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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여인은 짜증스럽게 외치며 양철 바가지에 담아 놓은 소금을 거칠게 배추에 뿌렸다. 꼭 자신에게 뿌리는 것 같아 서희는 절로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아닌 밤중의 홍두깨라고 자신의 오피스텔은 어디 가고 웬 90년대 식 슬레이트 지붕 양옥 주택에서 뽀글머리 하숙집 아줌마가 신경질을 부리는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내가 지금 꿈꾸나?’

서희는 곰곰이 생각하고는 아! 탄성을 뱉어 냈다.

“몰래카메라구나!”

하도 요새 이상한 인터넷 방송이 많다 보니 그럴 가능성이 크다. 서희는 결코 이 몰래카메라 방영에 동의하지 않을 거라고 결심하며 주위를 살폈다. 근데 그 모습이 또 어떻게 보였는지 여인이 한 소리를 했다.

“뭐 해? 엉뚱한 데로 가지 말고 저리로 들어가! 이 씨는 지금 씻고 있으니까. 물소리 들리지?”

“네?”

“다 알아. 아가씨가 처음인 줄 알아? 하루에도 서너 명씩 이 씨 보러 찾아와! 이 씨랑 사귀고 싶다고, 안아 달라고 돈까지 들고 오는 여자들이 있어! 그 짓 좀 해 달라고 말이야. 아휴. 남사스러워! 정말 별꼴이다, 별꼴!”

“무, 무슨 말씀을…….”

서희의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여인은 코웃음을 쳤다.

“얼굴이 빨개져서 고상한 척하기는! 모를 줄 알아? 어디 한두 명이어야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온다니까? 어떤 날은 서너 명이 한 번에 온 적도 있어! 글쎄 이 씨에게서 기막힌 냄새가 난다나?”

여인은 치가 떨리다는 듯이 어깨를 떨었다.

“신내림 받았다고 주장하는 동네의 미친년 하나가 말했지. 저건 짐승이라고, 아래쪽으로 통달한 짐승이라고, 이 씨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한다니까? 난 말이야, 좀체 이해가 안 가. 아무리 이 씨가 잘생겼고 사내 냄새가 폴폴 나는 총각이라도 처음 본 사람과 무작정 잘 수 있어? 막말로 붙어먹을 수 있냐고?”

“어…….”

서희는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도대체 이 무슨 해괴한 이야기란 말인가. 붙어먹는다는 말은 또 무슨 말이고.

‘도대체 이 씨가 누구야.’

이야기 속에 자꾸만 등장하는 그 이 씨란 총각이 선천적으로 여자가 따르는 굉장한 인물인 거 같은데, 그러거나 말거나 서희는 상관없었다. 어서 이 기막힌 오해를 풀자고 서희는 어릿거리는 정신을 붙잡으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뭔가 착각하신 거 같은데, 전 그런 이유로 찾아온 사람이 아니에요.”

“그래, 그래, 알았어. 아무튼 이제 난 할 말 없으니까 이 씨의 말이나 듣고 가.”

“이 씨가 도대체 누구인데요?”

황당하다는 서희를 보며 여인은 모기를 쫓는 동작으로 손을 휘저었다. 더 이상 설명이 귀찮다는 그 손짓에 서희는 어이가 없었으나 대충 그 이 씨란 사내는 그나마 말이 통하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방송의 책임자일 거야.’

서희는 이 뜻밖의 일에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창호지가 발라진 미닫이문으로 다가갔다.

“저기요? 계세요?”

조심스러운 인사에 여인의 날카로운 말이 쏟아졌다.

“아이고, 의심도 많네! 들어가라니까? 안 잡아먹어! 이 씨가 얼마나 신사인데!”

“…….”

서희는 여인을 난감하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잡아먹는다니.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하며 용기를 내었다. 대청마루로 올라서 미닫이문에 손을 올렸다.

“…….”

그 어떤 예감. 이 문을 밀고 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는 생각이 그녀를 덮쳐 왔다. 망설이기를 잠시 서희는 문을 왼쪽으로 밀었다.



***



“으으…….”

풀썩.

