, 여성이라는 단점이 있어서 후에 후작에서 공작으로 승격된 가문의 가주 자리는 이어받지 못했지만, 그 후로 한때는 제국을 위해서, 또 한때는 정의를 위해서, 다른 한때는 욕망을 위해서 힘을 사용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5년 후인 지금은 로엔하르트를 위해서 힘을 쓰고 있었다.
전 대륙적으로 공식적인 기록상으로 단 187명밖에 없다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 그중 하나가 바로 호마였다.
호마의 이능은 ‘신체’.
신체 자체를 조정하는 능력으로 이 이능을 쓰면 생명력이 원하는 만큼 신체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간단한 예로 호마의 본래 신체는 홀드 저리 가라 하는 2m 50cm의 거대한 거구의 전장에서는 ‘소거인(小巨人)’이라는 명칭을 가진 괴물이었지만, 능력을 사용하여서 분홍머리, 분홍 눈동자를 가진 10살 정도의 귀여운 소녀로 변신한다. 변신 소녀라 할 수 있었다.
그녀는 제국 여전사들의 우상이다.
뿐만 아니라 리드미스와는 다른 마왕을 죽이는 패밀리에 들어 그 명성을 대륙 전역에 알렸다.
사실 그녀는 이제까지 총 세 번 결혼했고, 그중 한 명은 제외한 두 명은 가론 랜드의 사람이다.
그녀의 자손들 중 몇몇은 모 나라의 귀족으로 있기도 하였다.
마린엘프 피나 칼리.
현자 리드미스와 같은 패밀리의 일원이었고, 함께 마왕을 쓰러뜨린 마린엘프였다.
나이는 두 번째로 많은데, 호마가 스스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이룩하여 수명은 300년 넘게 늘린 것에 반해서 피나의 종족인 마린엘프는 다른 일반적인 엘프족보다 3배는 더 살았다.
무려 3,000살!
보통 그전에 죽거나 하기도 하지만 늙어서 죽는다는 노환은 보통 3,000살이 넘어야 마린엘프에게 온다.
피나는 아직 어린 마린엘프로 인간 나이로 치자면 15∼20살 사이의 나이대지만 인간의 시간으로 하면 대략 450∼600살 사이 정도였다.
그녀의 이능은 ‘변신’.
마린엘프들 사이에서는 흔하다는 능력이었지만, 피나가 쓰기에 그녀의 이능인 ‘변신’은 다른 마린엘프들 보다 월등히 뛰어난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타다다닥.
피부를 덮고 있던 푸른 비늘과 묘한 소리를 내며 사라지고, 그 자리에 뽀송뽀송 하얀 피부가 드러났다.
그렇게 나타난 피나의 모습은 아기 얼굴에 볼륨감 넘치는 몸매의 소유자였다.
메이드 리즈 엠마.
그녀는 로엔하르트의 어머니, 진소율이 무율 제국에서 데려온 유모가 여기서 한 명의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딸로 흑발의 머리에 초록의 눈동자를 지닌 새하얀 백색의 뽀얀 우유 피부가 아름다운 소녀였다.
나이는 평범한 15살.
이능은 ‘공간투시’로 공간 계열의 이능이었다.
리즈의 이능은 말 그대로 공간을 투시하는 것으로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이었다.
아쉬운 것은 자질이 ‘마법사’라서 그 공간에서 일어난 숨은 현상이나, 그런 것을 볼 수 있지만 ‘보는 것’뿐이라는 것이 리즈의 한계였다.
그렇다 하여도 이 정도만 해도 엄청난 것이었다.
물의 다프네 오시리스.
그녀가 아닌, 그렇다고 그도 아니다.
다프네는 생명체라는 말이 무성의하게 느껴지는 호수의 정령이다.
나이는 대략 1,000살.
이능은 ‘물질화’로 살아 있는 육체와 원하는 물질을 물을 기반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인 것이다.
로엔하르트가 그녀와 만난 것도 그녀가 로엔하르트와 만난 것도 정말 우연에 가까운 일이었지만, 둘은 만났고 로엔하르트는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정령으로 치자면 최상급의 정령을 옆에 둘 수 있게 된 것이다.
