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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애들레이드 황녀님, 곧 다과회 시간입니다.”

어휴, 저 애는 어쩌면 저리 항상 예쁘고 고울까?

탐스러운 은빛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서 하늘색 드레스까지 화사하게 차려입은 저 아가씨의 이름은 사라라고 한다. 그녀는 애들레이드 황녀가 가장 총애하는 시녀로, 황녀와는 어릴 적부터 매우 친분이 깊은 사이였다.

“사라, 이리 와서 내 머리 장식 좀 봐줄래?”

“네, 애들레이드 님.”

게다가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부터 차분한 눈짓, 몸짓까지 어디 안 예쁜 구석이 없다.

그리고 우리의 황녀님, 애들레이드는 아까부터 며칠 전 아치볼트 대공이 선물한 다이아몬드 머리핀을 어디에 꽂아야 좋을지 몰라서 골몰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귀 뒤에 장식하면 완벽할 것 같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녀에게 직접 조언해 줄 수가 없다.

그런데 사라는 애타는 내 속을 열어 보기라도 했는지 애들레이드의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빗질했다. 그래, 옳지. 역시 사라는 센스도 좋아.

어느 대귀족의 영애라고 하는 그녀는 넘치는 기품은 물론 몸단장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심지어 그녀는 하녀들이 하는 궂은일까지도 직접 도맡아 할 정도로 자상하게 애들레이드의 시중을 들었다.

우리 예쁜 사라는 애들레이드의 긴 머리카락을 정돈해 준 후, 귀 뒤에 머리핀을 꽂아 주었다. 그제야 애들레이드도 거울을 보면서 활짝 웃었다.

“와, 이렇게 꽂는 편이 훨씬 우아해 보여.”

“애들레이드 님의 백금빛 머리카락은 실버르세트 제국의 보물이잖아요. 오늘 같은 날 더 아름답게 돋보이면 무척 근사할 거예요.”

허허. 나한테는 네가 더 예뻐, 사라야.

이곳은 이른바 낙원이다. 이 나라의 황제는 자신의 막내딸을 극진히 아꼈고,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열다섯 살 황녀님은 줄곧 황제의 애정을 듬뿍 받으면서 무럭무럭 자랐다.

황제는 애들레이드를 위해서 볕이 좋은 정원을 개축하여 호화로운 새 황녀궁까지 따로 지어 주었다. 그곳은 애들레이드만의 작은 성이었다.

새하얀 대리석으로 만든 황녀궁은 아주 특별했다. 그곳에서 그녀의 나날은 온통 다사한 꽃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창가에는 금색 실과 은색 실로 수놓은 커튼이 한들거리고, 계절마다 정원에 꽃들이 만개해서 바람이 불면 꽃잎을 실어 날랐다.

애들레이드를 돌보는 하녀들이 입은 실크 제복은 레이스가 풍성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풋풋한 소녀답게 애들레이드는 달콤한 과자색 드레스를 무척 좋아해서, 황녀궁의 하녀들이 입는 제복도 그녀의 취향을 따라 드레스처럼 호화로웠다.

애들레이드의 방은 정원에서 갓 딴 싱싱한 생화로 장식되어서 언제나 향기가 분분했다. 그리고 그녀가 배고파할 때마다 맛있는 간식과 홍차를 실은 은색 트레이가 바쁘게 줄을 이었다.

“그럼, 어서 나가자.”

“네, 황녀님.”

“이리 와, 베티.”

드디어 애들레이드가 나를 불렀다.

나는 내가 깔고 앉았던 쿠션에서 아주 우아하게 일어서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내가 걸으면 비단으로 된 리본이 앙증맞게 나풀거렸고, 발걸음에 맞춰서 내 꼬리도 살랑살랑 흔들렸다.

그래, 꼬리. 바로 이 꼬리!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다. 애들레이드가 두 손을 내밀면 나는 이 망할 꼬리가 제멋대로 흔들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어휴, 우리 예쁜 베티.”

애들레이드가 나를 품에 안고서 활짝 웃어 보였다. 하지만 나는…….

아니야. 이제 익숙해졌어. 이 강아지와 같은, 강아지를 닮은 상황을 나는 이미 옛적에 포기한 상태였다.

그렇다. 나는 무려 황녀가 키우는 애완견으로 환생했다.

나도 사람들의 환상처럼 공주 같은 고귀한 신분으로 환생하면 좋았잖아. 진부하다고 해도 나 그런 이야기 싫어하지 않는단 말이야.

누구든지 내 입장이 되어 보면, 그런 지루한 시나리오가 이 순간에는 얼마나 절실해지는지 뼈저리도록 느끼게 될 것이다!

아, 울고 싶다.

“왕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