남자가 다리를 놓아주자 이불 위로 아무렇게나 쓰러지고 말았다. 움직일 기력이 없었다. 온몸에 힘이 모조리 빠져나간 사람마냥 탈진했다. 처참하게 변한 아래는 신경도 못 쓰겠다. 서희는 자신의 땀과 눈물로 질척이는 바닥에 목뒤를 비비며 물 밖에 나온 고기처럼 허덕였다.

온몸이 끈끈했다. 한여름의 열기 때문인지 숨마저 늘어졌다. 에어컨이라도 있으면 틀어 달라고 애원하고 싶은데. 덥고 습한 이곳은 사우나라고 해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서희는 천장을 보며 눈은 느릿하게 끔벅였다.

“아아…….”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얼마나 울부짖었는지 목이 부은 느낌이다. 남자는 탁탁, 무언가를 끼우는 소리를 냈다. 실리콘 재질의 무언가를 굵은 것에 끼우는.

“옛날에 누가 줘서 받은 건데.”

콘돔이다. 남자는 축 늘어진 서희를 보며 히죽거렸다. 텁수룩한 앞머리가 보면 볼수록 촌스럽다.

“이리 도움 될 줄 누가 알았겠나. 버리려다가 말았는데, 이제 보니 내 억수로 운이 좋네.”

익숙지 않은 사투리. 들을 때마다 놀란다.

“아…….”

“니도 기쁘제? 성생활은 안전한 게 최고다!”

투박한 웃음소리가 방 안에 번져 갔다. 공사판에 잔뼈가 굵은 청년은 투박한 외양처럼 웃음소리도 털털했다. 서희는 왠지 믿어지지 않았다. 남자는 26, 27살처럼 생겼다. 지저분한 턱수염이 있어서 처음엔 서른 중반인가 했는데 가만 보니 눈가엔 주름 하나 없었고 목도 매끈하니 깨끗했다. 햇볕에 그을려진 피부는 진한 색을 띠었지만 만졌을 때 탄력적으로 튕기는 것이 보건대 분명 자신보다 어린 남자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한다아이가.”

그러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섹스의 기술은 완벽했다. 애무의 농도는 아마 최고 수준이리라. 서희는 비교할 대상이 없었지만 그의 혀가 움직일 때마다 자신의 몸이 자지러지는 걸 보면, 그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란 걸 몸소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약한 지점, 신음하는 부위들을 금세 파악하는 능력이 있었다. 선천적으로 타고났는지 서희는 오래지 않아서 그의 아래에서 흥분한 채로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내 끝내주게 해 줄게.”

남자는 다시 입가를 찢어 웃었다.

“내 처음이긴 해도 알 건 다 안다. 네가 아래에서 줄줄 물을 토할 만큼 할 거다.”

산도둑 같은 외모로 남자는 야릇한 말을 거칠게 토해 냈다. 서희는 처음이라는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처음에 이렇게 잘할 수 있을까? 섹스의 신이라도 되는 거야? 아릿하고 짜릿한 감각에 휩싸인 채로 흐릿한 눈을 끔벅이는데 남자가 기겁할 만한 행동을 해 왔다.

“후으으읍―! 카아! 냄새 좋다!”

음모에 얼굴을 묻고 코를 벌렁거리는 남자. 서희는 정말 울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이 모든 게 꿈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이 누런 벽지 발린 작고 습한 쪽방에서 산적 같은 남자에게 발가벗겨져 자신의 그곳 냄새를 맡게 할 리가 없을 테니까!

꿈일 거야. 서희는 반복해서 중얼거리며 남자를 안 보려 애썼다.

“와? 니 시선 피하는데?”

번뜩 고개를 든 남자가 집요하게 쫓아 물었다. 서희의 시선이 저 방구석에 가 있자 굳이 손을 뻗어 서희의 시선을 자신에게 맞추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 뒤로 쿵쿵 박으까? 앞이 싫으면.”

남자는 정말 순수하게 묻고 있었다. 눈만 보면 아이처럼 맑고 명랑했다. 차라리 어둡고 악당 같은 눈이면 이런 나쁜 자식이라 말이라도 할 텐데.

“아아…….”