다프네를 비롯한 일곱 기사들은 로엔하르트의 변화를 겪지 않고도 충성을 맹세한 믿음직한 동반자들이었다.
-4-
로엔하르트는 자신이 있다.
레이온을 제치고 황제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비록 세력으로 레이온에게 밀리는 처지지만, 로엔하르트에게는 뛰어난 인재들이 많았다.
꼭 일곱 기사들만이 아니더라도 신흥귀족파와 여차하면 현자 리드미스가 도와줄 것이니, 차츰 공적을 쌓고 상대방의 세력을 권유, 포섭하는 식으로 조금 더 강해지면 키즈 제국의 황제 자리는 그의 것이 될 것이 분명했다.
반드시!
반드시 레이온의 야망을 꺾어 보일 것이다!!
***
마도삼성의 시대가 끝을 내었다.
마도삼성(암흑대천, 천마신교, 여래십호) 무림 삼분은 이세기(무림 일세기=30년) 만에 무너졌고, 또다시 피 터지는 전국시대가 시작되었다.
이번에 시작된 전국시대는 이전의 전국시대와는 확실하게 다른 면이 있었다.
그것은 마도삼성이 남긴 것들이었다.
암흑대천의 암흑동공!
천마신교의 마도동공!
여래십호의 정도동공!
그것들은 암흑대천, 천마신교, 여래십호가 무림을 지배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사람에게 생명력이라는 개념의 몸 안에 힘을 폭발시키는 방법을 뜻하였다.
제2차 전국시대에는 이러한 동공이 기반이 되어 더욱 발전시킨 무사들이 주역들이었다.
이 시기에 얼마나 무림의 기반이 되는 무공이 발전하였는지 모른다.
그런 제2차 전국시대가 끝이 나는 무림의 과도기에서 총 10명의 절대 고수가 등장하였고, 그들은 각기 자신들과 비슷한 뜻을 함께하는 자들과 세력을 모았다.
생불(生佛) 옥제(玉濟)의 소림사.
운중룡(雲中龍) 소운(小雲)의 곤륜파.
태극권(太極拳) 임무웅(林武雄)의 무당파.
매화검(梅花劍) 조화영(調和英)의 화산파.
북호산수(北虎散手) 갈엽(喝燁)의 아미파.
천하검(天下劍) 진조운(眞朝雲)의 점창파.
청풍검(淸風劍) 곽청풍(廓淸風)의 청성파.
광동검(光動劍) 단심천(端深淺)의 광동파.
음풍귀수(陰風鬼手) 사사척(社社斥)의 묘산파.
강룡맹호장각(强龍猛虎掌脚) 불패개(不敗짵)의 개방.
이들 열 개의 세력은 서로의 연맹을 맺어 앞서 마도삼성과 같은 흉악한 자들에게서 무림의 정의를 실천하자는 구파일방(九派一幇)의 탄생이었다.
5장 크리온 에멘로스트(1)
-1-
키즈 제국의 황금 탑에 있는 12개의 별궁, 그중에서 청룡, 주작, 백호, 현무의 별궁은 그 의미가 독특하였다.
카론 랜드에는 청룡, 주작, 백호, 현무라는 이름의 신이 없다. 대신 동방에 청룡, 주작, 백호, 현무는 성수이자, 신 그리고 방위의 신으로 사방신(四方神)이 있었다.
그들의 명칭을 이름에 딴 별궁을 짓게 된 데에는 그들과 무역을 하고 있는 무율 제국과 초한국에 영향이 컸다.
현재 제국이 다른 나라와의 무역 경제는 거의 60% 넘게 동방과의 무역으로 이루어진다.(40%는 마도 제국)
사실 같은 제국의 입장에서 아주 가까운 라 제국과 교역을 트는 것이 사실상 매우 이익이 있고 운송비도 적게 들고 그렇지만 키즈 제국은 트지 않았다.
그 이유에는 눈앞에 이익 보다는 보다 멀리 본 시각을 가졌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카론 랜드의 사람들 모두가 라 제국이 그냥 싫었다.
그렇게 라 제국과 교역을 트지 않은 덕분에 키즈 제국은 무율 제국과 초한국에게 가지는 의존력이 상당하였다.