그는 정말 산만 한 덩치를 가졌다. 키가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중노동으로 단련된 육체는 무겁고 단단했다. 그 무게로 곧장 서희의 몸을 짓눌러 오면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폐부가 납작하게 눌린 듯한 기분에 서희는 뻐끔거리며 간신히 숨을 뱉어 내야 했다. 얼마나 육중한 몸인지 서희는 손과 발을 움직일 수도 없었다. 남자는 그렇게 크고 뜨거운 육체를 서희의 알몸에 한 차례 비빈 다음에 상체를 들었다.

“니 몸 진짜 부드럽다!”

그게 좋아 죽겠다는 듯이 남자는 또 찢어져라 웃었다. 그 미소는 솔직했지만 잔혹했다. 앞으로 얼마나 서희의 육체를 탐할 것인지. 기대감을 고스란히 표현한 그가 서희의 양다리를 잡았다. 그리고 적나라하게 다리를 벌리려 하자 서희의 입에서 간신히 말이 빠져나왔다.

“잠, 잠깐…….”

“뭐?”

남자는 놀란 눈으로 물었다. 헝클어진 머리 아래로 보이는 까만 눈동자. 별빛 같은 그 초롱초롱한 동공이 천진난만해 보여 서희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

“못하겠……어서…….”

“못해? 무슨 소리고? 안 된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남자는 말도 안 된다는 듯이 외쳤다. 서희는 답답해졌다. 아까 자신을 개구리처럼 뒤집어 놓고 한참을 애무한 것은 뭐라 말인가. 삽입이 없었으니 섹스로 치지 않는 것일까. 서희는 울고 싶어졌으나 지금은 그런 거에 매달릴 때가 아니었다. 그저 그만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에게 애원했다.

“제, 제발…….”

“니 모르나. 낼 한번 느껴 봐라.”

턱.

남자가 서희의 오른손을 끌어당겨 무언가에 올렸다.

“!”

처음에 느껴진 것은 뜨거움이다. 뜨거운 생물. 미끄덩하고 길쭉하고 두꺼운 것이 한 손에 엉거주춤 잡힌다. 그것은 살아 있었다. 살아서 귀두 끝에서 풀풀 허연 애액들을 뿜고 있었다. 서희는 겁이 났다. 이런 굵직한 성기는 어디 야동에서나 한 번 봤었던 거 같다. 그것도 우연히 접한 거였는데, 징그러워서 서희는 얼른 영상을 껐던 기억이 났다.

“아……!”

그때보다 더 크다. 팔뚝만 한 크기에 흉측한 빛깔로 팔딱거린다. 서희가 손을 탁 놓아 버리자 그것은 반동으로 덜렁 시계추마냥 크게 흔들리기까지 한다. 남자는 히죽 웃었다.

“봤지? 완전히 흥분했다.”

“이, 이런 게 들어갈 리가…….”

“충분히 적셨으니 들어갈 거다. 내 느낌이지만 우린 기막히게 잘 맞을 거다.”

남자는 어떤 예감을 받은 것처럼 진지하게 말했다. 서희는 뻣뻣하게 받아쳤다.

“저는 완전히 다른 생각이라서…….”

서희의 처절한 눈빛에도 남자는 끄덕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서희의 골반을 조물조물 만지며 급하다는 듯이 콧김을 뿜어냈다.

“이놈을 느껴 보면 니도 생각을 달리할 기다.”

“자, 잠깐…….”

“맛을 봐야 알지.”

평소의 그녀라면 팔을 저으며 적극적으로 거부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팔을 제대로 잡지도 못하고 공중에서 허우적거리고 말았다. 남자는 히죽 웃었다.

“내가 니 몸을 하도 빨아 놔서 니 기력이 빠진 거라.”

“아…….”

“너무 부끄러워 마라. 내 원래 태어났을 때부터 기가 센 사람이라 다른 이들이 맥을 못 출 거라 말 많이 들었다. 물론 니처럼 이렇게 진짜 밑에 있던 사람은 처음이지만서도.”

남자는 그 사실이 너무나 즐겁다는 듯이 입가를 찢어 웃었다.

“우리 이제 하나 될 긴데, 긴장 풀고!”

제, 제발 누가 이 인간 좀 말려 줘. 이 변강쇠 좀 제발…….