의족력이 크지만, 카론 랜드의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의존력이 큰 것은 아니다. 카론 랜드의 땅은 비옥하고 마도 제국에서 펼치는 농업 기술(땅 묵히기, 비료, 내실 재배)을 가져와 사용하고, 구황 식물(땅의 영양분의 상관없이 잘 자라는 식물:감자, 고구마)을 적극적으로 들여와 자급자족이 가능했다.
문제는 귀족들의 사치였다.
등이 따뜻하고 배가 부르니 사치가 하고 싶은 귀족들에게 동방은 아주 큰 매력덩이였다.
그런 탓에 제국의 귀족 이상의 계급들은 동방의 문화를 적극 받아들였고, 그 결과 황금 탑에 사방신의 이름을 딴 별궁이 세워지기도 한 것이었다.
그중 청룡의 별궁.
키즈 제국에서 유일하게 한 명뿐인 대공의 자리에 앉아 있는 크리온 에멘로스트가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아침을 시작하고 있었다.
크리온은 붉은 머리, 붉은 눈동자를 한 무척이나 레이온과 판박이로 닮은 사람이었다.
18살의 레이온과 똑같이 닮은 크리온.
얼굴은 같았지만 결코 분위기는 같지 않았다.
레이온이 깨진 유리 조각처럼 날카롭고 신경질적이며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산만한 분위기인데 반해서 크리온은 산악처럼 담담하며, 자연스럽게 주변은 압도하는 절대자의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
크리온은 메이드들의 도움을 받으며 발의 씻김을 당하고 세수를 당하고 부드러운 수건으로 몸이 닦여졌다.
철컥.
문이 열리고 크리온의 아들이자. 집사를 겸하고 있는 팔콘 에멘로스트가 들어왔다.
팔콘은 아서와 함께 크리온의 다섯 아들 중에서 장남이다.
아들이라고 하지만 외양은 전혀 달랐다.
금발의 파란 눈, 강직한 외모 전형적인 카론 랜드의 사람이었다.
“아버지, 아침에는 레이온 황자님과 식사가 예정되어 있으시고, 식사를 끝낸 오전에는 레이온 님과 검술 대련을 할 예정이시고, 점심은 별궁 정원에서 홀드 공작님, 그리폰 공작님, 제네거 공작님, 둠스 후작님과 만찬, 그 이후 피크닉이 있으신데 저녁을 대비하여 조속하게 피크닉을 끝내 주십시오. 그리고 키즈 제국 수도 지부 ‘페스트’ 길드의 길드장이 딸아이 성인식의 초대를 받으셨으니, 아주 잠깐 얼굴만 비쳐 주십시오.”
“그렇구나, 알겠다. 그런데 동방 전사 집단과 남부 건은 어떻게 되었느냐.”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에 차질을 일으키지 말거라, 그 건은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집중하지만 결코 넘치지 않는 관심을 기울이는 크리온의 행동에 팔콘은 우렁차게 답했다.
“예!”
***
구파일방이 생겨나고 많은 일들이 무림에서 일어났다.
독으로 천하를 제패한다는 독왕(毒王)이 탄생했고, 활을 신처럼 쓰는 궁신(弓神)도 있었고, 창으로 천하를 가른 창제(槍帝), 인간이 아닌 피의 화신이라 생각되는 혈마(血魔), 검으로 무수한 살인을 행한 검마(劍魔), 천외천의 무학을 보여준 무황(武皇).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수백 명의 무공의 천재들이 자신들만의 무공으로 무림에서 성했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그 진전을 이은자가 나타나는 등, 무율 제국이 동방 전체를 지배할 무렵에는 무림도 무율 제국처럼 점점 방대해지고 거대해져서는 오래전 구파일방 같은 세력들이 도처에 등장하고 눈부시게 사라지고 끈질기게 살아남는 등을 하였다.
결국.
각 영지마다 구파일방이 있고 각 영지마다 구파일방의 대항하는 세력이 있는, 영지 속에서 무림이 서로 선을 긋고 참견하지 않는 무율 제국 속에 27개의 영지만큼이나 27개의 무림이 있는 기묘한 무림 세계가 바로 현 무림 세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